잔인한 도시 - 이청준 |
줄거리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첫 번째 감옥살이를 한 후로 덫에 걸린 사람처럼 감옥을 드나들었던 늙은 사내. 12년간의 교도소 생활을 막 풀려나온다. 교도소 근처 공원 입구에 ‘방생의 집’이라는 작은 가게가 있다. 문자 그대로 출소의 기쁨을 느끼는 곳이다. 거기서 젊은 사내가 새장 속에 든 새를 판다. 사내는 비상하는 새의 모습을 감동 어린 눈으로 지켜 본다. 사내는 새 장수에게 다가가지만 호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망설이기만 한다. 사내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효성 지극한 아들이 아버지의 출감 날짜에 맞춰 마중나올 터이나 아마도 편지가 늦게 도착한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사내는 그 날 밤을 공원 숲에서 보낸다. 다음 날, 공원 모래밭에 떨어진 동전들을 모아 새를 사서 날린다. 자신과 감방 동료들의 소망을 모아 거듭 새를 날려 보낸다. 그는 새 장수 젊은이에게 아들 얘기를 해 준다. 그러나 새 장수는 무심하다. 다음 날도 늙은 사내는 새를 방생한다. 새 장수는 성업 중이고, 사내는 그 많은 새를 어디서 마련하는지 궁금해 한다. 마침내 비밀을 알게 된다. 새장을 떠난 새는 공원 숲으로 날아가고 새 장수는 어두운 밤 플래시 불빛으로 새를 잡는다는 것을, 게다가 새의 안쪽 깃털을 예리하게 잘라내어 새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숲에서 자던 사내에게 새 한 마리가 떨어져 내린다. 이상하게도 그를 겁내지 않는다. 다음 날 사내는 새를 날리러 새 장수에게 갔다가 그 새를 발견한다. 속털이 잘려 나간 새가 닥쳐올 추위에 견디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사내는 교도소 노역의 품삯으로 받아 아껴 두었던 돈으로 그 새를 사서 품 안에 담고는 잔인한 도시와 결별한다. 사내는 새에게 쉴새없이 혼자 중얼거린다. “하지만 네놈도 조금은 명념해 봐야 한다. 탱자나무 울타리와 붉은색 벽돌 굴뚝이 높은 기와집, 게다가 뒷밭이 넓고 뒤쪽 언덕에 푸른 대숲이 우거져 내린 집…… 그런 집이 있는 동네가 나서는 걸 말이다. 그야 언젠가 너도 알겠지만, 그게 바로 우리가 찾아가는 남쪽 동네란다.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찾기는 어려운 곳이지. 하지만…… 글쎄, 그 남쪽 동네가 얼마나 따뜻한 곳인지 네가 어떻게 알기나 할는지……. |
‣ 요점 정리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 어느 가을, 어느 도시의 교도소 근처 공원
구성
발단 : 감옥에서 풀려난 사내는 공원 입구에 있는 ‘방생의 집’ 앞으로 오게 됨
전개 : 사내는 동전을 주워 모은 돈으로 새장수의 새를 사서 방생을 시작함
위기 : 새들의 날개깃을 잘라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게 만드는 새장수의 비밀을 알게 됨
절정 : 새장수에게 쫓기던 새 한 마리가 사내의 품으로 숨어들게 되고, 사내는 죄수를 위한 방생을 계속함
결말 : 사내는 자신을 따르는 그 새를 데리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남쪽으로 감
제재 : 방생의 집
(방생의 집은 도시의 잔인함과 위선의 결정체이다. 사람들의 선의에 의해 방생이 이루어지나 비 정한 장사꾼의 상술(속 날개를 자름)에 의해 다시 새장에 갇히는 새인 것이다.
새 ⇒ 새장 = 감옥
주제 : 현실에 대한 인간 소외와 인간성 상실의 문명 비판
등장 인물
사내 : 오랫동안 복역한 죄수. 지키지 않아도 되는 옥중 동료와의 언약을 지키는 인물. 자신의 편지가 아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하면서도 석방 후에도 공원에서 아들을 기다림. 첫 복역 후, 불륜한 아내와 불륜남에게 분노하여 살해하려다가 실패하고 도리어 불륜남(일제 때 형사 앞잡이)에 의해 다시 교도소에 수감됨. 석방과 수감으로 한 평생을 보내게 됨. 석방과 수감을 반복한다는 점과 불행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의 이미지와 유사함(동병상련)
새 장수(젊은이) : 풀어준 새를 다시 잡아다가 파는 사내. 우리 시대에 인간 사슬을 만드는 자로 은유된 인물. 현대 사회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라고 말하면서도 현대사회라는 구조 속으로 얽어매고 다시는 그 구조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는 간교와 위선의 인간을 함축하는 인물.
‣ 이해와 감상
<잔인한 도시>는 1978년 제2회 이상 문학상 수상작으로서 심층적인 인간 소외 의식을 다양하고 복합적인 상징성을 통해 형상화함으로써 종래의 평면적인 리얼리즘에서 맛볼 수 없던 새롭고 깊은 감동의 공간을 창조해 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새장수의 이야기를 통해서, 조작된 해방과 구속의 반복을 헤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절망적 삶을 하나의 리얼리티로 제시하고 있으며, 죄수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그러한 악순환의 끈을 끊어 버리고 인간 상주(常住)의 따뜻한 고향으로 귀환하려는 인간의 꿈과 휴머니즘적 주제 의식을 보여 주고 있다.
이와 같이 작가는 어두운 현실과 밝은 이상을 설득력 있는 구상적 이미지로 다 같이 부각시킴으로써 관념적인 주제에 박진감 있는 현실성을 부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따라서, <잔인한 도시>는 70-80년대 절대적 사회의 부정적인 국면을 드러내면서 인간 구원의 절대적 문제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 이해와 감상2
제2회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인간 상주의 따뜻한 고향으로 귀환하려는 한 죄수의 방생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꿈과 그 구제의 가능성을 상징적인 수법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오가는 사람이 없었던 교도소로 이어가는 길을 한 사내가 걸어 나온다. 초라한 행색에 그를 맞아주는 것은 저녁해가 지어 준 자신의 그림자뿐이다. 사내는 공원 입구에 있는 ‘방생의 집’ 앞에서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머문다. 사내는 그 근처에서 서성이며 새들의 방생을 깊은 감동으로 지켜본다. 다음날부터 공원을 돌며 흙 묻은 동전을 주워 새들을 산다.
처음에는 자신의 몫으로, 다음날은 아직도 감옥에 갇혀 있는 동료 죄수들과 감옥 안에서 죽은 친구를 위해 새들을 산다. 그리고 자신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던 백동테 안경의 청년에게 차츰 말을 걸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평생을 감옥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이야기와 찾아올 아들이 있고 그 아들과 함께 갈 고향이 있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사실이 아님이 곧 밝혀진다.
어느 날 밤 공원에서 잠을 자던 사내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누군가가 한밤중에 공원을 돌며 새 사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쫓기던 새 한 마리가 사내의 품속으로 날아든다. 다음날 사내는 그 새를 가게 새장에서 발견한다. 백동테 안경의 청년은 새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도록 날갯죽지 밑 속깃을 가위로 잘라내고 있었다. 사내는 방생에 더 이상 신명을 느끼지 못하지만 자신이 노역을 하여 모은 돈 전부를 주고 그 새를 산다.
사내는 이제 잔인한 도시를 빠져 나간다. 남쪽으로 이어지는 가을날 저녁 햇살 속을 지나는 사내의 손에는 ‘방생의 집’ 새 한마리가 발톱과 부리를 쉴새 없이 꼼지락대고 있다. 사내는 등 뒤로 와 닿는 햇살이 따뜻하다고 느낀다.
이 소설은 이청준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진실에 대한 탐구의 소산이다. 백동테 안경의 젊은이가 운영하는 방생의 집은 도시의 잔인함과 위선의 결정체이다. 원래 방생의 집은 새들의 자유를 통해 갇힌 이들의 자유를 기원하는, 오래전 감옥을 나온 한 노인의 따뜻한 마음씨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순수한 의도가 상업적으로 변화되면서 방생으로 인해 새들은 더 이상 멀리 나갈 수 없도록 강제로 날개를 찢겨야만 하는 치명적인 위협에 처하게 된다.
새를 방생함으로써 자신의 자유를 꿈꾸어 왔던 사내는 젊은이의 사악한 상술을 알고 난 뒤에 분노하지만 아무런 대책도 세울 수가 없다. 자유를 갈망하던 자신의 의지가 또 한번 꺾였는데도 사내는 자신이 가진 것 모두를 주고 날개가 찢긴 새를 다시 사들인 뒤 상처받은 자신의 영혼과 새를 위한 구원의 길을 찾아 떠난다. 작가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통해 거대한 위선과 억압에 꺾이지 않는 참사랑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 보충 학습
['새 장수'와 '죄수'의 의미]
▶새 장수의 이야기 : 젊은이가 운영하는 집은 방생의 집은 도시의 잔인함과 위선의 결정체이다. 조작된 해방과 구속의 반복을 헤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절망적 삶을 하나의 사실로 제시하고 있다.
▶죄수의 이야기 : 상처받은 자신의 영혼과 새를 위한 구원의 길을 찾아 떠남으로써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통해 거대한 위선과 억압에 꺾이지 않는 참사랑의 모습을 실현하고 있다.
▣ `제2회 이상문학상 선정이유서`에서
이청준의 `잔인한 도시`는 정말 여러 가지 함축성 있는 심벌리즘을 시도하고 있다. 자연이 무성한 공원을 배경으로 가진 감옥으로 통하는 쓸쓸한 길, 오랜만에 그곳에서 자유세계로 나온 불우한 삶을 살아온 한 늙은이, 그들 약하고 죄진 인생들의 허전한 심령을 역이용해서 돈을 버는 ‘방생(放生)’의 집의 젊은이, 새 한 마리를 가슴에 품고 남쪽 고향 대숲을 머릿속에 그리며 귀향하는 한 늙은 인생의 휴머니즘, 그런 가증적인 이야기가 현실감 있게 그려져서 가슴 뭉클했다.
▣ `심사평` 중에서
새를 사서 날리는 감정과 잔인한 상행위가 시적으로 좋은 대조를 이룬다. ― 김동리
한층 높은 차원에서 현실을 내려다보고, 그 특질을 추상화하고 재구성한 작품이다. -─ 백철
여러 가지 함축성 있는 심벌리즘을 시도하고 있다. -─ 유주현
이런 소재에 눈을 돌린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 최정희
해방과 구속의 조작된 반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인간 현실 속에서, 따뜻한 인간상주의 고향을 모색한다. -─ 이어령
▣ `수상소감` 중에서
“정신의 틀, 정신의 신발” 세상 사람들의 발은 모양과 크기가 각각 다르다. 신발가게도 모양과 크기가 다른 신발들을 진열해야 물건이 팔린다. 소설은 이래야 한다. 이것만이 좋은 문학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문학에 대한 한 잠정적인 희망일 수 있을 뿐이어야 할 듯싶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각기 그 나름의 다른 모습과 크기의 정신으로 살아가며, 그들은 각기 자신에게 알맞는 자기 정신과 삶의 신발을 원하기 때문이다. 문학은 곧 그 시대와 개인의 삶을 감당할 알맞는 정신의 틀을 짓는 일이며, 그 정신의 틀, 정신의 신발은 다름 아닌 우리들의 삶과 존재의 양식이요, 그 양식에의 꿈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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