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力士) - 김승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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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力士) - 김승옥

줄거리

’(외부 이야기의 화자)는 공원에서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내부 이야기의 화자)는 서울로 유학 와서 희곡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다. 창신동 빈민가에 살던 는 깨끗한 양옥집으로 하숙을 옮기게 된다. 처음에 는 매우 낯설어 어리둥절해 한다.

새로 이사 온 이 집은 가풍을 중시하여 조그만 행동도 규칙적인 생활 제일주의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창신동과는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창신동 사람들(한 부녀와 영자라는 창녀, 그리고 막노동자 서씨)과 이 집의 사람들은 측량할 길 없는 간격을 지니고 있다. 며느리에게도 피아노 연습을 시키는 이 집 할아버지와 창신동 하숙집에서 매일같이 딸에게 매질을 퍼붓는 절름발이 사내 사이의 거리는 메워질 수 없다. ‘는 창신동 빈민가에 살던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그 사람들 중에서도 막벌이 노동자 서씨는 특별한 데가 있었다. 착한 사람의 전형인 그는 함경도 출신으로,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다. ‘는 매일 저녁 다니던 술집에서 그와 안면을 텄다. 술집에서 돌아온 오너 날 밤 서씨는 를 동대문으로 인도한 후, 그 곳에서 성벽을 이루고 있는 커다란 돌덩이를 한 손에 하나씩 집어서 자기의 머리 위로 치켜올린다. 그 광경에 감탄하고 있던 에게 서씨는 역사(力士)이던 선조의 영광을 보존하기 위해 낮에는 남들만큼만 벽돌을 나르고 땅을 판 뒤 한밤중에야 그 힘이 유지되고 있음을 명부(冥府)이던 선조들에게 알리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러한 서씨를 생각하면서 는 새 하숙집의 규칙을 깨뜨리는 행동을 해 보지만, 하숙집에는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 ‘는 그 사람들의 헤어날 길 없는 생활이 두려운 것이다. 안주에는 동경으로 새로운 하숙집으로 옮겼지만 는 견딜 수 없는 권태를 느낀다. ‘는 집안 사람들이 모두 마시는 음료수에 흥분제를 타고 사건이 터지기를 기다린다.

그 젊은이는 어느 쪽이 틀려 있었을까요?”라며 내게 묻지만 로서도 알 수가 없다.

요점 정리

성격 : 풍자적

구성 : 액자형 구성, 시간의 역전적 구성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내화), 1인칭 관찰자 시점(외화)

배경 : 1960년대 서울 동대문 근방

구성

발단 : ‘’(외화의 서술자)는 우연히 공연에서 만난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옮겨본다.

전개 : 빈민가인 창신동에서 새로운 집으로 이사온 ’(내화의 서술자)는 시계처럼 정확한 주인 집 의 생활을 관찰하며 이러한 세계와는 대조적인 창신동의 빈민가를 떠올린다.

위기 : 새로 이사 온 집에 적응하지 못하는 는 창신동 주민과 함께 생활했던 때를 그리워한다.

절정 : ‘는 노동자인 서씨가 동대문에 올라 그 위에서 큰 돌덩어리를 들어올렸던 놀라운 모습을 떠올리며 새로 이사 온 곳에 권태와 혐오감을 느낀다.

결말 : ‘어느 쪽이 틀렸을까요?’라고 묻는 젊은이의 질문에 ’(외화의 서술자)는 대답 대신 같은 상 황이라면 자신도 멍청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등장인물

외화에서의 ’ : 내화의 의 이야기를 듣고 전해주는 인물

내화에서의 ’ : 20대의 가난한 젊은이로 창신동 빈민가의 생활을 청산하고 이층 양옥집으로 이사 하였다. 생명력 넘치는 삶을 동경하면서도 현실적 안락 또한 저버리지 못하는 모 순된 모습을 보인다.

주인 할아버지 : 이층 양옥집의 가장으로 가정의 짌 파괴를 지상 최악의 상황으로 여기는 인물

서씨 : 괴력을 지닌 막노동자. 한밤중에 동대문에 올라 무거운 돌을 들며 생명력을 발산하는 인물

제재 : 이 층 양옥과 창신동 빈민가의 생활상

주제 : 현대인의 기계적인 일상 생활에 대한 풍자

 

이해와 감상

1960년대 도시화된 삶의 형태를 소재로 하여 다소 우화적인 수법을 통해 기계적인 현대인들의 삶을 풍자하고 있다. 현대인의 일상은 능률과 효율로 대변되는데, 이 소설에서는 새 하숙집의 빈틈없는 생활 질서로 제시된다. 새 하숙집의 작위적이고 비인간적인 질서 속에서 주인공 는 빈민가의 무질서하고 비능률적인 생활을 도리어 그리워하게 된다. 그 곳은 활기찬 생명력의 공간이었는데, 그러한 생명력은 역사(力士)’서씨의 비능률적인 행위로 표현된다.

새 하숙집에서의 삶과 창신동 빈민가에서의 삶을 대조적으로 제시하면서 신화와 꿈을 잃은 채 맹목적으로 틀에 갇혀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풍자하고 있다. 새 하숙집에서 사람들은 모두 빈틈없이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얼핏 보아 매우 바람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변질되어 버린 질서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는 이런 사람들 속에서 그들과 동화되지 못하고 창신동 빈민가에서 살던 때를 내심 그리워한다. 거기서의 삶은 비록 무질서하지만 활기찬 생명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문의 내력으로 말미암아 역사(力士)의 힘을 유전 받아 동대문의 무거운 돌을 밤에 몰래 옮겨 놓는 서씨의 행위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려는 생명력의 표출로 볼 수 있다.

결국 이 작품은 질서와 가풍을 중시하는 할아버지댁과 창신동의 가난하지만 생명력이 넘치는 세계를 추구하는 두 공간을 대립시켜 현대 문명사회의 허구성과 인간 소외의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인간의 자유로운 삶과 자기 세계에 대한 작가적 지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보충 학습

<역사>에서 서씨가 보여주는 원시적 생명력

서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노동자일 뿐이지만, 누구도 휴내내기 힘든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서씨는 이 힘이 기계를 쓰는 현대 사회에서는 별 소용이 없음을 깨닫고, 공사장서 힘을 더 써서 남들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을 거부한다. 대신 밤에 몰래 동대문에 올라가 돌덩이를 옮겨 놓는 일에만 그 힘을 쓰기로 한다. 이러한 서씨의 힘은 기계적이고 획일화된 일상성에 따라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으로 이 소설에서 상징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서씨의 힘이 현대 문명의 질서를 깨뜨릴 수는 없다. 겨우 서씨는 동대문 성벽의 돌을 겉으로 보기에는 별 다름없이 옮겨 놓기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이 소설의 결말에서 주인공이 하숙집의 질서를 깨뜨리는 행동을 해 보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것과 연결된다. 서씨나 는 규칙을 깨뜨림으로써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의 세계를 만들 수 있을 뿐인 것이다.

 

<역사>와 우의적(寓意的 방식

우의(寓意)는 추상적인 개념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다른 구체적인 상황이나 대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문학 형식으로, <이솝우화>처럼 의인화의 수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 방법은 작품의 다양한 해석을 가로 막고, 교훈을 주는 데 치우친다고 하여 현대 작가들은 사용을 꺼리나, 카프카의 <변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현대 문학에서도 넒은 의미에서 우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도 양옥집과 판잣집의 대비, 안락하지만 기계적인 생활과 가난하지만 생기 있는 생활 간의 대비를 통해, 현대 문명의 문제점을 우의적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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