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이 작품은 2014년 EBS수능 완성 B형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EBS 수능 완성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계교재입니다.


-줄거리-

소위 말하는 엘리트인 P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전전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워낙 많은 터라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고등 교육까지도 모두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하나 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P는 방값이 두 달이나 밀린 채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지낸다. 하루는 같은 건물에 사는 친구 M, H와 색주가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만난 접대부가 단돈 20전으로도 자신의 몸을 팔겠다고 하는 말에 참을 수 없는 울분을 느껴,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던진 채 그 자리를 나온다. 그러던 중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 있었던 아들인 창선이를 올려 보낸다는 형의 편지를 받게 된다. 형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를 교육시키라고 이야기하지만, 인텔리 교육을 모두 받고서도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교육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P는 서울로 올라온 창선을 인쇄소에 견습생으로 맡길 결정을 한다. 자신처럼 인텔리 실직자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P는 창선을 맡길 결정을 하면서 드디어 임자를 만나 팔렸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과 창선 모두 기성품으로 팔리기만을 바라는 레디메이드 인생이라고 자조한다.




요점 정리

갈래 : 단편 소설

성격 : 풍자적

배경 : 1930년대 경성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제재 :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삶

특징 :

풍자적 문체가 사용됨

판소리 어투에서 발견되는 서술자의 설명과 주석이 드러남(작가의 편집자적 논평)

인물들의 이름을 영어 이니셜로 처리하여 지식인의 절망적인 상황을 신문에 날 법한 시사적인 사건으로 만듦

주제 : 식민지 치하에서 지식인 실업자가 겪는 고통과 좌절

 

이해와 감상

레디메이드 인생1930년대 일제 강점기의 식민지 교육의 실상을 ‘P’라는 인물과 그 아들 창선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풍자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P’는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인텔리이지만, 일제 강점기의 고학력자로서 그에 걸맞은 사회적 대우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지적 직업을 구하고자 하나 현실은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음을 확인하게 되고, 이 때문에 식민지 교육 정책이 인텔리를 실업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누군가에게 팔려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기성품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P’는 자신의 아들인 창선을 보통학교도 마치기 전에 인쇄소 직공으로 취직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식민지 교육에 대한 불신이며 지식인이 노동자보다 못하다는 자신의 자조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식민지 교육 정책이라는 제도와 동시에 인텔리를 기성품처럼 만들어 버리는 일제 강점하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으며 이것이 비판의 대상과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보충 학습

레디메이드 인생의 상징적 의미

이 작품이 창작되었던 1930년대는 고등 교육이야말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 여겨 수많은 엘리트들이 생산된 시대였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 공황의 파급 속에서 엘리트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여 실업자들이 넘쳐나던 시대였고, 일제 강점하의 우민화 교육 정책으로 조선인들의 대다수는 단순 기능직 정도에 종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하기도 했던 시대였다. ‘레디메이드 인생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회의 요구에 따라 하나의 부속품처럼 사용되는 기성품과 같은 존재를 상징한다. 일제 강점기의 식민지 교육이 불필요한 기성품과 같은 인력들을 과잉 공급했음을 비꼬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인텔리의 무능과 허위의식

레디메이드 인생에서는 P의 행동이 철저한 사회 인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 보인다. 당장에 먹을 것도 없는 주제에 창녀에게 돈을 던져 주는 기막힌 행동, 담배를 살 때 자신의 행색을 우습게 본다 싶어 비싼 담배를 주문하는 행위 등은 그가 사소한 일에서 엘리트 의식을 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텔리의 허위의식으로서, 실제적 행동은 없이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모순을 불러온다. 그가 인텔리에게 직업을 달라는 시위를 하는 공상을 장난 비슷하게 늘어놓는 대목에서 그런 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술집 여자에게 돈을 던지고 온 행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모습에서도 진지함보다는 정신의 사치를 즐기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어조 또한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작가가 인텔리의 소외를 그리면서도 인텔리의 무능과 허위의식을 동시에 드러내려고 한 것 때문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그의 많은 소설들이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그 비판의 주체인 지식인도 아울러 비판하는 자세를 견지한 데서도 그런 추측이 가능하다. 그의 문체적 특성인 아이러니와 풍자가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보이는 것에서도 그런 점은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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