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都彌)설화 - 작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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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

 도미(都彌)는 백제인이었다. 비록 벽촌의 보잘것없는 백성이지만 자못 의리를 알며 그 아내는 아름답고도 절개가 있어, 당시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개루왕이 듣고 도미를 불러 말하기를 “무릇 부인의 덕은 정결이 제일이지만, 만일 어둡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 좋은 말로 꾀면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 드물 것이다.”하니, 대답하기를 “사람의 정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의 아내 같은 사람은 죽더라도 마음을 고치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왕이 이를 시험하려고 일이 있다 하여 도미를 머물게 하고, 가까운 신하 한 사람에게 왕의 의복과 말·종자를 빌려주어 밤에 그 집에 가게 했는데, 먼저 사람을 시켜 왕이 온다고 알렸다. 가짜 왕이 와서 그 부인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래전부터 너의 아름다움을 듣고 도미와 내기 장기를 두어 이겼다. 내일은 너를 데려다 궁녀로 삼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어지러이 굴려고 하였다. 부인이 말하기를 “국왕에겐 망령된 말이 없습니다. 내가 감히 순종하지 않겠습니까? 청컨대 대왕께서는 먼저 방으로 들어가소서. 내가 옷을 고쳐 입고 들어가겠습니다.” 하고 물러와 한 여종을 단장시켜 들어가 수청을 들게 하였다.
 후에 개루왕이 속은 것을 알고 크게 노하여 도미를 죄로 얽어 두 눈동자를 빼고 사람을 시켜 끌어내어 작은 배에 싣고 물 위에 띄워 보냈다. 그리고 그 부인을 억지로 불러들였는데, 부인이 “지금 남편을 잃어버렸으니 혼자 살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대왕을 모시게 되었으니 어찌 감히 어김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몸이 좋지 않으니 다른 날 깨끗이 목욕하고 오겠습니다.” 하니, 왕이 믿고 허락하였다. 부인은 바로 도망하여 강어귀에 이르렀으나 건너갈 수가 없어 하늘을 부르며 통곡하는 중 홀연히 한 척의 배가 물결을 따라 오는 것을 보았다. 그 배를 타고 천성도(泉城島)에 이르러 그 남편을 만났는데 아직 죽지 아니하였다. 풀뿌리를 캐어 먹으며 드디어 함께 배를 타고 고구려 산산(蒜山) 아래에 이르니, 고구려 사람들이 불쌍히 여기며 음식과 옷을 주어 구차스럽게 살면서 객지에서 일생을 마쳤다.

 

2. 핵심 정리

• 갈래 : 열녀 설화, 관탈 민녀(官奪民女) 설화
• 성격 : 교훈적, 저항적, 서사적
• 제재 : 도미 부인의 절개
• 주제 : 도미 부인의 정절 칭송 및 지배층의 횡포 폭로
• 특징
① 평범한 백성의 도덕성이 잘 드러남.
② 비도덕적인 권력에 대한 저항 의지가 드러남.
• 의의 : 열녀 설화의 원형으로, 후대 ‘춘향전’에 영향을 미침.
• 연대 : 백제 개루왕 때

 

3. 작품 해설 1

 ‘도미 설화’는 남편을 위해 정절을 지키는 열녀 ‘도미 부인’에 관한 설화로, 일부종사(一夫從事)의 덕을 보여 준 도미의 부인을 칭송하고 있다. 이 설화의 특이한 점은 반동 인물이 ‘왕’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물 설정은 도미 부인을 절대 권력인 왕과의 대척점에 둠으로써 그녀의 높은 정절을 더욱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이 설화는 도미 부부와 백제 개루왕의 갈등을 통해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억압을 받는 당대 백성들의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절대 권력의 표상인 왕에게 맞서서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민중의 건강한 삶도 드러내고 있다.

- 천재교육, 해법 문학 참고

4.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삼국사기』에 수록되어 전해지는 이야기로, 왕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남편을 위해 절개를 지킨, 도미의 아내에 관한 내용을 다룬 열녀 설화이다. 등장인물인 도미 부부와 개루왕의 모습을 통해 지배층의 횡포와 당시 사회의 가치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개루왕은 왕임에도 불구하고 여인의 절개를 부정하고 훼손하려 하며, 도미의 아내는 기지를 발휘하여 이러한 왕의 횡포에서 벗어나 절개를 지키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여인의 절개와 그러한 절개를 통해 유지되는 부부간의 신뢰가 왕의 명령보다 앞서는 것임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 수능특강 해설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도미 설화’의 전승 및 유사 설화(천재교육 해법 문학 참고)

 ‘도미 설화’는 유교적 윤리관인 열(烈)의 귀감이 되어 “삼국사기”와 “오륜 행실도” 등에 실려 널리 전승되었다. 또한 이 설화는 “청화담(淸華談)” 5권의 삽화(揷話)로 실려 있으며, 고전 소설 ‘춘향전’ 창작에 설화적 화소를 제공했고, 박종화의 현대 소설 ‘아랑의 정조’의 기본틀이 되기도 했다. ‘도미 설화’와 유사한 구전 설화로 ‘우렁 각시’ 민담과 제주도의 ‘산방덕 전설’을 들 수 있다.

 

2. 인물의 대립 관계(천재교육 해법 문학 참고)

 도미 부인은 주동 인물로 정절을 수호하는 인물이다. 고결한 윤리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적 가치를 존중하는 인물이다. 더불어 권력자의 횡포에 수난을 당하는 민중을 상징하기도 한다. 반면에 개루왕은 반동 인물로 정절을 파괴하는 인물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가 없고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인물이다. 권력을 이용하여 민중을 억합하는 지배자로 상징된다.
 이러한 대립되는 인물을 설정하여 열녀의 절개를 강조하고 민중의 건강한 삶의 윤리를 부각하고자 한 작품이다.

 

3. 주인공인 ‘도미 부인’에 대한 반동 인물이 ‘왕’으로 설정된 이유

 고전 문학에서 ‘왕’은 절대성을 지닌 인물로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가들은 왕에 대한 충성과 연모의 정을 그린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왕’은 주동 인물인 ‘도미 부인’에게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반동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이렇듯 ‘왕’을 반동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은 도미 부인을 절대 권력인 왕과의 대척점에 둠으로써 그녀의 높은 정절을 더욱 강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4. 도미설화(권영민,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고려시대 김부식(金富軾)이 펴낸 <<삼국사기(三國史記)>> 열전(列傳)에 수록된 설화. 백제 개루왕(蓋婁王)때 평민이었던 도미(都彌)와 그의 처에 관한 이야기이다.
 도미는 의리를 아는 사람인데 그의 처 역시 아름답고 절행이 있어 두루 칭찬을 받았다. 이 소문을 들은 개루왕은 도미를 변방으로 보내고 거짓으로 신하를 왕처럼 꾸며 도미의 처를 시험하지만 도미 처 역시 계집종을 자기처럼 꾸며 시중을 들게 하였다. 이 사실을 안 왕은 도미의 두 눈을 뽑고 강제로 배에 태워 띄워버리고는 도미 처를 입궁시켜 강제로 범하려 하였다. 도미의 처는 월경(月經)을 핑계로 왕을 멀리하고는 궁을 탈출하여 도미를 만나려 강가에서 울부짖었다. 그때 물 위에 조각배가 떠내려 오므로 그것을 타고 천성도(泉城島)에서 남편을 만났다. 도미 처는 눈이 먼 남편과 함께 고구려 산산(蒜山)으로 가서 살다가 생을 마쳤다.
 여성의 정조를 강조한 열녀(烈女) 설화의 형태이며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에는 <都彌妻偕逃>라는 내용으로 실려 있다. 고전소설과 현대소설에서도 이 설화를 서사화한 작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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