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2015년 EBS수능특강 A형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 본문
내 가슴에 독을 찬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할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 마주 가버리면
억만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키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
■ 핵심 정리
갈래 : 서정시, 참여시
성격 : 상징적, 저항적, 의지적, 참여적
어조 : 결연한 남성적 어조
특징
① 대화형식이 드러나면서 감정의 직설적 표현이 나타남
② 대비되는 삶의 자세가 드러남
③ 상징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극대화함
주제 : 식민지 현실에 대한 강렬한 대결 의지
■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일제 강점하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려는 삶의 자세와 대결 의지를 그리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허무한 세상에 ‘독(毒)’은 차서 무엇하느냐는 벗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죽는 날 외로운 혼을 건지기 위해 끝까지 독을 차고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하고 있다. 여기에서 ‘독’은 험난하고 암울한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려는 화자의 순결성과 대결의지의 표현이다.
- EBS, 수능특강 해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김영랑의 초기시에 나타난, 순수한 서정적 미의 세계와는 다른 시인의 역사 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벗’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시상이 전개되고 있는데, 1연에 드러난 벗과의 대화는 2연의 벗의 충고로 이어지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 제시된 3, 4연에는 독을 찰 수밖에 없는 배경과 결연한 의지가 나타나 있다. 허무주의에 빠져 현실에 순응하는 ‘벗’과의 대조로 ‘나’의 의지적이고 결연한 저항 의지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독(毒)으로써 세계와 대결하겠다는 시적화자의 자세나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는 극한 상황을 설정한 것은 일제 강점기 말의 삶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이 시에서 ‘독’이란 화자의 마음 속에서 결정한 식민지 현실에 대한 대결 의지 또는 죽음의 각오와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다. 일제의 폭압에 맞서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야 할 대결의 상황, 위기의 극한 상황에서 자신의 순결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책으로 가슴에 독을 차는 길을 택한 것이다.
- 블랙박스, ‘한권에 잡히는 현대시’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 ‘독(毒)’의 상징성
이 시에서 ‘독’은 현실에 대한 화자의 저항 의지를 상징한다. 이 ‘독’은 ‘아무도 해(害)한 일 없는’것으로, 이는 내면적인 순수함을 뜻하며 ‘독을 차는’행위는 화자가 자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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