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산호(居山好)2 - 김관식

<이 작품은 2015년 EBS수능특강 B형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본문

오늘, 북창을 열어

장거릴 등지고 산을 향하여 앉은 뜻은

사람은 맨날 변해 쌓지만

태고로부터 푸르러 온 산이 아니냐.

고요하고 너그러워 수(壽)하는 데다가

보옥(寶玉)을 갖고도 자랑 않는 겸허한 산.

마음이 본시 산을 사랑해

평생 산을 보고 산을 배우네.

그 품 안에서 자라나 거기에 가 또 묻히리니

내 이승의 낮과 저승의 밤에

아아(峨峨)라히 뻗쳐 있어 다리 놓는 산.

네 품이 고향인 그리운 산아

미역취 한 이파리 상긋한 산 내음새

산에서도 오히려 산을 그리며

꿈 같은 산정기(山精氣)를 그리며 산다.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동양적, 탈속적, 자연친화적

* 제재 : 산

* 특징

 ① 의인화의 방법을 통해 화자와 대상(자연물)과의 친근감을 강조함

 ② 화자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시적 대상을 통해 드러냄

 ③ 역설적 표현으로 주제를 강조함

* 주제 : 산의 덕을 배우며 자연과 동화된 삶을 살고 싶은 마음


■ 작품 해설 1

 이 시는 세속을 벗어나 유유자적하는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의 제목인 ‘거산호’는 ‘산에 거하는 것을 좋아한다.’정도로 해석할 수 있으며, ‘산’은 속세와 대비되는 자연을 의미한다. 3~4행에서는 변함없이 푸른 자연을 보며 인간의 유한성과 자연의 영원성을 대조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이어진 5~6행에서는 고요하고, 너그럽고, 겸허하기까지 한 산의 모습을 본받아야 할 대상으로 노래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산을 사랑하고, 산에서 살아가며, 죽을 때에도 산에 묻히겠다는 말을 통해 자연에 동화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였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시는 시인이 요절하기 몇 달전에 발표한 것으로, 평생을 동양적 달관의 정신을 추구해 온 시인의 말년 대표작이다. 장거리를 등지고 북창을 열면 산이 보이는 곳에 살고 있는 화자가 산을 바라보면서 산으로 대표되는 자연에서의 삶을 소망하고 있는 작품이다. 인간과 대조되는 불변성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자연은, 고요하고 너그러워 수(壽)하며 겸손함까지 가지고 있기에, 화자는 평생을 산을 바라보며, 그 덕성을 배우고 자신도 그와 같이 살고 싶어 한다. 산에서 나서 산으로 돌아가는 것이 화자가 바라는 것으로, 고향과 같이 그리운 따뜻한 품을 간직하고 있는 산에 동화된 채, 죽을 때까지 산과 더불어 욕심 없이 살고자 하는 탈속적인 정서가 잘 드러나고 있다.

- 꿈을 담는 틀, 교과서 전 작품 문학 자습서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산’의 속성과 교훈적 의미

 이 시는 ‘산’에 인격적인 속성을 부여하여 교훈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산’은 태고로부터 푸르러 온 불변성과 고요하고 너그러운 속성, 겸허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현대인에게 배움이 대상이 된다. 즉 반문명적이고 반세속적인 공간으로서의 ‘산’을 통해 세속을 초월한 욕심 없는 삶을 살고자 하는 자세, 유유자적하면서 순리에 맞게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말하고 있다.


■ 작가 소개

김관식 – 한국민족문학대백과 클릭




'문학 이야기 > 현대운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 이성부  (1) 2015.05.29
내 마음 아실 이 - 김영랑  (0) 2015.05.06
독을 차고 - 김영랑  (0) 2015.04.06
겨울 일기 - 문정희  (0) 2015.04.03
산유화 - 김소월  (3) 201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