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문꼬아 자란 층석류요 틀어 지은 고사매라 삼봉 괴석에 달린 솔이 늙었으니 아마도 화암 풍경이 너뿐인가 하노라 청풍 월백야에 삼척금을 곁에 두고 사시 가흥을 백화중에 붙였으니 이 몸도 승평성택에 젖었는가 하노라 마당에 보리 들고 화오에 석류 핀다 간 밤 빚은 술을 갈건에 걸러내니 아마도 세상 시름이 반나마 덜었구나 초당에 낮잠 깨어 일간죽 둘러매고 조대 석양에 무심히 앉았으니 백구도 한가히 너겨 짐짓 희롱하더라 오동에 우적하고 죽림에 연롱이라 소정에 사립 두고 등상에 누었더니 어디서 닷 드는 소리는 잠든 나를 깨우나니 막대 짚고 나와 거니니 양류풍 불어온다 긴 파람 짧은 노래 뜻대로 소일하니 어디서 초동과 목수(牧叟)는 웃고 가리키나니 석양에 백구환하고..
1. 전체 줄거리 주인공인 ‘영감’은 ‘집주름’으로 집을 사고 파는 사람들을 중개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 삶이 고달프다. 이 ‘영감’의 처는 골목 안에서 그나마 부유한 ‘불단집’의 화장실 열쇠 지기를 하며 빨래, 밥 등을 해주며 비싼 술과 음식을 얻어 먹기도 하고 버려진 담배꽁초를 주워 피우기도 한다. 큰아들인 ‘인섭’은 산판 매매를 중개한느 부동산 부로커로서 떠돌이 생활을 하다 주색에 빠져 부인과 딸 ‘갑순이’를 두고 ‘첩’과 도망을 치고, 처는 국방복 차림의 사내를 만난다. 둘째 아들 ‘충섭’은 우미관 앞을 돌며 주먹질을 하고 살다가 권투 선수로서 잘 나가는 유망주가 되는가 싶더니 카페 여급으로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는 누이 ‘정이’를 찾아가 돈을 빌리기도 한다. 막내..
1. 본문내 누님에게는 김이홍이라 하는 아들이 있다. 이홍은 잊어버리는 것이 아주 심했으니 어떤 물건을 보고선 열에 아홉을 잊어버렸고 일을 하게 되면 열에 열을 잊어버리곤 했다. 아침에 한 일이라도 저녁이면 벌써 혼미해졌고 어제 한 일이라도 오늘이면 기억하지 못했다. 이홍은 나에게 하소연했다. "제 건망증은 아무래도 병인가 봅니다. 제게 있어 작게는 어떤 일을 하지도 못하게 하고 크게는 남을 거느리지도 못하게 하며, 말을 실수하게 만들기도 하고 행동을 하더라도 무언가를 빠뜨리고는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건망증이 빌미가 되더군요. 제 건망증을 고칠 사람이 있다면 제가 천금인들 아끼겠습니까? 저는 천리 길도 멀다 하지 않고 찾아갈 것입니다." 이에 나는 타이르며 말했다. "너는 잊는 것이 네게 병이 되고 잊..
1. 본문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 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 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
1. 본문흰 벽에는 ―― 어련히 해들 적마다 나뭇가지가 그림자 되어 떠오를 뿐이었다. 그러한 정밀*이 천년이나 머물렀다 한다. 단청은 연년(年年)이 빛을 잃어 두리기둥에는 틈이 생기고, 볕과 바람이 쓰라리게 스며들었다. 그러나 험상궂어 가는 것이 서럽지 않았다. 기왓장마다 푸른 이끼가 앉고 세월은 소리없이 쌓였으나 문은 상기 닫혀진 채 멀리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밤이 있었다. 주춧돌 놓인 자리에 가을풀은 우거졌어도 봄이면 돋아나는 푸른 싹이 살고, 그리고 한 그루 진분홍 꽃이 피는 나무가 자랐다. 유달리도 푸른 높은 하늘을 눈물과 함께 아득히 흘러간 별들이 총총히 돌아오고 사납던 비바람이 걷힌 낡은 처마 끝에 찬란히 빛이 쏟아지는 새벽, 오래 닫혀진 문은 산천을 울리며 열리었다. ―― 그립..
1. 전체 줄거리(미래엔 참고) 김 승상 부부는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어렵게 아들을 얻게 되는데 아이는 태어났을 때 수박처럼 둥글고 괴이한 모습이었다. 부부는 눈과 코가 없는 아기를 보고 놀라며 ‘원’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선관(仙官)이 찾아와 원이 원래 천상의 남두성이며 죄를 지어 인간계로 왔으나 이제 죗값을 다 치렀다고 하며 인간의 모습으로 바꿔준다. 김 승상 부부는 이런 원의 모습을 보고 매우 기뻐한다. 천마산에서 무예를 닦던 김원은 우연히 아귀가 세 공주를 납치해 가는 것을 보고, 황제의 명을 받아 공주를 구하러 간다. 도술을 부려 아귀를 물리친 김원은 세 공주를 구하지만, 부하들의 배신으로 아귀 소굴에서 탈출하지 못하다가 우연히 나무에 묶인 용자(용왕의 아들)를 구해..
1. 본문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
1. 전체 줄거리 심청은 태어난 지 7일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눈 먼 부친 심 봉사 밑에서 자란다. 심청은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하여 아버지를 극진히 부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심 봉사는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양미를 시주하겠노라고 약속한 뒤 전전긍긍한다. 이에 심청은 남경 상인에게 공양미 삼백 석을 받고 자신의 몸을 팔아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물에 빠진 심청은 용궁에서 어머니를 만난 뒤 전생의 일과 앞으로의 운명을 전해 듣고 연꽃에 둘러싸인 채 인당수 물 위로 오른다. 이때 남경 상인들이 돌아오다가 인당수에 떠 있는 연꽃을 발견해 이를 왕에게 바쳤는데, 왕은 연꽃에서 심청을 발견하고 새 왕비로 맞아들였다. 심청은 심 봉사의 일이 궁금하여 왕에게 맹인 잔치를 ..
1. 본문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 내어 춘풍 이블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2. 핵심 정리• 연대 : 조선 중종~선조 • 갈래 : 평시조 • 성격 : 감상적, 서정적, 낭만적 연정가 • 제재 : 연모의 정 • 주제 : 임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 특징 ①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사물로 표현함. ② 비유와 음성 상징어를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함. • 구성 초장 : 동짓달 긴 밤의 한가운데를 잘라냄 중장 : 춘풍 이불 아래 넣어 둠 종장 : 정든 임이 오시는 밤에 펼치고 싶음 3. 작품 해설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간절한 마음을 참신한 비유로 호소력 있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추상적 개념인 시간을 구체적 사물로 형상화한 표현 기법이 매우 참신하..
1. 본문 Ⅰ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Ⅱ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2.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산문시 • 성격 : 고백적, 낭만적, 사색적 • 제재 : 사랑 • 주제 : 사랑의 간절함과 불편성에 대한 고백 ..
1. 전체 줄거리(EBS수능특강 참고) 학교 앞에서 문방구점을 꾸려 나가는 정례 모친은 집 문서를 은행에 잡혀 얻은 30만 원으로 가게를 시작했으나 운영이 여의치 않자, 동창인 김옥임의 동업 조건으로 10만 원 밑천을 빌리게 된다. 게다가 정례 아버지가 물려받은 마지막 땅을 팔아서 부리던 택시가 가게의 돈을 솔솔 빼가다가 결국 거덜을 내자 경제적 상황은 더욱 옹색해진다. 일제 강점기 때에 고관으로 행세하다 광복과 함께 반민법(反民法)으로 몰락할 처지에 놓이고 중풍마저 앓게 된 남편을 둔 옥임은 고리대금업자로서 친구인 정례 모친에게까지 마수를 뻗친다. 옥임은 가게 보증금 영수증을 담보로 출자금을 1할 5푼의 이자 돈으로 돌려 제 살 궁리만 한다. 정례 모친은 옥임을 통해 알게 된 교장 선생이라는 영감에게서..
1. 전체 줄거리(T-Solution 참고) 안 초시, 서 참의, 박희완, 이 세 노인이 복덕방에서 무료하게 소일한다. 안 초시는 수차례의 사업 실패로 몰락하여 지금은 서 참의의 복덕방에서 신세를 지고 있지만, 재기의 꿈을 안고 살아간다. 무용가로 유명한 딸 경화가 있으나, 그는 늘 그녀의 짐일 뿐이다. 서 참의는 한말에 훈련원 참의로 봉직했던 무관이었으나, 일제 강점 후 복덕방을 차렸다. 안 초시와 달리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로, 중학 졸업반인 아들의 학비를 걱정하며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박희완 영감은 서 참의의 친구로, 재판소에 다니는 조카를 빌미로 대서업을 한다고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 재기를 꿈꾸던 안 초시에게 박 영감이 부동산 투자에 관한 정보를 준다. 늘 일확천금을 꿈꾸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