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문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 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2.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성찰적, 상징적, 의지적 • 제재 : 고향의 상실 • 주제 : 이상 세계에 대한 동경과 자아 분열의 극복 의지 • 특징 : ① 자아 분열로 인한 자아의 대립과 그로 인한 갈등 구조가 나타남 ② 상징적인 시어를 활용함 ③ 절망과 반성의 현..
1. 본문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
1. 본문 우리 집도 아니고 일갓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침상(寢床) 없는 최후 최후(最後)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노령(露領)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한마디 남겨 두는 말도 없었고 아무을만(灣)의 파선도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깔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 갈 뿐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停止)를 가르쳤다 때늦은 의원(醫員)이 아모 말 없이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 손으로 눈빛 미명은 고요히 낯을 덮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아버지의 침상(寢床) 없는 최후 최후(最後)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2. 핵심 정리..
1. 본문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募)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2.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저항적, 의지적, 미래 지향적, 상징적 • 제재 : 광야 • 주제 : 조국 광복에 대한 의지와 염원 • 특징 : ①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② 상징적 시어를 활..
1. 본문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
1. 전체 줄거리(수능특강 해설 참고) 어느 여름 저녁에 철은 ‘나’에게 6·25 전쟁 때 북한군의 포로가 되었던 형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형은 좀 모자라고 둔감했는데, 이러한 형의 모습에 아버지는 일찌감치 형에 대한 기대를 접었고, 어머니는 그런 형을 안타깝게 여겼다. 영리했던 동생 칠성은 그런 형을 형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전쟁이 나서 형과 동생은 국군으로 참전했다가 각각 북한군의 포로가 되어 북쪽으로 이송되던 중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동생은 어수룩한 행동을 하는 형을 보며 탐탁하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형은 동생을 위해 밥을 얻어 주려고 노력하며, 그런 형의 모습을 본 동생은 이전에 지녔던 형에 대한 오연한 태도를 버리고 형을 존중하게 된다. 형이 동생에게 다리가 불편하다는 말을 하자 동..
1. 본문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 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라운 종이에 받아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
1. 전체 줄거리 명나라 때의 충신인 유심은 자식이 없어 한탄하다가 남악 형산에서 치성을 드리고 태몽을 꾼 뒤 아들을 낳아 이름을 충렬이라 짓는다. 정한담과 최일귀 등은 토번과 가달과의 전쟁을 반대하는 유심의 태도를 문제 삼아 그를 귀양 보내고 충렬 모자마저 살해하려고 하지만, 충렬은 천우신조로 살아난 후 강희주를 만나 그의 사위가 된다. 유심을 구하기 위해 상소를 올린 강희주 역시 정한담에 의해 귀양을 가게 되고, 강희주의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충렬은 부인과 이별한 후 백용사의 노승을 만나 도술을 배운다. 이때 남적이 명나라를 쳐들어오자 정한담은 남적에게 항복한 후 천자를 공격한다. 이에 유충렬이 등장하여 천자를 구한 후 정한담을 사로잡는다. 정한담을 응징한 유충렬은 이후 황후와 태후, 태자를 구..
1. 전체 줄거리 후직을 도와 백성을 먹여 살린 공을 세운 모(牟)를 조상으로 모시는 국순의 집안은 아버지 대부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순은 성품이 맑고 사람의 기운을 더해 주어 뭇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정계에 진출한 국순은 군신의 회의나 국가 중대사에 참여하여 전횡을 일삼고 부정 축재를 하지만 임금의 비호를 받는다. 또한 향락에 빠진 임금에게 간언하지 않고 아첨하여 세인의 악평을 듣게 된다. 순은 입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여 은퇴하고 돌아와 병사한다. 이에 사신은 술에 빠져 향락만 일삼는 무리를 꾸짖고, 임금을 제대로 보필하기는커녕 혼란에 빠뜨리는 간신배를 비판한다. 2. 핵심 정리 • 갈래 : 가전(假傳) • 성격 : 풍자적, 우의적, 교훈적 • 제재 : 술(누룩) • 주제 : 임..
1. 본문 처용아비를 누가 지어 세우는가 바늘도 실도 없이 바늘도 실도 없이 처용아비를 누가 지어 세우는가 많고 많은 사람들이여 십이 제국이 모두 모여 세운 아, 처용아비를, 많고 많은 사람들이여 버찌야, 오얏아, 녹리야 빨리 나와 내 신코를 매어라 안 매어 있으면 나올 것이다, 나쁜 말 동경 밝은 달과 밤늦도록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아, 둘은 내 것이거니와 둘은 누구의 것인가 이런 때 처용아비가 보시면 열병신이야 횟거리*로다 천금을 주겠습니까 처용아비여 칠보를 주겠습니까 처용아비여* 천금 칠보도 그만두오 열병신을 날 잡아 주소서 산이나 들이나 천 리 외에 처용아비를 피하여 가고져 아, 열병대신의 발원이시로다 * 횟거리: 횟감. 회를 만드는 데에 쓰는 고기나 생선. * 천금을 주..
1. 본문 동경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니다가 들어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러라. 둘은 내 것이었고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디 내 것이지만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오. 2. 핵심 정리 • 갈래 : 향가 • 연대 : 신라 헌강왕 때 • 제재 : 역신(疫神)의 침범 • 주제 : 아내를 범한 역신을 쫓아냄. • 특징 : ① 벽사 진경(辟邪進慶)의 민속에서 형성된 무가(巫歌)이며, 고려와 조선 시대에 걸쳐 의식(儀式)에 사용되는 무용 또는 연희로 계승됨. ② 체념과 관용을 바탕으로 한 축사(逐邪)의 노래임. ③ 영탄을 통해 분노와 슬픔, 체념과 관용의 감정을 동시에 드러냄. • 구성 : 1~2행: 한밤까지 놀다 집에 돌아옴. 3~4행: 역신이 아내를 범한 것을 알게 됨. 5~6행: 역신의 침입을 확인하고 체념함. 7~..
1. 본문 춘향의 거동 보아라 오른손으로 일광을 가리고 왼손 높이 들어 저 건너 죽림 보인다 대 심어 울하고 솔 심어 정자라 동편에 연당(蓮塘)이요 서편에 우물이라 노방(路傍)에 시매오후과(時買五侯瓜)*요 문전(門前)에 학종선생류(學種先生柳)*라 긴 버들 휘늘어진 늙은 장송 광풍에 흥을 겨워 우줄우줄 춤을 추니 저 건너 사립문 안에 삽살개 앉아 먼 산만 바라보며 꼬리 치는 저 집이오니 황혼에 정녕 돌아오소 떨치고 가는 형상 사람의 뼈다귀를 다 녹인다 너는 웬 계집이건대 나를 종종 녹이느냐 너는 웬 계집이건대 장부의 간장을 다 녹이나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華時)*에 해는 어이 더디 가고 오동추야(梧桐秋夜) 긴긴 달에 밤은 어이 수이 가노 일월무정(日月無情) 덧없도다 옥빈홍안(玉鬢紅顔) 공노(空老)로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