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이성부



■ 본문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면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핵심 정리

갈래 : 서정시, 자유시

성격 : 상징적, 희망적, 현실참여적

제재 : 봄

구성 

 1행 ~ 2행 : 기다림과 상관없이 반드시 오는 봄

 3행 ~ 10행 : 쉽게 오지는 않지만 반드시 오는 봄

 11행 ~ 16행 : 봄을 맞이하는 기쁨과 감격 

특징 

 ① ‘봄’을 의인화하여 표현함

 ② 단정적인 어조로 미래에 대한 확신을 노래함

 ③ 대상에 대한 예찬적 태도로 주제를 형상화함

 ④ 계절의 순환에 따른 당위적 속성을 활용함

주제 : 봄에의 기다림, 민주와 자유라는 새로운 시대를 기다리는 간절한 소망과 신념


■ 작품 해설 1 

 이 시는 화자가 기다리는 대상을 ‘봄’으로 의인화하여 그것이 다가오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봄이 비록 바로 오지 않고 더디게 오더라도 결국엔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봄이 왔을 때, 화자는 눈이 부셔 일어나 맞이하지도 못하고 소리 내어 부르지도 못한다. 봄을 맞이하는 화자의 감격을 반어적 상황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더욱 강조하는 것은 봄이 오는 것에 대한 감격이 아니라 봄이 꼭 오리라는 화자의 신념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라는 시적 진술과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라는 단정적인 어조에서 새로운 시대를 기다리는 화자의 강한 염원을 읽을 수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시는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봄’이 왔을 때의 감격을 통해 ‘겨울’과 같은 부정적인 시대를 극복하고 맞이할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강한 확신과 신념을 노래하고 있다. 1~2행에서는 기다리는 것조차도 잃어버린 상황이라 할지라도 계절이 순환되는 자연의 섭리처럼 ‘봄’은 꼭 온다는 당위성과 화자의 단정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3~10행에서는 조금 더디기는 해도 마침내 오고 마는 ‘봄’을 맞이하기까지의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 빨리 오지는 못해도, ‘더디게’라도 꼭 오는 ‘봄’을 강조하고 있으며, 미래의 상황을 현재화함으로써 ‘봄’이 오는 것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고 있다. 11~16행은 그럼 ‘봄’이 왔건만, 화자는 너무나도 감격하고 기뻐서 그 눈부심에 일어나 맞이하지도 못하고, 말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화자는 먼 곳에서 온갖 역경과 고난을 다 이기고 돌아온 ‘봄’을 두 팔 벌려 껴안으며 온몸으로 맞이한다. 승리의 화신인 듯한 ‘봄’을 ‘사람’이라고 부르면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세상을 불러보는 화자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 꿈을 담는 틀 문학 자습서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 ‘봄’의 상징적 의미

 ‘봄’은 화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가치로, 반영론적 관점에서 보면 민중들을 위한 민주화된 사회, 진정한 자유와 평등이 이루어지는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적절한 때에 더디게라도 혹은 힘겨운 모습을 하고서라도 반드시 오고야 마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존재라고 할 수 있다.


 * ‘봄'’을 의인화함으로써 얻는 효과  

 천지신명이나 해, 달과 같은 초월적 존재, 위대함을 속성으로 갖는 자연물들은 문학 속에서 ‘절대성’이나 ‘신성성’을 보인다. 하지만 이 시에 등장하는 ‘봄’은 ‘뻘밭 구석’이나 ‘썩은 물웅덩이’처럼 정결하지 않은 곳에 존재하기도 하고 ‘한눈 팔기, 싸움하기, 나자빠지기’등의 행동을 하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존재이다. 이는 화자가 기다리는 ‘봄’이 운명처럼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 끝에 얻어지는 것이며 부정적인 현실에서 함께 고난을 겪을 때 비로소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임을 보이기 위한 장치이다.


■ 참고 자료

 * 1960년대의 역사적 상황과 참여시

 광복 직후의 혼란과 한국 전쟁으로 인한 절망을 마무리하고 1960년대를 열던 시기에는 시대적으로 두 가지의 과제가 존재하고 있었다.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달성해야 했으며 동시에 폐허가 된 국가를 재건하고 근대화를 이룩해야 했다. 하지만 4·19혁명으로 시작된 민주화의 실천은 5·16군사 쿠데타에 의해 시련을 겪게 되었다. 그 이후 정치 세력은 남북 대치의 상황을 이용한 안보 논리로 민주화 문제는 뒷전으로 밀어낸 채, 근대화를 최우선에 두고 추진하였다. 그 과정에서 근원적인 자유의 훼손, 사회·경제적 불평등, 물질주의와 비인간화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60년대의 현실 참여시는 이러한 갈등의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식민지 경험의 상처와 민족상잔의 비극, 4·19와 5·16의 비극을 겪은 시인들의 일부는 현실에의 적극적인 부딪힘과 갈등을 선택하였다. 김수영, 신동엽 등이 1960년대 대표적인 참여 시인이며, 그들은 문학이 사회를 선도하는 비판적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 작가 소개

이성부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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