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 오세영



■ 본문

 자일을 타고 오른다.

 흔들리는 생애의 중량,

 확고한

 가장 철저한 믿음도

 한때는 흔들린다.


 암벽을 더듬는다

 빛을 찾아서 조금씩 움직인다.

 결코 쉬지 않는

 무명(無明)의 벌레처럼 무명을

 더듬는다.


 함부로 올려다보지 않는다.

 함부로 내려다보지도 않는다.

 벼랑에 뜨는 별이나,

 피는 꽃이나,

 이슬이나

 세상의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다만 가까이 할 수 있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암벽을 더듬으며

 가까이 접근한다.

 행복이라든가 불행 같은 것은

 생각지 않는다.


 발붙일 곳을 찾고 풀포기에 매달리면서

 다만, 

 가까이,

 가까이 다가갈 뿐이다.


■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상징적, 불교적, 구도적, 비유적

제재 : 등산

구성

 1연 : 흔들리는 삶

 2연 : 쉬지 않고 빛을 찾는 삶

 3연 : 진리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

 4연 : 진리 추구의 바람직한 태도

 5연 : 절박한 마음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모습

특징

 ① 대립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주제를 부각시킴

 ② ‘등산’이라는 구체적 행위를 통해 삶의 깨달음을 전함

 ③ 현재현 어미를 활용하여 시적 상황의 생동감을 부여함

 ④ 반복과 변주를 통해 운율감을 형성하고, 의미를 강조함

주제 : 인간의 삶에 대한 깨달음


■ 작품 해설

 이 시는 번뇌로부터 벗어나 삶에 대한 깨달음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을 산을 오르는 과정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화자는 믿음의 흔들림 때문에 ‘무명(無明)’ 속에 갇혀 있음을 인식하고, 삶이 어둠 속에서 암벽을 타는 것처럼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화자는 행복이나 불행에 연연해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삶의 자세를 다짐하고 있다.

 - 꿈을 담는 틀, ‘역대급 현대문학의 모든 것’ 참고



■ 작가 소개

오세영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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