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벽루 - 이색


■ 본문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 

暫登浮碧樓 (잠등부벽루) 

城空月一片 (성공월일편)   

石老雲千秋 (석로운천추) 

麟馬去不返 (인마거불반) 

天孫何處遊 (천손하처유) 

長嘯倚風岉 (장소의풍등) 

山靑江自流 (산청강자류)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성은 텅 빈 채로 달 한 조각 떠 있고 

오래된 조천석 위에 천 년의 구름 흐르네. 

기린마는 떠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데 

천손은 지금 어느 곳에 노니는가? 

돌다리에 기대어 휘파람 부노라니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 핵심 정리

형식 : 오언율시

연대 : 고려 말

표현 : 대구법, 대조법

성격 : 회고적, 충의적, 민족적, 애상적

어조 : 회고적인 어조

구성 :

특징 : ‘달, 구름’으로 대표되는 ‘무한’한 ‘자연’과 이와는 대비되는 ‘유한’한 인간의 대비를 통해 ‘무상함’을 강조하고 있다.

주제 : 인간 역사의 무상함에 대한 한탄, 지난 역사의 회고와 고려의 국운(國運) 회복의 소망과 인생 무상 

의의 : 인간 역사의 유한함과 자연의 영원함을 대조적으로 표현하여 지난 날의 찬란한 역사를 회고하며 그와 대비되는 현재의 모습에서 인생 무상에 젖어 있다.


■ 현대어 풀이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명소인 부벽루에 올라 보았다.

  부벽루에 오르니 성은 텅 비어 있고, 하늘에는 희미한 조각달만이 텅 빈 성 안을 비추며 쓸쓸한 심정을 더욱 북돋는다. 바위가 닳을 정도로 길게 흐른 시간에 구름도 천 년을 흘러갔다 생각하니 인간 역사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그 옛날 동명왕을 태우고 이곳에 온 기린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절대 권력을 누리던 동명왕은 지금 무엇이 되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힘없이 돌계단에 기대어 길게 휘파람을 불면서 지나간 역사를 회고해 본다. 부벽루는 폐허가 되었는데도 산은 여전히 푸르고 강은 끊임없이 흐른다.


■ 작품 해설 1

  그 옛날 찬연했던 고구려의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고, 다만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퇴색한 자취만이 남아있는 데에서 이 시의 시상이 출발한다. 이 시의 작가인 이색은 고려의 멸망을 안타까워하며 조선의 건국을 끝까지 반대한 인물로서, 조선의 건국 후에는 두문불출하며 지냈다고 한다. 작가는 부벽루에 올라 지난날의 찬란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텅 비어있는 평양성을 바라보면서 영화롭던 시절의 고구려를 회상한다. 그리고 자연의 영원함에 대비되는 인간 역사의 유한함을 깨닫고 권력과 인생의 덧없음에 쓸쓸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작가가 위대한 건국 영웅이었던 동명왕의 일을 노래한 점에 주목하면, 이 시를 지은 동기가 단순히 회고적 정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고려는 원(元)나라의 오랜 침략을 겪고 난 이후여서 국가적으로 극히 쇠약한 형편이었는데, 작가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고구려의 웅혼한 역사를 일으킨 동명왕의 위업을 다시금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에는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로 소급해 올라가는 한편 과거의 역사를 통해 다시금 현재를 비추어보는 양면적 시각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작자 이색이 고구려의 유적지인 평양성을 지나면서 읊은 서정적 한시이다. 5언 율시의 이 작품은 퇴락한 옛 성터에서 인간 역사의 유한함과 덧없음, 그리고 자연의 영원함을 대비시키면서 느끼는 쓸쓸한 감회를 오히려 호방한 기세로 노래하고 있다. 작가는 지금 평양을 여행하고 있다. 영명사를 거쳐 부벽루에 올라 보니, 옛 성터는 퇴색했고 당시의 주인공은 간 곳이 없다. 바람 부는 돌계단에서 쓸쓸한 회포를 휘파람에 날려 보내는데 산과 강은 의구히 그대로이다. 역사와 경물(景物)과 시인의 정서가 잘 어우러지고 있다.

 그 옛날 찬연했던 고구려의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고, 다만 지난 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퇴색한 자취만이 남아 있는 데서 시상(詩想)은 출발하고 있는데, 하늘에 걸린 한 조각의 달과 천 년을 두고 흐르는 구름이 유한성과 무한성을 대조적으로 나타내면서 쓸쓸한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이 작품에서 지은이는 회고적 동기만으로 노래하지 않고 있다. 서글픈 심정으로 옛 왕조의 자취를 읊기보다 위대한 건국 영웅이었던 동명성왕의 위업을 노래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 작품이 쓰여 질 당시 고려는 원나라의 오랜 침략을 겪고 난 뒤여서 극히 쇠약한 형편이었는데, 지은이는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고구려의 웅혼한 역사를 일으킨 동명성왕의 위업을 다시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로 소급해 올라가는 시각과 함께, 과거의 역사를 통해 다시금 현재를 비추어 보는 시각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한문 문학이면서도 소재의 특성 면에서 민족 문학적 성격이 드러나는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즉, ‘부벽루’라는 민족적 소재와 향토적 풍경을 노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고구려의 역사적 숨결이 실려 있는 고장인 평양 여행의 체험을 통해 민족 의식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심화 내용 연구

1. ‘부벽루’에 나타나 있는 정서

  ‘부벽루’는 영화롭던 옛 왕조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퇴락한 텅 빈 성만이 남아 있는 고구려의 유적지에서 느낀 인간 역사의 유한함을 노래하면서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인간 역사의 유한함이 자연의 영원함과 대비됨으로써 인생무상(人生無常)의 정서와 함께 애상과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은 정서는 소재를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2. ‘부벽루’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태도

  이 시는 전체적으로 역사의 무상함에 대한 탄식을 담고 있지만, 시적 화자가 단순히 옛날 일을 떠올리면서 슬픔에 젖어 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색이 역사의식을 소유한 당시의 진보적 지식인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살필 때, 단순히 유구한 역사와 유한한 인간의 허무함이라는 일반적 주제로만 파악하는 것은 부족하다.

  ‘부벽루’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연 풍경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소재들은 우리나라 과거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역할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자주적 민족 국가인 고구려 시대부터 유래한 유구한 역사가 고려에 이르러 원나라의 간섭으로 위기에 처한 사실을 인식하고 이것에서 탈피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역사의식이 묻어 있는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마지막 구절도, 고구려의 유산인 ‘부벽루’를 둘러싼 ‘변함없는 푸른 산’과 ‘끊임없이 흐르는 강’을 통하여 강성했던 고구려의 역사가 영속적으로 살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색은 소재나 용어 선택의 측면에서도 ‘영명사’, ‘부벽루’와 같은 우리 지명과 ‘인마’, ‘천손’ 등과 같은 우리 역사와 관계된 말을 시에 과감히 사용함으로써, 우리의 유구한 역사를 환기시키려 했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이는 원나라에 핍박당했던 현실에서 벗어나 옛날 고구려의 자주적 민족 국가로의 위상을 회복해야겠다는 고려 지식인의 역사의식에서 나온 의도적 소재 선택이나 용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3. ‘부벽루’의 창작 동기

 이 작품은 부벽루에 올라 변함없는 자연과 함께 지금은 가고 없는 동명왕을 회고한 작품으로, 시상의 전개가 매우 웅대하고 호방하다. 당시 원나라의 오랜 침략을 겪고 난 뒤여서 국가의 힘이 극히 쇠약한 형편이었다. 시인은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고구려의 웅혼한 역사를 일으킨 위대한 영웅 동명왕의 위업을 떠올림으로써 현재의 나라의 형편이 그 옛날과 같이 강성해지기를 소망하고 있다.


4. ‘부벽루’의 운율적 특징

 허균(許筠)은 이 시가 “꾸미지도 않고 탐색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음율(音律)에 합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시는 고시로서 소리와 시인의 마음을 중히 여겨 내용의 변화에 따라서 음절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함련에 보이는 ‘성공(城空)’은 종성이 서로 같은 ‘ㅇ’ 유성음인데, 이는 텅 빈 성의 공간적 이미지를 묘사한 것이다. 또한 경련에서는 ‘인(麟), 반(返), 천손(天孫)’ 등 종성음이 ‘ㄴ’유성음인데, 이는 기린마를 타고 떠난 동명왕의 시공을 초월한 행적을 부각시킨다. 특히 미련에서는 ‘장(長), 풍(風), 등(磴), 청(靑), 강(江)’ 등이 모두 ‘ㅇ’유성음으로 되어 있는데,이는 ‘긴 휘파람 소리’, ‘바람이 세차게 부는 돌계단’, ‘변함없이 푸른 산’, ‘끝없이 흐르는 물’ 등 유유한 자연과 마주하고 있는 작가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출하기 위한 의도적 장치인 것이다.


■ 작가 소개

 이색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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