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천가 - 김진형

1. 본문 일부(EBS수능특강)

본관과 초면이라 서로 인사 다한 후에 본관이 하는 말이
김 교리 이번 유배 죄 없이 오는 줄은
북관 수령 아는 바요 온 백성이 울었으니
조금도 슬퍼 말고 나와 함께 노십시다
악공 기생 다 불러라 오늘부터 놀자꾸나
그러나 이내 몸이 유배 온 사람이라
꽃자리에 손님 대접 기생 풍류 무엇이냐
일일이 물리치고 혼자 앉아 소일하니
경내의 선비들이 소문 듣고 배우기를 청하며
하나 오고 두셋 오니 육십 명 되는구나
책 끼고 와 배움 청하고 글제 내어 골라 달라 부탁하네
북관의 수령 관장 무장만 보다가
문관의 명성 듣고 한사코 달려드니
내 일을 생각하면 남 가르칠 공부 없어
아무리 사양해도 벗어날 길 전혀 없어
밤낮으로 끼고 앉아 글로 세월 보내도다
고향 생각나면 시를 짓고 심심하면 글 외우니
변방의 외로운 몸이나 시와 술에 마음 붙여
문밖으로 안 나가고 편히 편히 날 보내다
가을바람에 놀라 깨니 변방 산에 서리 왔네
남쪽 하늘 바라보면 기러기 처량하고
북방을 굽어보니 오랑캐 땅이로다
개가죽 상하의는 상놈이 다 입었고
조밥 피밥 기장밥은 주민의 양식이네
본관의 큰 은혜와 주인의 정성으로
실낱같은 이내 목숨 한 달 반을 보존했네 (중략)
이 몸이 이른 곳이 신선의 동굴이라
평생의 인연으로 선계에 자취 남겨
바람에 부친 듯이 이 광경 보는구나
연적봉 지난 후에 선연을 따라가니
연화봉 절바위는 하늘에 솟아 있고
배바위 서책봉은 눈앞에 솟아 있고
생황봉 보살봉은 신선의 동굴이네
매향은 술잔 들고 만장운 한 곡조 부르고
군산월 앉은 모습 분명히 꽃이로다
오동나무 거문고에 금실로 줄을 매어
대쪽으로 타는 모습 거동도 곱거니와
가냘픈 손결 끝에 오색이 영롱하다
너의 거동 보고 나니 군명이 엄하여도 반할 뻔하겠구나
미인 앞에 영웅 열사 없단 말은 역사책에도 있느니라
내 마음 단단하나 너한테야 큰소리치랴
본 것이 큰 병이요 안 본 것이 약일런가
이천 리 변경에서 단정한 몸으로
귀양살이 잘한 것이 모두 다 네 덕이로다
양금 연주 끝낸 후에 절집에 내려오니
산승의 음식 보소 정갈하고 향기롭다
이튿날 돌아오니 회상대서 놀던 일이 전생인가 꿈속인가
하늘 끝 나그네가 이럴 줄 알았던가
흥 다하여 돌아와서 수노 불러 분부하되
칠보산 유산 때는 본관이 보냈기에 기생을 데려갔으나
돌아와 생각하니 호사스러워 불안하다
다시는 기생이 못 오도록 지휘하라
선비만 데리고서 시 짓고 술 마시니
청산은 글이 되어 술잔에 떨어지고
녹수는 그림 되어 종이 위에 단청된다
군산월 고운 모습 꿈에서 깬 듯하다

 

2. 핵심 정리

• 갈래 : 유배 가사, 양반 가사, 기행 가사    • 성격 : 회고적, 풍류적, 체험적, 사실적, 낙관적
• 주제 : 유배지에서 느끼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귀향에의 기쁨
• 특징 :
 ① 현실 비판적 태도와 유교적 충의 사상이 동시에 나타남.
 ② 유배지에서의 풍류 생활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유배가사와 차이를 보임.
 ③ 공간의 이동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고 있음.
 ④ 중국의 고사와 사자성어를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강조함.
 ⑤ 요약적 진술을 통해 사건 전개에 속도감을 부여함.
• 구성 : 
 서사 - 유배를 가게 된 계기와 심정
 본사 1 - 한양에서 북관까지의 유배 여정
 본사 2 - 북관에서의 융숭한 대접과 칠보산 유람
 본사 3 - 북관에서 명천까지의 유배 여정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본사 4 - 유배에서 풀려난 후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과 재회한 기쁨
 결사 - 유배 생활에 대한 평가와 자기 위로(군산월과의 인연을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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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철종 때 김진형이 함경도 명천으로 귀양을 간 경험을 노래한 장편 가사이다. 자신이 유배를 가게 된 내력과 유배지에 있는 유생들과의 교류,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 유배지에 있는 기생들과의 풍류와 연정 등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의 체험에 바탕을 둔 사실적인 묘사와 서술은 조선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잘 포착하고 있으며, 다양한 표현법과 예술적인 형상화 또한 높이 평가되고 있는 작품이다. 수록 부분에서는 북관에서 그곳 수령의 융숭한 대접을 받은 후 북관에 있는 칠보산을 유람하게 된 계기와 칠보산 관람의 견문과 감상 등을 제시하고 있다.

- EBS, 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4. 심화 내용 연구

1. 장편 유배 가사 「북천가」의 창작 배경에 대한 이해(수능특강 사용 설명서 참고)

 북천가 김진형의 귀양 경험이 반영된 장편 기행 가사이다. 김진형은 늦은 나이인 50세(1850년)에 증광 문과에 병과로 급제해, 1853년(철종) 홍문관 교리로 있을 때 이조 판서 서기순이 공적인 일을 저버리고 당리만 꾀한다고 그를 탄핵했다가 수찬 남종순에게 공격을 당해 함경도 명천으로 유배되었다. 이 작품은 그 유배 생활과 다시 방면되어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읊은 가사이다. 상소를 올렸다가 유배를 떠나게 된 신세, 서울로부터 북관까지 가는 과정, 북관에서 받은 융숭한 대접과 칠보산 구경, 기생 군산원과의 사랑, 북관에서 유배지 명천까지의 여정, 명천에 당도하자마다 방면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과정 등을 보여주고 있다.

 

2. 북천가에 담긴 두 가지 의식(수능특강 사용 설명서 참고)

 - 풍류에서 오는 흥취 : 유배지로 가는 길, 유배지에서 보거나 들은 경험을 드러낸다. 산수를 유람하며 기생들과 풍류를 즐긴다.

 - 사대부로서의 체면 : 유배 생활을 가볍게 다루는 것에 대한 사대부의 비난을 의식하여 표면적으로 풍류를 거부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취한다. 또한 유배지의 선비들에게 학문적 영향력을 미치며 글을 가르치기도 한다.

 

3. 북천가의 여정

한양 : 상관의 비리를 고발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명천으로의 귀양에 오르게 됨.
서울에서 북관 : 양주, 철원, 원산, 고원, 초원, 함흥, 홍원, 북천을 거쳐 북관에 도착함.
북관 : 북관 수령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고 칠보산을 유람함.
북관에서 명천 :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슬퍼함.
명천 : 명천에 도착하자마자 방면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됨.
명천에서 안동 : 한양을 거쳐 고향인 안동으로 돌아오면서 가족과의 재회를 기대함.
안동 : 한가로이 지내면서 군산월과의 인연을 생각함.

 

5. 작가 소개

김진형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김진형

1801(순조 1)∼1865(고종 2). 조선 후기의 문신. [개설] 본관은 의성(義城). 자는 덕수(德錘), 호는 겸와(謙窩) 또는 청사(晴蓑). 아버지는 김종수(金宗壽)이다. [생애와 활동사항] 1850년(철종 1)증광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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