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별곡 - 권근



■ 본문

1장

북한산의 남쪽, 한강의 북쪽, 옛날부터 이름난 경치 좋은 땅, 광교, 종로 건너 들어가 휘휘 늘어진 소나무, 우뚝 솟은 잣나무(사직의 원로 대신), 위엄 있는 사헌부


(위) 청렴한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엽) 영웅 호걸 당대의 인재들 영웅 호걸 당대의 인재들

(위) 나를 위시하여 몇 사람입니까?


2장

닭이 이미 울고 날이 밝아 올 때, 잣나무가 호위하듯 길게 늘어선 길로, 대사헌, 노집의, 장령, 지평 등 사헌부 관리들이 아름다운 가마를 타고, 앞에서 길을 치우고 뒤에서 옹위하며, 잡인의 통행을 막으면서,


아, 사헌부로 등청하는 광경, 그것이 어떠합니까?

엄숙하도다. 사헌부의 관리들, 엄숙하도다, 사헌부의 관리들,

아, 허물어진 기강을 떨쳐 일으키는 광경이 그 어떠합니까?


3장

각 방에서 아침 인사가 끝난 후 대청에 가지런히 앉아, 도를 바로 잡고 의를 밝히며 고금의 일을 참작하여, 정치의 득과 실, 민간의 이해관계에 관한 폐단을 조목조목이 구제하여,


아, 서장으로 올리는 광경, 그것이 어떠합니까?

임금은 현명하고 신하는 충직한 태평성대, 임금은 현명하고 신하는 충직한 태평성대,

아, 임금이 신하의 직간을 자연스럽게 듣는 광경, 그것이 어떠합니까?


4장

회의가 끝난 후 공무를 마치니, 방주 유사들이 의관을 벗고 서로 선생이라 부르며 섞어 앉아, 진귀한 요리에 좋은 술을 잔에 가득 부어,


아, 권해 올리는 광경, 그것이 어떠합니까?

즐겁도다 선임감찰, 즐겁도다 선임감찰.

아, 술에 취한 광경, 그것이 어떠합니까?


5장

초나라 상수의 물가에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제 정신을 못 차리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다’고 읊조린 굴원이 그대는 좋은가? 절의를 지켜 녹문산에 들어가 은거했던 맹호연이 그대는 좋은가? 현명한 임금과 충성스런 신하가 만나 이룩한 태평성대에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것이야말로 나는 좋습니다.


■ 핵심 정리

․ 갈래 : 경기체가

․ 제재 : 사헌부

주제 : 사헌부의 위엄 칭송, 조선왕조의 정치 이념에 대한 긍정과 미래에 대한 찬양

․ 특징 :

 ① 3․3․4조의 3음보 율격을 활용하여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② 한자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인물들의 행위를 나열하고 있다.

 ③ 공간의 이동이 나타난다.

 ④ ‘경 긔 엇더ᄒᆞ니잇고’의 반복을 통해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조선 왕조 건국 초기의 집권 사대부의 낙천적인 정치의식을 나타낸다. 백성에게는 편안한 삶을 보장하고 국가 통치에는 도덕적 규범성을 부여하는 일을 하는 사헌부의 하루 일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는 5장으로 <제1장>에서는 사헌부의 위치와 늠름한 모습을, <제2장>에서는 사헌부에 등청하는 모습을, <제3장>에서는 직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제4장>에서는 퇴청 이후 관원들이 잔치하는 모습을, <제5장>에서는 집권층과 다른 계층을 의식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하는 자세를 노래하고 있다.

- 2017년 EBS 수능특강 문학 참고


■ 작품 해설 2

 조선 초기에 권근(權近)이 지은 경기체가(景幾體歌) 형식의 가요. 총 5장. ≪악장가사≫에 수록되어 있다. 주로 궁중에서 연악(宴樂)으로 쓰이던 송도가(頌禱歌)로서 악장문학에 속한다.

 제목에 보이는 상대(霜臺)는 사헌부를 가리키는 것으로, 작자가 1399년(정종 1) 대사헌을 맡았으니, 그 뒤의 어느 시기에 사헌부에서 하는 일을 칭송한 이 노래를 지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장체(聯章體)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1장부터 4장까지는 경기체가의 정격(正格) 형식을 정연히 지켰으나, 끝의 5장은 형식을 상당히 벗어나 변격(變格)으로 되어 있다.

 ≪용재총화 慵齋叢話≫ 권1에는 사헌부에 등청하는 광경부터 시작하여 방주(房主) 감찰의 임무와 신관을 맞는 까다로운 여러 절차에 따른 신참례(新參禮)가 해학 넘치게 묘사되어 있어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사헌부는 새 왕조의 기강을 바로잡는 기관이다. 서릿발 같은 기세로 새 왕조에 반대하는 세력을 규찰하고 엄격한 질서를 수립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았으니, 거기서 일하는 관원은 차림새가 대단히 엄격하고 자부심도 남달랐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새 왕조의 기강을 바로잡고자 하는 취지를 펴기 위해 이 작품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내용을 보면 1장에서는 새 왕조의 도읍터가 천년승지임을 말하였다. 이어서 서울의 거리와 사헌부의 엄숙한 기풍 및 관원들의 기상과 자기과시를 노래했다. 2장에서는 사헌부 관원들이 관청에 출근하는 광경에서 씩씩하고 믿음직한 자태를 묘사하였다. 3장은 임금의 현명함과 신하의 충직한 모습을 그리면서 태평성대를 기린 것이다. 4장에서는 관원들이 일을 끝내고 술잔치에서 즐기는 장면을 노래하였으며, 5장에서는 어진 임금과 충성스런 신하들이 어우러진 태평성대에 훌륭한 인재들의 모임이 더욱 좋다는 것을 노래하였다.

 이처럼 사헌부에서 하는 일을 하나씩 서술하면서 자부심이 공연한 것이 아님을 제시하였다. 5장은 이러한 감격을 총괄하느라고 경기체가의 특유한 형식에서 이탈한 것이다. 격정적인 감정의 표출은 형식의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충동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장르상으로 볼 때는 경기체가에 귀속된다. 형성기의 경기체가로서 장르양식을 굳혀가는 과도기적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또, 경기체가 최초의 작품인 <한림별곡 翰林別曲>의 표현양식을 적극 수용한 점에서 두 작품 사이의 맥락을 짚어볼 수 있다.

 <상대별곡>은 ‘군명신직지사(君明臣直之詞)’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면서 성종대의 연향에서 가창되었고(성종실록 권 200), 사헌부의 소미연(燒尾宴 : 선비의 자제가 처음으로 진사에 합격한 때 행하는 잔치)에서나(증보문헌비고 권 107), 사헌부 관원들의 주연에서도 노래로 불렸다는 기록(용재총화)이 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5장 분절체 형식의 경기체가

 1장(정격) : 새 왕조의 도읍터가 천년승지임을 말하고 이어서 서울의 거리와 사헌부의 엄숙한 기풍 및 관원들의 기상과 자기 과시 – 추상같은 사헌부의 위용

 2장(정격) : 사헌부 관원들의 등청하는 광경에서 씩씩하고 믿음직한 자태를 묘사함 – 사헌부 관리들의 등청하는 모습과 씩씩한 기상

 3장(정격) : 임금의 현명함과 신하의 충직한 모습을 그리면서 태평성대를 구가함 – 사헌부의 공명정대한 정사

 4장(정격) : 관원들이 일을 끝내고 술잔치에서 즐기는 장면을 노래함 – 공무를 마친 후의 흥겨운 술자리

 5장(변조) : 어진 임금과 충성스런 신하들이 어우러진 태평성대에 훌륭한 인재들의 모임이 더욱 좋다는 것을 노래 –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새 왕조의 확립에 이바지하는 긍지


■ 작가 소개

 권근 – 국어국문학자료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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