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훨훨 나는 저 꾀꼬리 翩翩黃鳥 (기)
→ 시적 화자의 서정을 불러일으키는 동기가 되는 제재인 꾀꼬리의 모습을 묘사하여 자신의 외로운 처지와 대비시키고 있다. 여기서 꾀꼬리는 시적 화자와 대조되어 외로움을 증폭시키는 존재이다.
암수 다정히 노니는데 雌雄相依 (승)
→ 꾀꼬리의 정다운 모습을 통해 자신의 고독하고 슬픈 정서를 환기시키고 있다. 제1구와 함께 이 노래의 배경 역할을 한다.
외로울사 이 내 몸은 念我之獨 (전)
→ 여기에서의 ‘독(獨)’은 임을 여읜 서정적 자아의 심정이 단적으로 집약된 단어이다. 시상이 객관적 상관물인 꾀꼬리에서 서정적 자아의 세계로 바뀌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뉘와 함께 돌아가리 誰其與歸 (결)
→ 함께 돌아갈 사람을 잃은 데서 오는 슬프고 고독한 감정이 절정에 이른 구절이다. 제3구와 함께 ‘펄펄 나는 꾀꼬리’와는 대조적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꾀꼬리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을 시적 화자의 모습을 떠올릴 수가 있겠다. 4구는 짝을 잃은 자신의 외로운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쓸쓸한 탄식으로 여운을 남기고 있다.
■ 핵심 정리
지은이 : 고구려 2대 유리왕
갈래 : 4언 4구 한역 시가, 개인적 서정시
성격 : 우의적, 애상적
어조 : 비극적이면서도 감정이 절제된 목소리
특징 :
① 자연물을 빌려 우의적으로 표현
② 대조, 의태, 설의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외로운 심정을 노래
③ 한시의 전형적인 선경후정의 방식을 사용함
제재 : 꾀꼬리
주제 : 짝을 잃은 슬픔(외로움), 임을 잃은 슬픔
출전 : <삼국사기> 권13, 고구려 본기
의의 :
① 현전하는 최고(最古)의 개인적 서정시
②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단계의 가요로 ‘공무도하가’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서정시로 추정된다.
■ 작품 해설 1
이 노래는 고구려 제2대 유리왕의 설화에 나오는 삽입 가요로, '구지가'가 주술적인 집단 무요(舞謠) 또는 노동요의 성격을 띤 시가임에 비하여 이 노래는 고대인의 이별을 소박하게 노래한 개인적 서정시이다. 또한 이 작품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정시로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당시의 주류를 이루었던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인 서정을 노래한 작품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주제 또한 평이하여 독자에게 강한 호소력을 느끼게 한다. 이 노래의 소재는 '꾀꼬리'라는 자연물이고, 주제는 '사랑하던 임을 잃은 외로움과 슬픔'이다. 즉, 주체할 수 없는 실연의 아픔을 꾀꼬리라는 자연물에 의탁하여 우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찍이 유리왕은 아버지를 이별하고 어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어머니 곁을 떠나 남방으로 방랑하게 되었고, 끝내는 왕비까지 잃게 되어 화희와 치희의 두 계비를 맞이하는 등 애초부터 정에 굶주리고 있었다. 이러한 그가 두 계비 간의 사랑 싸움으로 치희를 잃게 되자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 것은 당연하다. 때마침 정다운 모습으로 펄펄 나는 한 쌍의 꾀꼬리는 두 계비의 시샘과 자신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어우러지면서 그 비애감을 한 층 더하게 하였으니, 이 시의 모티브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허탈에 빠진 왕은 나무 그늘에 무심히 앉아 있었다. 때마침 나뭇가지에는 황금빛 꾀꼬리 한 쌍이 서로 부리를 맞대고 정답게 놀고 있었다. 무슨 사랑의 이야기나 나누는 듯 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왕은 그 순간 과거의 그 즐거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더욱 뼈저리는 고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노래의 짜임은 극히 단순하나 완벽한 대칭 구조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짝을 이루어 즐거이 노니는 꾀꼬리와 홀로 있는 사람, 하늘을 나는 가벼움과 외로운 심사의 무거움, 그리고 마지막 구절 뒤의 쓸쓸한 여운이 서로 대립하고 중첩되면서 그리움의 간절함과 깊이를 보여 준다. 개인의 감정을 꾀꼬리라는 자연물에 이입시킨 대조적 표현이 돋보인다. 짤막한 이 한 편의 노래에서 우리는 왕으로서 유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유리왕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 그에게서 따뜻한 정감이 흐르는 훈훈함을 맛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이 작품은 현대적인 관점 다시 말해서 일부일처제의 관점에서 볼 때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왕이 한 여자만이 아니라 다수를 거느렸던 때인지라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보아야 한다. 또한 보통 계급과는 다른 지도자였던 왕조차도 사랑 문제에서는 이렇게 심각한 가슴앓이를 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인간의 감정에는 신분 차이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또한 인간은 평등하다는 절대적인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 작품 해설 2
B.C 17년(유리왕3년)에 지어진 노래로서, 왕비를 잃은 유리왕이 돌아오는 길에 나무 밑에서 쉬다가 암수 서로 정답게 놀고 있는 꾀꼬리를 보고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노래한 순수 서정시이다. 그 노래가 시경체(詩經體)로 한역되어 전한다. 국문학 발생 초기의 집단 서정 문학에서 개인 서정 문학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성격을 띠는 노래이다.
이 노래의 짜임은 단순하다. 제1, 2행과 제3, 4행이 내용상 대칭 구조로 짜여 있으면서 자신의 외로움을 대비시켜 부각시키고 있다. 사랑을 잃은 처지에서 정다운 쌍을 본다는 것은 그 아픔을 더욱 고조시키는 대비적 소재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대비되는 외부 상황과 결부시켜 그 아픔을 더욱 크게 느끼곤 한다. 이 노래는 그러한 아픔의 원초적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정다운 모습으로 펄펄 나는 한 쌍의 꾀꼬리는 왕비 송씨의 죽음과 두 계비의 시샘, 그리고 자신의 갈등과 어우러지면서 그 비애감을 한층 더하게 하였을 것이다. 물론 이 노래의 지은이인 유리왕의 신화적 성격에 비추어 이 노래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특히, 두 왕비의 이름이 화희(禾姬, 벼)와 치희(雉姬, 꿩)라는 점에 비추어 역사적으로 부족 간의 갈등과 그 타협, 타협의 실패를 겪는 고구려 초기의 임금이었던 유리왕의 비애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 심화 내용 연구
1. ‘황조가’의 시상 전개
① 선경후정(先景後情)의 시상 전개 : 이 노래는 자연물의 모습을 먼저 제시한 후 화자의 정서를 노래하는 선경후정의 시상 전개 방식을 따르고 있다. 즉 1, 2행에서는 꾀꼬리의 정다운 모습을 제시하고 3, 4행에서 임을 잃은 화자의 슬픔과 고독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② 기승전결의 시상 전개 : 이 노래는 ‘기-승-전-결’에 따른 시상 전개 방식을 따르고 있다. 먼저 1행에서는 가벽게 나는 꾀꼬리의 모습을 제시하고(기), 다음으로 2행에서는 암수가 서로 정답게 노는 모습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환기시키고 있다.(승) 그리고 3행에서는 시상이 화자로 전환되어 외로운 정서를 표현하고(전), 4행에서는 화자의 슬픔과 고독이 절정에 이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③ 대조에 의한 시상 전개 : 이 노래는 1, 2행과 3, 4행이 완벽한 대칭 구조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늘을 나는 꾀꼬리의 가벼움과 외로움으로 인한 화자의 무거운 심정, 짝을 이루어 즐겁게 노니는 꾀꼬리와 외롭게 있는 화자가 서로 대립적으로 중첩되면서 그리움의 간절함과 깊이를 드러내고 있다
2. 이 노래의 유래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유리왕3년에는 이 노래의 유래와 노랫말이 기록되어 있다.
유리왕 3년 7월에 골천에 머무는 별궁을 지었다. 10월에는 왕비 송씨가 죽자 왕은 두 여자를 후실로 얻었는데 한 사람은 화희()로 골천 지방의 여인이고 또 한 사람은 치희()로 한족의 여인이었다. 두 여자가 총애를 다투어 서로 화목하지 못하였다.
왕이 기산에 사냥을 가서 7일 동안 돌아오지 않았을 때 두 여자가 싸웠다. 화희가 치희에게 “너는 한족의 천한 계집으로 첩이 된 사람인데 왜 이리 무례한가?”하면서 꾸짓어 말했다. 치희는 부끄럽고 분하여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말을 몰아 쫓아갔으나 치희는 성이 나 돌아오지 않았다. 왕이 일찍이 나무 밑에서 쉬며 꾀꼬리들이 날아 모여드는 것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 노래하였다.
3. ‘황조가’에 대한 여러 견해
1. 이병기 : 원시적 서사 문학 가운데서 축수 또는 기원의 요소적인 부분이 분화 독립하여 서정시로 형성되었는데, '황조가'도 그 한 예이다.
2. 임동권 : 고구려의 민요로서 유리왕이 창작한 것이 아니라 가창했을 따름이다.
3. 정병욱 : 이 노래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전하는 제례 의식 중에서 남녀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불려진 사랑가의 한 토막이다.
4. 이명선 : 유리왕의 치희에 대한 개인적인 미련에서 불려진 것이 아니라. 종족간의 상쟁을 화해시키려다 실패한 추장의 탄식으로 이해된다.
4. 또 다른 해석
그 동안 학계에서는‘황조가’가, 삽입된 설화와 그 시대상을 고려할 때 서정시냐 서사시냐 하는 문제와 작자가 유리왕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여러 견해가 제기되어 왔다. 앞에서는 양주동 이래 학계의 통설이 되어 온 서정시설을 따랐으나 서사시로 보는 견해도 있다. 황조가를 서사시로 해석하면서 화희와 치희의 쟁투를 종족간의 싸움으로 보고, ‘황조가’의 배경에 설화적인 모습이 있는 것과 화희·치희의 이름이 토템적임을 들어 이에 동조하는 것이 그것이다.
한편 정병욱은 ‘황조가’는 오래 전부터 전승되어 오던 민요로서 유리왕 설화에 삽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 즉 황조가는 형식이나 내용으로 보아 중국의 시경과 같은 것으로서 연희석상에서 남녀간의 연정을 읊던 노래의 형태이고 그 기원은 이미 오래 된 것이며, 따라서 황조가의 작자는 유리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화(禾)’가 벼, ‘치(雉)’가 꿩인데 착안하여 화희와 치희의 쟁투에서 치희가 부끄럽게 여기고 유리왕 곁을 떠났음을 당시의 시대상과 결부시켜, 유리왕 대가 수렵 경제 생활 체제에서 농경 경제 생활 체제로 발전되던 역사적 사살을 신화적으로 투영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견해도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견해가 있지만, 확실한 논증이 없는 지금이 황조가에 대하여 여러 가지 추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이 시가의 내용을 보다 풍부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5. ‘황조가’와 김소월의 ‘산유화’
이 두 작품은 먼저 화자의 정서가 ‘고독’이라는 점과 표현면에서 자연물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표현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보인다. 즉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은 고독의 정서를 환기시키며, ‘작은 새’를 통하여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황조가’의 ‘새’가 화자의 외로움을 더욱 부각시키는 소재인 데 비해, ‘산유화’의 ‘새’는 화자의 감정이 이입된 소재라는 점에서는 차이점이 보인다.
■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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