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서 - 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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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 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2.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관념적, 상징적, 의지적
• 제재 : 생명
• 주제 : 생명의 본질 추구
• 구성 :
1연 : 삶의 본질에 대한 회의(懷疑)
2연 : 죽음과 고뇌뿐인 열사의 사막
3연 : 생명의 본질과 본질적 자아를 찾겠다는 의지
• 특징 :
① 관념적 어휘를 사용함.
② 남성적이고 의지적인 어조로 주제를 표현함.
③ 역설적인 시적 논리로 생명의 본질을 추구함.

3.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생명의 본질을 찾기 위한 강인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자신이 현실적으로 지니고 있는 지식이나 감정으로는 생명의 본질을 깨우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인해 허무와 회의감에 빠진 화자는 현실의 자아를 버리고 본질적 자아를 찾기 위해아라비아 사막으로 떠난다. 아라비아 사막은 일체가 사라진 죽음의 공간으로 화자는 이곳에서 현실의 모든 것을 잊고 본질적인 생명을 찾고자 하며, 만약 찾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표현할 만큼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다. 자신을 버려야만 참된 자아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나 죽음의 공간에 가서야 비로소 생명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는 역설적 관점이 드러난다.

- EBS 수능완성 해설 참고

 

4. 작품 해설 2

 이 시는 생명의 본질을 강인한 의지로 추구한 작품이다. 화자는 자신의 지식이나 감정으로는 생명의 본질을 깨우칠 수 없음을 알고서 ‘병든 나무’처럼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생명 본연의 존재 이유에 대해 회의를 품고, 삶의 허무와 회의감에 빠져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화자는 이러한 좌절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화자는 허무감에 빠진 현실적 자아를 버려야만 본질적 자아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라비아 사막으로 떠나게 된다. 그곳은 ‘알라의 신’만이 존재하는 ‘영겁의 허적’의 절대적 공간이며, ‘일체’가 사라져 버린 죽음의 공간이다. 여기에서 ‘일체’는 바로 화자가 현실적으로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화자는 바로 이러한 역설적 공간으로서의 아라비아 사막에서 치열하게 생명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참되고 순수한 생명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다진다.

 따라서 이 시는 ‘생명 의식’이라고 하는 관념적인 문제를 남성적인 독백체의 어조와 의지적인 태도로 노래하면서 자신을 버려야만 참된 자아를 찾을 수 있다는 역설적 사고를 통해 화자의 의지를 효과적으로 부각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천재교육, 해법문학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이 시에 나타난 역설적 논리는?(천재교육 참고)

 이 시의 화자는 세속적 현실에서 생명의 본질을 구하지 못한 채 그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아라비아 사막으로 떠난다. 그런데 생명의 본질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생명이 없는 아라비아 사막으로 설정되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이러한 역설적 표현에는 현실적 가치를 모두 버려야만 참된 가치를 구할 수 있다는 화자의 생각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화자의 의지가 담겨 있다.

2. 시어의 상징적 의미(천재교육 참고)

*아라비아 사막 : 화자가 생명의 본질을 구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의 공간
*병든 나무 : 현실에서 생명의 본질을 구하지 못하여 괴로워하는 화자
*알라의 신 : 시련과 고난의 극한 상태인 아라비아 사막에 존재할 수 있는 절대자
*나 ① : 1연의 1행과 1연, 3연 마지막 행의 ‘나’로, 현실 속에서 ‘생명의 본질’을 잃어버린 현실적 자아(화자)
*나 ② : 3연 3·4행의 ‘나’로, 극한의 공간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본질적 자아, 시인의 내면적 의지를 표상하는 자아

 

3. 떠남, 시련, 성취에의 의지(천재교육 참고)

 이 시는 ‘떠남(1연) → 시련(2연) → 성취(3연)’의 전개 과정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과정은 모두 생명이나 삶의 본질적 모습을 추구하기 위한 수련으로 이해할 수 있다.

 화자는 현실에서는 생명의 본질을 깨우칠 수 없음을 자각하고 원시 상태의 순수하고 본질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아라비아 사막’으로 떠난다. 여기서 ‘아라비아 사막’은 화자가 생명의 본질을 구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 공간으로, 일체의 모든 것이 죽어 사라지는 극한의 공간이다. 화자는 시련과 극한의 공간에서 구도자의 자세로 고행과 수련의 과정을 견디며 생명의 참모습을 발견하고자 한다. 또한 ‘원시의 본연적 자세’를 배우지 못하면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생명의 본질 추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6. 작가 소개

유치환 –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 2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0XX69100038

 

유치환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 1908~1967)은 ‘깃발’의 시인이다. 준열한 삶의 의지를 실어 나르는 한문 투성이의 그의 시들은 한과 애상, 그리고 여성적 비극의 정조로 물든 한

1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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