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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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2.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운율 : 내재율
• 성격 : 의지적, 설득적, 박애(博愛)적, 현실 비판적, 교훈적
• 제재 : 슬픔, 기쁨
• 주제 : 이기적인 삶에 대한 반성 촉구,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추구
• 특징 :
  ① 낯설게 하기의 기법을 통해 신선한 느낌을 줌.
  ② 역설적 표현을 통해 슬픔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김.
  ③ 추상적인 개념을 의인화하여 대화체의 형식으로 표현함.
  ④ 종결 어미의 반복으로 단호한 어조와 각 운의 효과를 지님.

3. 작품 해설 1

 이 시는 ‘슬픔’과 ‘기쁨’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어놓음으로써 이기적인 삶의 자세를 반성하고,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는 슬픔이 필요하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시의 화자는 ‘슬픔’이고 청자는 ‘기쁨’이다. 그런데 그 ‘슬픔’의 모습은 소외된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 때문에 눈물을 흘릴 줄 알며, 심지어는 이기적인 ‘기쁨’까지도 보듬고자 하는 긍정적인 존재이다. 이와 반대로 ‘기쁨’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이기적인 존재로 형상화되어 있다. 결국 이 시는 자신의 이익에는 민감하지만 타인의 고통에는 무관심하기 쉬운 우리의 이기적인 삶의 단면을 드러내면서 그러한 삶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참고

4. 작품 해설 2

 이 시는 슬픔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이기적인 삶의 자세를 반성하고, 진정한 사랑은 슬픔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자신의 행복에 취해서 자신만의 안일을 위해 남의 아픔에 무관심하거나 그 아픔을 돌볼 줄 모르는 이기적인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이 시는 ‘슬픔’이 ‘기쁨’에게 삶의 깨달음을 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시에서 ‘기쁨’은 겨울밤 거리에서 추위에 떨며 귤 몇 개를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깍으며 기쁨을 느끼는 존재를 상징한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자신을 부르는 것을 무시하고 평등하게 웃어 주지도 않으며,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에도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는 무관심의 사랑을 지니고 있는 존재이다. 이런 ‘기쁨’에게 ‘슬픔’은 질책을 하고 있다. ‘슬픔’은 사랑보다 소중한 것을 지니고 있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얼굴을 하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슬픔’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그리고 흘릴 줄 모르는 기쁨의 눈물을 위해 ‘기다림’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축복으로 내리는 ‘함박눈’과 ‘봄눈’을 가지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가가서 그 길을 함께 걷겠다고 말하고 있다. 즉, ‘슬픔’은 소외받고 불행한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기쁨에게 그들과 함께할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소외받고 불행한 사람들이 ‘기쁨’을 느낄 때까지 ‘슬픔’의 시간을 멈추인 채 기다리겠다는 뜻일 것이다.

- 디딤돌, ‘현대시 필수 아이템’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슬픔’과 ‘기쁨’의 동행이 가지는 의미

 화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외면하고, 이웃의 죽음에조차 냉담한 ‘너’에게 ‘슬픔’과 ‘기다림’을 주겠다고 한다. ‘너’가 소외된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고 이기적인‘기쁨’과 관련된 긍정적 존재라면, ‘나’는 남의 아픔을 보듬고 소외된 사람들을 사랑하는 ‘슬픔’과 ‘기다림’의 긍정적 존재이다. 시인은 이러한 의미를 통해 자신의 이익과 안일에만 급급한 나머지 이웃의 아픔에는 무관심한 이기적인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적 목소리는 대결이나 경쟁이 아닌 화합과 조화를 지향하고 있다.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걸어가겠다.’는 화자의 다짐에서 ‘슬픔’이야말로 진정 사랑을 나누는 방법임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시인이 지향하는 공동체의 모습에서 우리는 ‘슬픔’과 ‘기쁨’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그 무엇임을 깨닫게 된다.

 

2.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의 의미

 ‘낯설게 하기’는 러시아의 시클로프스키(V.Shklovsky)가 주장한 것으로 일상화되어 친숙하거나 습관화된 틀에 갇혀 있는 사물이나 관념을 낯설게 표현하여 새로운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정신의 습관적 태도에 충격을 가하여 낯익은 대상을 오히려 낯설게 만듦으로써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며, 이를 통해 심미적 즐거움을 맞보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반어나 역설, 도치 및 행이나 연 구분을 낯설게 하는 방법 등으로 실현된다. 이 시에서 시인은 슬픔과 기쁨에 대한 일반적 통념을 뒤집어 놓음으로써 슬픔과 기쁨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시키고,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6. 작가 소개

정호승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정호승

정호승은 정제된 서정으로 비극적 현실 세계에 대한 자각 및 사랑과 외로움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1950년 1월 3일 경남 하동 출생. 경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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