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 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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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2.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산문시
• 성격 : 고백적, 낭만적, 사색적
• 제재 : 사랑
• 주제 : 사랑의 간절함과 불편성에 대한 고백
• 특징 :
 ① 화자의 사랑을 자연 현상에 빗대어 표현함
 ② 반어적 기법으로 사랑의 간절함을 전달함

 

3. 작품 해설 1

 이 시는 ‘그대’를 향한 화자의 변함없는 사랑을 반어적 표현을 통해 강조하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기다림을 통해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사랑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변화무쌍하고 일시적이며, 때론 사치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언제나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그치는 눈처럼 언젠가는 끝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 시의 화자는 자신의 사랑을 모든 것을 감싸 안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랑, 즉‘기다림의 자세’로 승화하고 있다. 그 기다림이란 변함없음, 즉 영속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에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 현상처럼 자신의 사랑도 영원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기다림으로 승화된 사랑은 영원할 수 있기에 즐거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천재교육, 해법문학 현대시 참고

 

4. 작품 해설 2

 고등학생 때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게 된 시인이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표현한 시로, 고등학생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시적 표현이 뛰어난 작품이다. 영화에 삽입되면서 더욱 유명해진 이 시는 변함없는 자연 현상에 빗대어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1)에서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보잘 것 없는 하찮은 일이 아니라, 매일매일 반복되는 자연의 진리처럼 변함없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한없이 괴로워할 때에는 오랫동안 간직해 온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위로할 것이라고 한다. (2)에서 시적 화자는 그런 마음을 ‘기다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자신의 사랑이 눈이 그치듯이 언젠가 그칠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듯이 자신의 사랑도 기다림으로 변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특징은 산문 형식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는 제목 ‘즐거운 편지’에서 알 수 있듯이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을 편지의 형식을 빌려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또한 ‘사소한 일’이라는 반어적 표현을 통해 시적 화자의 그대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 디딤돌, 현대시 필수 아이템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제목이 ‘즐거운 편지’인 이유는?(해법문학 참고)

 이 시에서 화자는 ‘그대’에게 자신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쓰는 편지라면 당연히 ‘즐겁지 않은 편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화자는 이런 기다림의 고통을 사랑하는 ‘그대’를 위한 기다림의 기쁨으로 바꾸어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기 때문에 ‘즐거운 편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2. ‘즐거운 편지’의 반어적 표현(해법문학 참고)

이 시의 화자는 자신의 사랑을 사소하다고 말하고, 그 사랑이 언제가는 그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화자가 자신의 사랑이 소중하고 계속될 것임을 말하기 위해 사용한 반어적 표현으로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이 시의 중심적 표현 기법인 반어법은, 화자 자신의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선언할 수 없는, 그러나 그 영원성을 스스로는 믿으며 ‘그대’ 또한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3. 작가의 말(EBS, 국어 독해의 원리 참고)

 ‘즐거운 편지’를 쓸 무렵은 전쟁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와서 몇 년 되지 않은 삭막한 때였고, 프랑스에서 건너온 샤르트르류의 실존주의가 유행했던 때였습니다. 나는 그때 고등학교 학생으로서 실존주의를 잘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실존(實存)이 본질(本質)에 선행한다.’는 명제를 내용도 모르고 암기할 정도였지요. 하지만 실존주의적인 분위기만은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결정된 사랑은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사랑도 늘 새롭게 만들어 가야 되는 것이고, 늘 선택을 해야 되는 것이고, 그 생각이 이 연애시 속에 들어간 겁니다.

 

4. 황동규의 시 세계(해법문학 참고)

 황동규 시의 핵심에는 자아와 현실 사이의 갈등이 도사리고 있으며, 꿈과 이상을 억압하는 현실에 대한 부정이 시적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즉, 그는 현실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고통스러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시적 주제로 삼아 왔다. ‘태평가’를 비롯한 ‘삼남에 내리는 눈’은 이러한 주제를 담고 있으며, 시적 감정을 전달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반어적인 울림으로 드러난 경우이다.

 후기에 이르러 한층 유연해진 황동규의 어법은 ‘풍장(風葬)’ 연작시에서 삶과 죽음을 하나로 감싸 안으며 죽음의 허무를 초극한다. 죽음에 대한 명상으로써 삶의 무게를 덜고, 나아가 죽음조차 길들이겠다는 의미의 자유분방한 표현을 담고 있다.

 

6. 작가 소개

 

황동규

시인. 세련된 감수성과 지성을 바탕으로 견고한 서정의 세계에서 시작하여 체제 비판의 목소리와 죽음에 대한 탐구에 이르기까지 쉼 없고 경계 없이 시를 쓴다. 대표작으로 <우연히 기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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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엮어 읽기

김소월, 초혼

김소월, 먼 후일

정호승, 또 기다리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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