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문
흰 벽에는 ――
어련히 해들 적마다 나뭇가지가 그림자 되어 떠오를 뿐이었다. 그러한 정밀*이 천년이나 머물렀다 한다.
단청은 연년(年年)이 빛을 잃어 두리기둥에는 틈이 생기고, 볕과 바람이 쓰라리게 스며들었다. 그러나 험상궂어 가는 것이 서럽지 않았다.
기왓장마다 푸른 이끼가 앉고 세월은 소리없이 쌓였으나 문은 상기 닫혀진 채 멀리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밤이 있었다.
주춧돌 놓인 자리에 가을풀은 우거졌어도 봄이면 돋아나는 푸른 싹이 살고, 그리고 한 그루 진분홍 꽃이 피는 나무가 자랐다.
유달리도 푸른 높은 하늘을 눈물과 함께 아득히 흘러간 별들이 총총히 돌아오고 사납던 비바람이 걷힌 낡은 처마 끝에 찬란히 빛이 쏟아지는 새벽, 오래 닫혀진 문은 산천을 울리며 열리었다.
―― 그립던 깃발이 눈뿌리에 사무치는 푸른 하늘이었다.
* 정밀 : 고요하고 편안함
2.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 제재 : 문
• 주제 : 암울한 시대가 지나고 희망찬 새 시대를 맞이하는 감격
• 특징
① 비유와 상징의 시어들을 통해 시인의 의도를 표현하고 있음
② 색채어를 활용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음
③ 역사적 순환의 의미를 시의 주된 사상으로 활용하여 시인의 사상을 표현하고 있음
3. 작품 해설
어두운 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희망과 감격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문’이 닫혀 있는 모습에서 암울했던 시절을 떠올리고 있으며, 새벽이 오며 ‘문’이 열리는 모습을 통해 암울했던 시절이 지나고 희망에 찬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는 감격을 표출하고 있다. 이 시가 해방 직후인 1947년에 발표되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일제 강점의 암울한 시대가 지나고 해방을 맞이하는 감격을 표출한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 EBS, 수능 문제 풀이 해설 참고
4. 작가 소개
김종길
영문학자이면서도 고전적 소양에 시 세계의 근원을 둔 김종길은 시론 또한 고전적 안정성과 균형감각을 지니고 있어 학문적 성과를 뚜렷하게 보였다. 본명은 김치규(金致逵). 1926년 11월 5일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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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엮어 읽기
김종길의 ‘고고’, ‘성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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