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별곡(西京別曲) - 작자미상

1. 현대어 풀이

㉮ 서경(평양)이 서울이지만 / 새로 닦은 곳인 소성경(小城京)을 사랑합니다만 / (임과) 이별하기보다는 차라리 길쌈 베를 버리고라도 / 사랑만 해 주신다면 울면서 따르겠습니다.

㉯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 (임에 대한)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 네 아내가 음란한 줄을 몰라서 /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 (나의 임은) 대동강 건너편 꽃을 / 배를 타고 가기만 하면 꺾을 것입니다.

 

2. 핵심 정리

연대 : 고려 때

갈래 : 고려 가요

성격 :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3·3조가 주류)

제재 : 임과의 이별

주제 :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이다. 

 이 노래의 각 연은 시상 전개에 있어서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어조 역시 상당히 이질적이다. 1연과 3연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여인의 목소리가, 2연에서는 이성적인 어조를 지닌 남성의 목소리가 나타난다. 2연은 고려 가요인 ‘정석가’와 동일한데, 이는 당대에 이와 같은 구절이 유행했다는 점을 말해 주기도 하고, 구전되는 과정에서 후대 사람들에 의해 첨삭, 중복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노래는 단일한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당시 여러 노래들이 합성하여 만들어진 곡이 아닌가 추정해 볼 수 있다.

특징 :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의의 : "청산별곡"과 함께 창작성과 문학성이 뛰어나다.

 

3. 작품 해설 1

  ‘서경별곡’의 각 연은 시상 전개에 있어서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어조 역시 상당히 이질적이다. 1연에서는 임께서 사랑만 하신다면 정든 고향이나 여인으로서의 일상적 삶도 포기하고 끝까지 좇아가겠다는 적극적인 사랑의 자세를 표현하고 있지만, 2연에서는 임과 이별을 할지라도 자신의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임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강한 의지를 독백조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3연에서는 임을 배에 싣고 떠나는 사공에 대한 원망을 통해 이별의 서러움을 표현하는 한편, 떠나간 임이 다른 여인을 사랑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질투심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4. 작품 해설 2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로, 서민층에서 널리 불리다 궁중 음악으로 편입된 작품이다. 이별을 받아들이고 재회를 기다리는 다른 여성 화자와 달리 이별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며 원망과 질투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화자의 모습이 특징적이다. 

 1연에서 화자는 자신의 삶의 터전인 서경과 길쌈하던 베를 버리고서라도 떠나는 임을 따르겠다는 말로 이별을 거부하고 있고, 2연에서는 바위에 떨어져도 끊어지지 않는 끈을 통해 상대에 대한 변함없는 신의를 다짐하고 있다. 3연에서 화자는 임을 떠나게 하는 애꿎은 대동강가의 뱃사공을 원망하며, 임이 만나게 될 새로운 여인(‘꽃’으로 비유)에게 질투심을 드러내고 있다. 3연에 나타난 여성 화자의 질투와 푸념은 2연에 나타난 남성 화자의 굳은 다짐과 대비되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여성인 화자와 임, 사공 등의 구체적인 인물과 서경의 대동강가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제시하여 서사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 등을 사용하여 화자의 감정을 솔직하고 적극(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 꿈을 담는 틀, 교과서 전 작품 꿈틀 문학 자습서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서경별곡’에 나타난 ‘남녀상열지사’  

  고려 가요에는 남녀 사이의 사랑을 읊은 내용이 많은데, 조선시대 유학자들 사이에서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로 불리며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많은 고려 가요가 상실되었고, 지금 전하는 고려 가요의 내용도 많이 수정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속악(俗樂)의 ‘서경별곡’과 같은 것은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 가사이니, 매우 불가(不可)하다. 악보는 갑자기 고칠 수 없으니, 곡조에 의하여 따로 가사를 짓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기록되어 있다. ‘서경별곡’에서는 ‘대동강 건너편 고즐여~타들면 것고리이다’를 남녀상열지사라 볼 수 있을 듯하다. 꽃을 꺾는 것은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비유로서, 이러한 표현도 남녀 간의 애정 행위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간주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고려 가요의 형태적 특성

 고려 속요는 3·3·2, 혹은 3·3·3조의 3음보 연장체(聯章體)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연은 후렴구를 중심으로 전후절(前後節)이 나뉘는, 분절체(分節體) 형식을 취한다. 특히 다양한 후렴구는 민요적 성격을 반영하며,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매끄러운 리듬을 살리고 있다.

 

3. 화자가 사공을 원망하는 이유

 이 작품은 다른 고려가요처럼 이별이라는 현실과 임과 함께 있고자 하는 욕구가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임을 향한 마음에 변함이 없으며 임과 함께 있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임은 떠나고 있으며 화자는 사랑하는 임을 원망하지 못하고 엉뚱하게도 임을 실어 대동강을 건너 주는 뱃사공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다. 화자는 그렇게 함으로써 정서적으로나마 위안을 얻고자 한 것으로 알 수 있다.

 

4. 가시리'와 '서경별곡'의 화자의 태도

 ‘가시리’와 ‘서경별곡’은 다같이 이별을 노래한 작품이며, 그 화자가 여성이리라고 판단되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그러나 ‘가시리’가 자기 희생과 감정의 절제를 통해서 재회를 기약하는 이별가라면, ‘서경별곡’은 이별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함께 있는 행복과 애정을 강조한 이별가라고 하겠다. 따라서 ‘가시리’의 화자가 인고와 순종을 미덕으로 삼는 소극적이고 자기 희생적이며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교양을 갖춘 여인이라면, ‘서경별곡’의 화자는 사랑과 믿음을 중요시하는 자기 중심적이며 직선적인 성격의 여인이라 할 수 있다. ‘서경별곡’의 마지막 연의 내용은 이러한 감정을 구체화하고 있다. 즉, 화자가 사공에게 사공의 아내가 정분이 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어 사공을 집으로 돌려보냄으로써, 님이 대동강을 건너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작자미상 - 서경별곡.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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