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장유가 - 김인겸




■ 본문

<전략>

장풍(長風)에 돛을 달아 육선(六船)이 함께 떠나

삼현(三絃)과 군악 소리 산해(山海)를 진동하니

물소그이 어룡(魚龍)들이 응당히 놀라도다

해구(海口)를 얼핏 나서 오륙도(五六島) 뒤지우고

고국을 돌아보니 야색(夜色)이 창망(滄茫)하여

아무것도 아니 뵈고 연해변전(沿海邊津) 각 포(浦)에

불빛 두어 점이 구름 밖에 뵐 만하니

배방에 누워 있어 내 신세를 생각하니

가뜩이나 심란한데 대풍이 일어나서

태산 같은 성난 물결 천지에 자욱하니

크나큰 만곡주(萬斛舟)가 나뭇잎 부치이듯

하늘에 올랐다가 지함(地陷)에 내려지니

열두 발 쌍돛대는 지의(紙衣)처럼 굽어 있고

쉰두 폭 초석 돛은 반달처럼 배불렀네

굵은 우레 잔 벼락은 등 아래서 진동하고

성난 고래 동한 용은 물속에서 희롱하네

방 속의 요강 타고 자빠지고 엎어지고

상하 좌우 배방 널은 닢닢이 우는구나

이윽고 해 돋거늘 장관(壯觀)을 하여 보세

일어나 배 문 열고 문설주 잡고 서서

사면을 바라보니 어와 장할시고

인생 천지간에 이런 구경 또 어디 있을고

구만 리 우주 속에 큰 물결뿐이로세

등 뒤로 돌아보니 동래(東萊) 뫼이 눈썹 같고

동남을 바라보니 바다가 끝이 없어

위아래 푸른빛이 하늘 밖에 닿아 있다

슬프다 우리 길이 어디로 가는지고

함께 떠난 다섯 배는 간 데를 모를로다

<중략>

배방에 도로 들어 눈 감고 누웠더니

대마도 가깝다고 사공이 이르거늘

고쳐 일어나 나와 보니 십 리는 남았구나

왜선 십여 척이 예선차로 모두 왔네

그제야 돛을 치고 뱃머리에 줄을 매어

왜선에 던지니 왜놈이 줄을 받아

제 배에 매어 놓고 일시에 내리니

선행(선행)이 안온하여 좌수포(佐須浦)로 들어가니

신시는 되어 있고 복선(卜船)은 먼저 왔다

포구(浦口)로 들어가며 좌우를 둘러보니

봉만(峯巒)이 삭립(削立)하여 경치가 기절(奇絶)하다

송삼(松杉) 죽백(竹柏) 귤유(橘柚) 등감(橙柑) 다 모두 등청일세

왜봉(倭奉) 여섯 놈이 검도정(劍道亭)에 앉았구나

<후략>


■ 핵심 정리

갈래 : 기행가사, 장편가사

성격 : 사실적, 서술적, 직서적

제재 : 계미 통신사 사신 행차 과정(일본의 풍속, 제도, 인정 등)

특징

① 시간과 여정에 따른 추보식 구성

② 대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묘사

③ 대구, 직유, 과정 등 다양한 표현법의 사용

④ 작가의 예리한 비판 정신과 재치, 해학이 두드러짐 

⑤ 우리말로 쓰인 기행가사로 외교사적, 역사적 의의가 있음

주제 : 계미 통신사의 여정과 일본 문물에 대한 견문과 감상


■ 작품 해설 1

  김인겸이 약 11개월 동안 일본에 체류하면서 보고 느낀 일본의 문물, 제도, 인물, 풍속 등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긴 노정(서울 - 부산 - 대마도 - 에도)에 따라 실제 보고 들은 경험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으며, 낯선 이국의 풍물에 대해 객관적 관찰과 주관적 비판을 동시에 담고 있다.

- 지학사 T-Solution 문학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1763년(영조 39) 8월 일본 통신사 조엄(趙曮), 부사 이인배(李仁培), 종사관 김상익(金相翊), 제술관(製述官) 남옥(南玉)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계미통신사(癸未通信使)의 삼방서기(三房書記)로 수행한 작자가 이듬해 7월 8일 복명할 때까지 11개월 동안 견문한 바를 기록한 것이다. 

 군관 17명, 역관 12명, 의원 3명을 비롯, 100여명의 행원(行員)과 400명에 달하는 역원들을 합하여 일행 500명이 서울을 떠난 지 두달 만인 10월 6일 부산항에서 승선하여 대마도와 대판성(大阪城)을 거쳐 에도(江戶)에 도착한 것이 다음해 2월 16일이다.

 이역만리의 긴 노정에 따라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 일본의 풍속, 외교임무의 수행과정 등을 소상히 기록하였고, 강직한 선비의 기개와 비판의식이 넘쳐 있을 뿐 아니라, 기행문의 요체가 잘 갖추어져 있어 홍순학(洪淳學)의 「연행가」와 쌍벽을 이루는 작품이다.

 작자 김인겸은 1753년(영조 29)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여 통신사의 서기로 발탁되기까지 향리 공주에 칩거한 강직 청렴한 선비로서, 문장에 특출하였다. 이 작품에서는 행로에서 받은 융숭한 대접과 풍물에 대한 이야기며, 수천수에 달하는 시를 지어 왜인에게 준 문인외교의 편모를 알 수 있다.

 특히 “당당한 천승국의 예물예단 가져와서 개돝 같은 취류에 사배(四拜)하기 어떠할꼬.”라는 구절에서는 개돝 같은 왜놈에게 예배하기 싫어 상사(上使)들의 강권도 듣지 않고 국서 봉정식에도 참여하지 않은 작자의 대일감정을 엿볼 수 있다. 왜녀의 음란한 풍속과 일본의 경관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도 특유의 통찰력을 볼 수 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참고


■ 작품 해설 3

 이 작품은 작가가 1763년 조엄을 정사로 한 계미통신사의 삼방인 종사관 김상익의 서기로 수행하면서 견문한 일본의 문물제도와 풍경 등을 한글로 기록한 조선 후기의 장편 기행가사이다. 작가는 일본 기행에서 본 대상을 객관적인 자세로 서술하는 한편, 주관적인 느낌이나 비판을 곁들여 기록하고 있다. 가사이지만 일기체 형식을 도입하여 뛰어난 서사성을 보이고 있으며, 산업을 일으켜 이용후생할 수 있는 기이한 사물이나 제도는 상세하게 관찰하고 사실적으로 기록하였다. 또한 여정에 따라 경관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그때그때의 견문과 감상을 성실하게 기술하여 자신의 주관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11개월이 넘는 긴 여정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담은 8,243구에 달하는 장편으로, 당시 조선 통신사의 규모와 양국의 외교 방법, 임진왜란 이후의 일본에 대한 감정, 일본의 풍속 등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 꿈을 담는 틀, 교과서 전 작품 문학 자습서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일동장유가’의 전체 구성



2. 일본에 대한 글쓴이의 생각이나 감정

  임진왜란 이후 아직 가시지 않은 당시의 일본에 대한 불편한 감정과 미묘한 고민, 조선인으로서 지닌 자존심 등이 드러나 있다. 특히 이 본문에서는 ‘왜성’의 웅장함에 대해 묘사하면서도 ‘사치가 측량없다’거나, 일본의 국토 ‘사천 리 육십 주’를 모두 ‘조선(朝鮮) 땅 만들어서’, 조선인에게 ‘예의(禮儀)’를 아는 ‘국민’으로 만들고 싶다는 등의 비판과 유머가 나타나 있다.


3. 작품의 의의와 한계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란 ‘일본으로 장쾌한 유람을 다녀오며 부른 노래’라는 뜻이다. 이 작품은 1763~4년 당시의 일본 사정을 국문으로 자세하게 기록하여 국내에 알렸다는 점, 조선 후기 가사에 일본 체험을 부여하면서 그 외연을 확대시켰다는 점 등을 의의로 가진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일본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나 일본 민중에 대한 관찰, 일본의 학술이나 기술 문명의 수준에 대한 관심은 나타나 있지 않다. 다만 그때그때 견문한 것을 경험 차원에서 성실하게 기술하는 데 그치고 있다. 따라서 19세기를 향해 나아가는 길목에서 동아시아의 새로운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던 당시에 일본의 위상과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 자세 등이 진지하게 성찰되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4. 조선 전기와 후기 기행 가사의 비교

 조선 전기 기행 가사인 ‘관동별곡’은 내용면에서는 우국, 연군, 애민 등의 성리학적 이념이 작품 전체에 일관되게 드러나 있다. 관동 팔경을 두루 도는 여정에 따른 견문과 감상을 관념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서사-본사-결사’의 3단 구성으로 정형화된 구조를 띠고 있다.

 이에 비해 조선 후기 기행 가사이자 사행 가사인 ‘일동장유가’는 내용면에서는 조선 전기 가사에 드러나는 성리학의 이념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과장된 표현보다는 실제로 경험한 대상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물론 표현상 과장을 활용한 부분이 존재한다.) 형식면에서도 여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서술로 바뀌면서 보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변화되었다. 또한 조선 후기의 서민 의식, 산문 정신의 확대와 실학사상의 영향으로 분량 또한 방대해지는 장편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 작가 소개

김인겸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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