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 - 최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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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狂奔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故敎流水盡籠山(고교류수진롱산)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지척에서 하는 말소리도 분간키 어려워라.  
늘 시비(是非)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버렸다네.
■ 핵심 정리

갈래 : 칠언절구
연대 : 신라 말기
성격 : 상징적, 현실 비판적, 서정적
표현 : 대구법, 의인법
구성 :
 - 기 : 웅장한 물(단절의 이미지) 소리를 표현한 것으로 스스로를 인간 세상과 단절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 자연의 소리
 - 승 : 시끄러운 시비 소리가 난무하는 어지러운 세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작가의 내면 세계를 엿볼 수 있다. ; 인간의 소리
 - 전 : 작자의 내면 세계가 직접적으로 표현되었다. ; 작가의 소리
 - 결 : 물소리는 작자의 내면적 갈등을 함축하고 있는데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켜 고독에 침잠하고자 하는 작가의 심리를 잘 나타내었다. 여기서 유수가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 세속과 격리
특징 :
 ① 자연을 의인화하여 표현함 
 ② 자연의 물소리와 세상의 소리를 대조하여 표현함
주제 : 산중에 은둔하고 싶은 심경

 

■ 작품 해설 1

  이 시는 산골을 흐르는 물소리의 기세를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공간적인 배경인 산속은 현실 세계와는 멀리 떨어진 깊고 조용한 곳, 즉 실제의 산속 공간을 초월하여 작가가 바라는 심리적 공간이다. 이곳은 세상과 아주 절연된 곳으로서, 산을 울리는 거센 물소리가 사방에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시비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 물 흐르는 소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다. 여기에서 시적 화자는 자연에 의탁해서 자신의 괴로움을 달래려고 한다. 그가 항상 두려워하는 것은 세상에서 서로 옳고 그름을 다투는 소리인데, 이러한 소리가 물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으니 시적 화자로서는 천만다행이다. 그럼에도 시적 화자는 자신에게 실망과 상처를 준, 세상의 시비를 따지는 인간 세상의 이야기를 들을까 두려워 계곡의 물소리로 온 산을 둘렀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 시에는 현실에서 좌절을 겪은 지식인의 절망감이 담겨 있는 동시에 세속을 떠나 은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위안하는 지식인의 심리적 갈등이 잘 드러나 있다.

 

■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통일 신라 말기의 문장가 최치원이 지은 7언 절구의 한시이다. 가야산의 독서당에서 지었다는 의미를 지닌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신라 말기의 혼란한 시대 상황속에서 육두품 지식인으로서 한계를 경험한 작가가 가야산 해인사에 은거하면서 지은 것이다.
 화자는 거센 물소리로 인해 가까운 곳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 깊은 산속에 은거하고 있다. 이곳에서 혹시 세상의 시비하는 소리가 들릴까 걱정하며 물로 온 산을 둘러 버렸다고 표현하였다. 세상의 시비하는 소리와 물소리를 대조하여, 물소리로 세속의 소리를 차단함으로써 세상과 격리되어 자연에 은둔하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상으로부터 단절되고 싶어 하는 마음의 밑바탕에는 신라 말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지식인으로서의 고뇌와 좌절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 천재교육, 해법 문학 고전 운문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물의 함축적 의미

 물은 여러 가지 원형적 이미지를 지닌 소재이다. 만물의 생명을 키운다는 점에서 ‘생명’ 또는 ‘모성(母性)’을 뜻하기도 하며, 사람은 물속에 들어가서 살 수 없다는 점에서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쪽과 저쪽으로 두 세계를 나누는 ‘단절’을 의미하기도 하며, 대상을 깨끗하게 씻어 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재생’과 ‘정화’의 이미지를 지니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물은 먼저 화자와 속세 사이를 가로막는 단절을 의미한다. 또한 화자가 은거하고 있는 자연 공간을 의미하며, 세상의 시비하는 소리를 막아 화자의 내면적 갈등을 해소해 주는 존재로 볼 수도 있다.


 2. 자연물의 주관적 해석

 이 작품에서는 본래 물이 산 주위를 흐르고 있는 것을 화자 자신이 물로 산을 둘렀다고 표현하여 자연물을 주관적으로 변용(變容; 용모가 바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송순의 시조 ‘십 년을 경영하여~’에서는 화자가 달, 바람에게도 초가삼간의 방 한 칸씩을 내어 주고, 강과 산은 들일 방이 없어 집 주위에 병풍처럼 둘러 두고 보겠다는 표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황진이의 시조 ‘동지ㅅ달 기나긴 밤을~’에서도 ‘밤’이라는 추상적 시간을 ‘허리’라는 구체적인 사물로 변형시켜 화자의 소망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재치 있는 발상은 시적 화자의 주체적인 의지를 드러내는 효과를 지닌다.

 

■ 작자 소개 

최치원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최치원 - 제가야산독서당.pdf
0.11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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