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가 - 한산거사


■ 본문

우리나라 소산들도 부끄럽지 않건마는

타국 물화(物貨) 어울리니 백각전(百各廛)* 장할시고

칠패의 생선전에 각색 생선 다 있구나

민어 석어 석수어며 도미 준치 고등어며

낙지 소라 오적어며 조개 새우 전어로다

<중략>

도자전(刀子廛) 마로저재 금은보패 놓였구나

용잠(龍簪) 봉잠(鳳簪) 서복잠(瑞福簪)과 간화잠(間花簪) 창포잠(菖蒲簪)과

앞뒤 비녀 민죽절*과 개고리 앉힌 쪽비녀며

은가락지 옥가락지 보기 좋은 밀화지환(蜜花指環)*

금패 호박 가락지와 값 많은 순금지환

노리개 볼작시면 대삼작과 소삼작과

옥나비 금벌이며 산호가지 밀화불수

옥장도 대모장도 빛 좋은 삼색실로

꼰 술 푼 술 갖은 매듭 변화하기 측량없다

광통교 아래 가게 각색 그림 걸렸구나

보기 좋은 병풍차(屛風次)*의 백자도 요지연과

곽분양* 행락도며 강남금릉 경직도며

한가한 소상팔경(瀟湘八景)* 산수도 기이하다

다락벽 계견사호 장지문 어약용문

해학반도 십장생과 벽장문차 매죽난국

횡축(橫軸)을 볼작시면 구운몽 성진이가

팔선녀 희롱하여 투화성주(投花成珠) 하는 모양

주나라 강태공이 궁팔십 노옹으로

사립을 숙여 쓰고 곧은 낚시 물에 넣고

때 오기만 기다릴 제 주문왕 착한 임금

어진 사람 얻으려고 몸소 와서 보는 거동

한나라 상산사호(商山四皓)* 갈건야복 도인 모양

네 늙은이 바둑 둘 제 제세안민(濟世安民) 경영이라


*백각전: 조선 시대 정부에서 관리하던 상점들. 

*민죽절: 아무 모양도 새기지 않은 대나무 비녀.

*밀화지환: 보석의 일종인 호박으로 만든 가락지. 

*병풍차: 병풍을 꾸밀 그림이나 글씨.

*곽분양: 당나라의 명장으로 높은 공을 세우고 많은 복을 누린 사람으로 유명함. 

*소상팔경: 중국 소수와 상수 일대의 여덟 군데 빼어난 경치. 

*상산사호: 중국 진나라 말기 상산에 숨어 살던 네 명의 은사(隱士).



■ 핵심 정리

․ 갈래 : 가사, 풍물가사

․ 성격 : 예찬적

․ 제재 : 한양의 풍물 등

․ 주제 : 한양의 풍물 등에 대한 소개

․ 특징 : 

 ① 다양한 조선의 물화에 대해 감탄하고 있음

 ② 열거법을 사용하여 한양의 풍물을 사실적으로 소개하고 있음

 ③ 조선 후기 한양의 모습(지리, 관청, 시장 등)을 잘 알려주는 민속학적 의의를 지님


■ 작품 해설

 1844년(헌종 10) 한산거사(漢山居士)가 지은 풍물가사(風物歌辭). 분량은 모두1,528구의 장편가사이다. 조선 왕도인 한양성(漢陽城)의 연혁·풍속·문물·제도·도국(都局) 및 왕실에서 능(陵)에 나들이하는 광경 등을 노래하였다. 내용이 다른, 같은 이름의 이본이 많으므로, 조선 도읍지 한양을 노래한 이 작품을 ‘향토한양가(鄕土漢陽歌)’라 하고, 조선 왕조의 흥망성쇠를 노래한 작품을 ‘왕조한양가(王朝漢陽歌)’라고 분류한다. 한산거사가 지은 <한양가>는 ‘한양태평가(漢陽太平歌)’ 또는 ‘한양풍물가(漢陽風物歌)’라고도 하는 이본들이 있다.

 현재 전하고 있는 이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궁체(宮體) 반초(半草) 목판본으로 ‘세경진국추석동신간’이라는 간기와 함께 본문 이외에 ‘신증동요’만을 책 끝에 싣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본 계통의 것이다. 그 다음은 간기는 같지만 책 끝에 ‘신증동요’외에 ‘한양가시’와 ‘갑술경가’가 부록된 목판본이다.

 또 지은이와 지어진 연대는, 목판본의 <한양가> 본문 끝에 ‘세재갑진계춘 한산거사저’라고 기록된 연기(年記)에 따라 ‘1844년(헌종 10), 한산거사’임을 알 수 있다. 작자의 본명은 알 길이 없고, ‘한산’을 작자의 호로 보아, <한양가>의 주해본을 펴낸 송신용(宋申用)은 ‘한산(漢山)’이라 쓰고, 이병기(李秉岐)는 ‘한산(寒山)’이라고 달리 표기하였다.

 이 가사는 “천개지벽하니/일월이 생겼어라.”로 시작하여 “우리나라 우리임금/본지백세 무강휴를/여천지로 해로하게/비나이다 비나이다.”로 끝맺고 있다. 중요한 내용을 문단별로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제1문단은 한양의 지세와 도국을 노래하였고, 제2문단은 궁전 보탑(寶榻 : 옥좌), 제3문단은 궁방(宮房)·내시(內侍)·나인(內人), 제4문단은 승정원(承政院)·의정부(議政府), 제5문단은 육조관아(六曹官衙), 제6문단은 조마거둥(調馬擧動 : 거둥의 절차대로 말을 연습시키던 일)과 여러 관서(官署), 제7문단은 선혜청(宣惠廳)과 여러 관서, 제8문단은 성첩(城堞 : 성 위에 낮게 쌓은 담)과 백각육의전(白各六矣廛), 제9문단은 마루저자·광통교와 구리게 전방(廛方), 제10문단은 유희와 유희처, 제11문단은 승전노름과 복식(服飾) 및 기생점고(妓生點考)와 가무(歌舞), 제12문단은 능행(陵行)하는 광경, 제13문단은 과거 시험장의 풍경(風景)과 장원 급제자의 유가(遊街)하는 광경을 입심 좋게 그려내어 독자들에게 조선시대 서울의 면모와 풍속까지를 자세히 알려 주고, 마지막 문단에서는 한양을 찬탄하며 나라와 왕과 한양성이 무한히 태평하기를 축원하였다.

 특히, 끝부분에서 “원생고려 한단말은/중원사람 말이로세/추차언이 관지하면/제일강산 가지로다/산악수기 받아나니/충효인물 총총하다/범절이 이러하니/천하제국 제일일다.”라고 노래하여 구구절절 애국·애족의식을 드높이고 있다.

 이밖에 한산거사 <한양가>의 축약형으로 줄여서 향토 한양을 찬미한 이용기(李用基)의 <한양가>가 있는데, 분량부터가 2율각 1구로 170구의 짧은 작품이다. 그 내용은 한산거사의 <한양가>를 모두 10개 문단에 간결히 발췌, 요약한 듯하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참고


■ 작가 소개

 한산거사 – 국어국문학자료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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