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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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지시, 상징시

- 갈래 : 내재율

- 어조 : 사물의 존재 의미를 파악하려는 관념적, 철학적 어조

- 심상 : 비유적, 상징적 심상

- 성격 : 관념적, 주지적, 상징적

- 구성 :

  1연 인식되지 않은 존재

  2연 의미를 부여받은 존재

  3연 존재 의미를 인정받고 싶은 ‘나’

  4연 존재 의미를 인정받고 싶은 ‘우리’

- 제재 : 꽃

- 주제 : 존재의 본질 구현에의 소망. 존재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탐구

- 표현 :

  ① 소망을 나타내는 간절한 어조를 사용함.

  ② 존재의 의미를 점층적으로 심화, 확대함.

  ③ 사물에 대한 인식론과 존재론을 배경으로 함.

  ④ 시구의 반복을 통해 시적 화자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 작품 해설 1

 꽃을 소재로 하여, 존재의 본질에 대한 인식 및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과정, 그리고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소망을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다. 존재의 본질 인식 및 의미 있는 존재로의 전환(의미부여 및 획득)은 ‘이름 부르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름’을 부여받기 전의 ‘그’(타인, 대상 등)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게 알맞은 이름을 부르면(붙이면), ‘그’는 나에게 의미 있는 존재인 ‘꽃’으로 탈바꿈한다. 이를 통해 ‘꽃’은 존재의 본질이자 의미를 획득한 존재를 상징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이름 부르기(이름 붙이기)’는 ‘나’의 대상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를 상징한다. 이 시의 시적 화자는 타인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소망을 드러냄과 동시에, 자신의 소망을 보편적인 차원, 즉 ‘우리들 모두’의 차원으로 확대한다. 이 시의 4연 ‘우리들은 모두 / 무엇이 되고 싶다’는 구절을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시는 ‘꽃’을 제재로 하여 사물에 대한 존재론적 의미를 추구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의 ‘꽃’은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특정 사물로서의 꽃이 아니라, 어떤 가치 있는 ‘인식의 대상’으로서의 존재이다. 존재와 존재 사이의 의미와 관계가 확인되고 주체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의 표상을 ‘꽃’으로 명명한 것이다. 또한 이 시는 주체와 객체(대상)의 상호 관련성을 말하고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주체가 객체를 인식하고자 할 때 ‘꽃’과 같이 그 객체에 의미가 부여되고, 그렇지 않으면 ‘하나의 몸짓’처럼 의미 없는 대상이 된다. 주체와 객체의 상호관련성은 언어(이름)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진다.

 1연에서는 이름을 불러 주는 행위가 대상(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임을 말하고, 2연에서는 이름을 불러 줌으로써 그 대상이 주체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왔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3연에서는 자신도 그 대상처럼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가고 싶다고 말하면서 존재의 본질을 구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드러내고, 4연에서는 이를 확산시키고 있다.

- 윤희재, 전공 국어 현대문학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꽃’, ‘무엇’, ‘눈짓’의 상징적 의미

 ‘꽃’과 ‘눈짓’은 알맞은 이름을 부여받음으로써 자신의 본질과 의미를 인정받은 존재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두 시어 모두 무의미한 ‘몸짓’과는 대조되는 의미 있는 존재 및 존재의 본질을 가리킨다.


2. ‘이름’의 의미

 • 어떤 사물에 처음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사물은 ‘빛깔과 향기’라는 물적 상태로만 존재하는 모호성을 벗어나 존재의 근거를 얻게 되는 것이다.

 • 사물과 거기에 이름을 붙인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름이 없다는 것은 사물이 그 자체로만 존재할 뿐 다른 존재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 서로가 서로에게 본질에 맞는 이름으로 불려야만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뜻으로 본질에 맞는 이름, 즉 존재와 삶의 의미를 알고 싶은 욕망을 암시한다.


3. ‘꽃’에서 이름을 부르는 행위의 의미

 이 시에서느 이름을 불러 주는 행위는 자아가 사물을 인식하고 그 본질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담은 것이다. 사물은 익명의 상태에서는 진정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명명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자아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비로소 진정으로 존재하는 상태가 된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4. ‘꽃’의 감춰진 존재론적 의미

 1, 2연은 명명 행위를 통해 하나의 몸짓(의미 없는 존재)과 꽃(의미 있는 존재)으로 인식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리고 3, 4연은 그러한 언어를 통한 대상과 인식이 익명성을 극복하고 타인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는 기본 조건일는 철학적 명제를 확인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존재의 이름을 모른다면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의미 없는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명명을 하고, 그 이름을 불렀을 때, 그 대상은 나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온다. 나는 그 존재를 다른 존재와 구별하여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그 대상의 개성과 가치, 그리고 존재의 의미와 존엄성을 인정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5. ‘꽃’에 나타난 작가의 존재론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애송되는 시이다. 너와 나를 연인 관계에 놓인 사람으로 대치하여, 서로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 시는 이런 평범한 연애시의 범주에 안주하고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이보다는 더 넓은 의미를 가진 인간 존재의 본질을 시적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던 의미 없는 것에서, 상호 인식을 통하여 의미 있는 것, 또는 존재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진리를 형상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시이다.

 일찍이 하이데거는 인간의 이런 존재 인식의 수단을 언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언어를 ‘존재의 집’으로 파악한 것이다. 여기서 언어라는 것은 단순한 일상어가 아니다. 그것은 일상어의 가장 정제된 형태로서의 시적 언어를 가리킴은 물론이다. 아울러 이 말은 인간이 시 또는 시적 언어를 통하여 자기 존재를 표현한다는 말이다.


■ 작가 소개

 김춘수 : 시인. 1946년 사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며 등단.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 및 언어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라는 특징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꽃’, ‘꽃을 위한 서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처용 단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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