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바리공주)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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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앞부분 줄거리>

  옛날 어느 왕국의 국왕이 혼인을 하기 위해 점을 쳤는데, 내년에 혼인하면 왕자 셋을 낳고 금년에 혼인하면 공주 일곱을 낳으리라는 점괘가 나왔지만, 왕은 하루가 급하다며 당장 간택을 하도록 하고 혼인을 한다. 결국 점쟁이의 말대로 왕비는 공주만 여섯을 낳게 된다. 왕과 왕비가 온갖 정성을 바치지만 일곱째마저 공주로 태어난다. 화가 난 왕은 일곱째 공주를 버리지만, 이 아기를 짐승들이 보호한다. 이에 왕은 아기를 옥함에다 넣어 물에 띄워 버리도록 하는데, 석가세존이 이 옥함을 건져 비럭공덕 할아범과 비럭공덕 할미에게 준다. 비럭공덕 할아범과 비럭공덕 할미가 아기를 데려가서 기르게 된다.


  비럭공덕 할멈 비럭공덕 할아범 살어가고 공덕으로 살았는데 / 한 날은 애기씨가 아홉 살이 되었건만은 / 한 자 두 자 백 자 천 자 무불통지(無不通知)를 하였구나.

  배우지 않은 글이 저절로 통달이 되어] / 한 날은 애기씨 하는 말이

  “비럭공덕 할아범 비럭공덕 할멈 / 뒷동산에 날짐승 길짐승도 아버지 어머니 부모가 있건만 / 나는 아버지 수이가 어드메요, 어머니 수이가 어드메요.”

  비럭공덕 할멈 비럭공덕 할아범 하는 말이,

  “하늘이 아버지 수이라 땅이 어머니 수이라.” <중략>

  이 말을 들으시고 애기씨님 뒷동산 올라가 / 애기나무한테 아침 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올리시는데, / 산신령님이 하시는 말씀,

  “나라에 대왕마마 병석에 누워 천약(千藥)이 무효(無效)고 만약(萬藥)이 무효, 덜커덩 불쌍하고 귀한 자손 버린 벌전을 입었구나.”

▶부모를 찾으려는 바리 공주

  이때에 대궐 안에 / 대왕마마 하시는 말씀이, / “여보아라 시녀 상궁들아. 문복이나 가려무나.” / 은돈 닷 돈, 금돈 닷 돈 칠 푼을 들이시고 / 명주 수건 일곱 자 일곱 치를 끊으시고 문복을 가려낸다. / 천하대신은 지하대신은 열두 대신 육대부인 /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 무불통달(無不通達)에 / 상괘, 중괘, 하괘를 나시더니,

  “대왕마마 벌전을 입어서 / 한 날 한 시에 인산(因山) 거둥 모신대요.

  버린 자손 죄가 없겠사오리까 / 버린 자손 찾아들어 약류수를 구하면 모르거니와

  아니 그러면 한 날 한 시에 인산 거둥 모신답니다.” / 이대로 탑전에 아뢰니, / 대왕마마 하시는 말씀이, / “죽으라고 버린 자손 어디 가 찾겄느냐?” / 시녀, 상궁, 옛 대신 불러, / “칠공주 찾아오는 신하가 있으면 국가 반을 줄 것이요.”

  옛 대신 하는 말이, “죽으라고 버린 자손 어디 가 찾아오리.”

▶바리 공주를 찾으려는 대왕마마

  대왕마마 하루 저녁에 꿈을 꾸는데, / 석가세존이 흑가살 입으시고

  고깔을 쓰시고 나타나시며 / “칠공주 찾아드려 약류수를 구하야 인산 거둥 아니 모시리라.” / 대왕마마 하시는 말씀이, / “죽으라고 버린 자손 어디 가 찾아오리?”

  석가세존 하시는 말씀이, / “억만 삼천 지옥고개를 넘고 염불고개 넘고 / 불탄고개 엄고 까치 여울 피바달 건너 / 산천초목 가면은 초가산간에 집이 있는데,

  거기서 비럭공덕 할멈, 공덕 할아범이 애기를 기르고 있느니라.”

  깜짝 놀라 깨어 보니 일몽(一夢)이로구나.

▶꿈을 통해 바리 공주의 생존을 확인하는 대왕마마

  애기씨 거둥 봐라. 은쟁반 금쟁반 받쳐 들고

  동방에 청해수(靑海水)를 길르시고, 남방에는 적해수(赤海水) 길르시고

  서방에는 백해수(白海水), 중앙에는 황룡수(黃龍水)를 길러다가

  은쟁반에 금쟁반 받쳐 들고 동서남북을 재배하니

  난데없는 뇌성벽력 소낙비가 쏟아지는구려.

  이제야 알아차리구는 옛 대신 앞세우고

  단 걸음에 나달아서 상당에 오르시니,

  대왕마마 앞에 내 숙배 제 숙배 드리시니 / 대왕마마 하시는 말씀이,

  “애고 세상에 버리란 자손, / 살아 죽으라고 버린 자손.

  무얼 먹고 자랐느냐, 무얼 먹고 살았느냐?”

  “겨울이면은 삼베옷을 입고 / 비럭공덕 할멈, 비럭공덕 할아범 공덕으로 살았습니다.”

▶부모와 상봉한 바리 공주

  대왕마마 병석에 침불안석(寢不安席)

  누워 천약이 만약이 뭐하리오.

  옛 대신 불러들여 약류수를 구해라 하시니

  옛 대신 하는 말이, “저승의 약을 어째 구해 오리요.”

  첫째 공주 불러들여, “부모 소양 가랴느냐?” / “산천궁녀 못 가는데 어찌 가오리.”

  둘째 공주 불러들여, “부모 소양 가랴느냐?” / “첫째 형님 못 가는데 어찌 가오리오.”

  셋째 공주 불러들여, “부모 소양 가랴느냐?” / “둘째 형님 못 가는데 어찌 가오.”

  넷째 공주 불러들여, “부모 소양 가랴느냐?” / “셋째 형님 못 가는데 어찌 가오.”

  다섯째 공주 불러들여, “부모 소양 가랴느냐?” / “넷째 형님 못 가는데 어찌 가오.”

  여섯 번째 공주 불러들여, / “부모 소양 가랴느냐?”

▶약류수 구해 올 것을 거부하는 다른 공주들

  “다섯째 공주님 못 가는데 어찌 가오리까.”

  칠공주 불러들여서, “부모 소양 가랴느냐?”

  “우에 여섯 형님들 못 가는데 소녀는 어찌 가오랴마는, / 하루 아침 아버님이 뼈를 비고 어머님 살을 비고 / 십삭식 배를 빌려 탄생하였으니 부모 은공이 없을소냐. / 소녀가 가오리라.”

  대왕마마 하시는 말씀,

  “국수등을 다령할가, 쌍등을 다령하라.”

  칠공주 하시는 말씀이,

  “국수등, 쌍등도 나는 싫고 / 무쇠 신 다섯 켤레, 무쇠 두루마기 다섯 벌이요, / 무쇠 패랭이 다섯 개만 점지하여 주오.”

  무쇠 신발 다섯 켤레, 무쇠 두루마기 다섯 벌과 / 무쇠 벙거지 다섯 죽을 한꺼번에 신으시고 입으시고 쓰시더니, / 여섯 형님들 불러,

  “내가 부모 소양 간즉, 석 삼 년이 되어 아니 돌아와도 / 대왕마마 인산 거둥 모시지 마오.”

▶부모의 병 구완을 위해 저승으로 떠나는 바리 공주


■ 핵심 정리

• 갈래 : 무가(巫歌), 서사 무가(敍事巫歌)

• 제재 : 바리 공주의 일생

• 주제 : 부모에게 효도하려는 바리 공주의 고난과 성취

• 특징 : 

  ① 죽음을 주관하는 신의 유래를 밝힌 본풀이임.

  ② 한국 서사 문학의 한 특질인 영웅 설화적 구조를 지님.

  ③ 주술성을 지닌 구비 문학임.


■ 작품 해설 1

  ‘바리 공주’는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림을 받지만 온갖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죽은 부왕(父王)을 회생시키고, 그 공으로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무조신이 된다. 이와 같은 바리 공주의 성취담은 고대 건국 신화의 조선 후기 소설에서 나타나는 ‘영웅의 일대기’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한국 서사 문학의 한 특질을 보여준다. 또한 버려진 바리 공주가 죽지 않고 살아나 부모를 살리는 구원자가 되는 과정을 통해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자 하는 당대 민중의 소망과 초월적 세계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바리데기(바리공주)’는 사람이 죽은 뒤 49일 안에 지내는 ‘지노귀굿(오구굿, 씻김굿)’에서 가창되는 서사 무가이다. 무가(巫歌)는 무당에 의하여 무속 의례에서 불려지는 구비 문학의 일종으로 우리 나라 전역에서 전한다. ‘바리공주(서울)’, ‘바리데기(경상도)’, ‘오구풀이(전라도)’, ‘칠공주(함경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 명칭인 ‘바리공주’는 ‘바리다’ 즉, ‘버리다’라는 동사에서 온 것으로 ‘버려진 공주’, ‘버려진 아이’를 뜻한다. 바리 공주는 서천에서 영약을 구하여 죽은 부모를 살리는데, 이 과정의 반복을 통해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자 하는 인간의 소망이 드러난다.

 바리 공주가 무속의 주요 기능 중의 하나인 질병 치료를 시작했다는 점에 근거하여, 이 무가를 무당의 조상 신화로 분류하기도 한다.



■ 심화 내용 연구

1. 바리 공주’가 현대까지 전승될 수 있었던 이유

  ‘바리 공주’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인도하기 위해 베풀어지는 중부 지방의 ‘지노귀굿’, 호남 지방의 ‘씻김굿’, 영남 지방의 ‘오구굿’, 관북 지방의 ‘망묵이굿’ 등의 무속 의식에서 구연된다. 이렇게 전국에 걸쳐 전승될 수 있었던 이유는 죽은 자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산 사람들의 열망이 어느 시대나 보편적으로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한 부모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효녀로서의 모습과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이는 서사적 특성도 이야기 형태로 전승되는 데 기여한 중요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2.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와의 비교  

  서사 무가 ‘바리 공주’와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는 서사 구조상에서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려진다는 점, 버려진 주인공을 조력자가 길러 준다는 점, 주인공이 여러 나라(세계)를 돌아다니며 시련을 겪는 점, 다른 세계의 사내와 혼인하여 아이를 낳는 점 등이 그것이다.

  반면 부모의 병을 구완할 약을 구하기 위해 고난의 길을 스스로 택하는 서사 무가의 ‘바리 공주’와 달리 황석영의 소설에서는 그와 같은 효 사상을 엿볼 수 없다. 또한 황석영의 소설이 현대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구체적인 문제를 작품 속에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3. ‘바리 공주’의 모티브

  부모의 병을 낫게 할 약을 구하기 위해 시련을 겪고 모험을 하는 이야기는 설화나 소설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모티브이다. ‘바리 공주’에서는 기아, 재생, 효행 설화가 혼합되어 있다. 또한 기이한 출생과, 버림을 받고 시련을 극복한다는 것은 영웅의 일생과도 통한다.


4. ‘바리 공주’와 연관성이 있는 다른 작품

• 출생부터 버림을 받고 시련을 겪는 이야기: ‘동명왕 신화’, ‘오이디푸스 신화’ 등

• 부모를 위해 희생하는 이야기: ‘효녀 지은 설화’, ‘심청전’

• 아버지로부터 쫓겨난 딸이 부모에게 좋은 일을 하게 되는 이야기: ‘온달전’, ‘서동 설화’, ‘숯 굽는 총각’

• 집안의 위기를 극복하고 세상의 구원자가 된 이야기: ‘조웅전’, ‘옥루몽’


5. 서사 무가(敍事巫歌)

  ‘서사 무가’란 무당이 부르는 노래인 ‘무가’ 가운데 서사성을 갖춘 작품을 말한다. ‘바리 공주’가 서사성을 갖추었다고 하는 것은 무당이 모시는 무신(巫神)의 삶의 내력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 서사 무가의 특성

• 주술성: 치병(治病), 점복(占卜), 예언 등을 할 때 이용된다.

• 신성성: 신을 대상으로 구연(口演)한다.

• 제한성: 무당에 의해서만 전승된다.

• 율문성: 전승에 편리하도록 대체로 4음보격의 율문으로 되어 있다.

 • 서사 무가의 종류

• 바리 공주: 집에서 버림받은 공주가 신령스런 약을 구해 부모를 희생시키고 무조(巫租)가 되는 내용

• 제석분 풀이(당금 아기): 중의 신력(神力)으로 낳은 아이들이 아버지를 찾은 후 신이 된다는 이야기

• 성주 풀이: 훌륭한 집을 짓고 가정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낸 신이 가정을 지키는 성주이 되는 내용


6. 무속에서의 ‘바리 공주’

  무속에서의 ‘바리 공주’는 사람이 죽은 지 49일 안에 하는 사령제(死靈祭), 즉 지노귀굿, 씻김굿 등에 모시는 신이다. 사령제는 죽은 영혼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굿인데, 무당들은 죽은 부모에게 약수를 먹여 회생시키고, 스스로 무당이 된 바리 공주를 수호신으로 추앙하여 사령제에 꼭 모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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