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뎨 가 뎌 각시 본 듯도 뎌이고.
天텬上샹 白玉옥京경을 엇디야 離니別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갑녀의 질문 - 백옥경을 떠난 이유(서사①)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 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가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
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다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여니
내 몸의 지은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조物믈의 타시로다.
▶을녀의 질문 - 자책과 체념(서사②)
글란 각 마오.
▶갑녀의 위로(본사①)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 얼굴이 편 실 적 몃 날일고.
春츈寒한 苦고熱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츄日일冬동天쳔은 뉘라셔 뫼셧고.
粥쥭早조飯반 朝죠夕셕 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을녀의 하소연 - 임에 대한 염려(본사②)
님다히 消쇼息식을 아므려나 아쟈 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롬은니와 안개 므 일고.
山산川쳔이 어둡거니 日일月월을 엇디 보며
咫지尺쳑을 모거든 千쳔里리 라보랴.
하리 물의 가 길히나 보쟈 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니.
江강天텬의 혼쟈 셔셔 디 구버보니
님다히 消쇼息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을녀의 하소연 - 임의 소식을 듣고 싶은 마음(본사③)
茅모簷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반壁벽靑쳥燈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헤며 바니니
져근덧 力녁盡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졍誠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 니
눈믈이 바라 나니 말인들 어이 며
情졍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계聲셩의 은 엇디 돗던고.
▶을녀의 하소연 - 독수공방의 애달픔과 꿈에서 만난 임(본사④)
어와, 虛허事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하리 싀여디여 落낙月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을녀의 하소연 - 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고 싶은 마음(결사①)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갑녀의 위로(결사②)
■ 핵심 정리
• 연대 : 조선 전기(선조 때)
• 갈래 : 3·4조 내지 4·4조를 기조로 한 대화체(문답형식)의 서정 가사, 양반 가사, 정격 가사, 4음보 1행으로 따져 48행, 기본 율조는 3·4조가 우세
• 배경 : ‘사미인곡’과 같이 송강이 그의 향리인 전남 창평에 은거할 때 지었음
• 제재 : 임과의 이별
• 주제 : 연군(戀君)의 정
• 구성 :
서사 : 임과 이별하게 된 사연
• 특징 :
① 순우리말을 절묘하게 구사함.
② 대화 형식으로 내용을 전개함.
• 의의 :
①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백미(白尾)로 평가받는 작품임.
②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의 대표적 작품임.
■ 현대어 풀이
저기 가는 저 각시, 본 듯도 하구나. / 천상의 백옥경(임금이 계시는 대궐)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 해가 다 져서 저문 날에 누구를 만나러 가시는가?
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 보오. / 내 모습과 이 나의 태도가 임께서 사랑함직 한가마는 / 어쩐지 나를 보시고 너로구나 하고 여기시기에(사랑하시기에) / 나도 임을 믿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 응석과 아양을 부리며 지나치게 굴었던지 / 반기시는 얼굴빛이 옛날과 어찌 다르신고? /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앉아 헤아려 보니 /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 쌓였으니 / 하늘이라 원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 서러워 풀어 헤아려 보니 조물주의 탓이로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오.
마음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 예전에 임을 모시어서 임의 일을 내가 알거니, / 물같이 연약한 몸이 편하실 때가 몇 날일까? / 이른 봄날의 추위와 여름철의 무더위는 어떻게 지내시며, / 가을과 겨울은 누가 모셨는가? / 자릿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예전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임 계신 곳의 소식을 어떻게 해서라도 알려고 하니, 오늘도 거의 저물었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 전해 줄 사람이 올까? / 내 마음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인가? / (나무, 바위 등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은 산에 올라가니, / 구름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끼여 있는가? / 산천이 어두우니 해와 달은 어떻게 바라보며, / 눈앞의 가까운 곳도 모르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으랴. / 차라리 물가에 가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 바람과 물결로 어수선하게 되었구나. 뱃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렸는가? / 강가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 임 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초가집 찬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 벽 가운데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았는가? / 산을 오르내리며 여기저기를 헤매며 시름없이 오락가락하니 /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을 잠깐 드니 / 정성이 지극하여 꿈에 임을 보니 / 옥과 같이 곱던 (임의) 모습이 반 넘게 늙었구나. /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실컷 사뢰려고 하였더니 / 눈물이 계속 나니 말인들 어찌 하며 / 정을 못다 풀어 목마저 메니 / 방정맞은 닭 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는가?
아, 헛된 일이로구나. 이 임이 어디 갔는가? / 꿈결에 일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 가엾은 그림자만이 나를 따를 뿐이로다. / 차라리 죽어 없어져서 지는 달이나 되어 /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추리라.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비나 되시옵소서.
■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작가가 50세 되던 해에 탄핵을 받아 관직에서 물러나 전남 창평에 은거했을 때 지은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두 여인의 대화를 통해 전개되는 형식이 특징적이며 우리말 표현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여인(갑녀)의 질문 - 주인공인 다른 여인(을녀)의 답변 - 갑녀의 위로 - 을녀의 하소연 - 갑녀의 위로’로 전개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임과 이별한 여인의 심정에 비겨서 임금을 사랑하는 마음을 읊었는데, 시적 화자를 여인으로 설정함으로써 더욱 절절한 그리움을 나타내고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조선 선조 때 정철(鄭澈)이 지은 가사. 4음보 1행으로 따져 48행이며, 기본 율조는 3·4조가 우세하다. 작품 연대는 정철의 나이 50세(1585)에서 54세(1589) 사이로 추측되고 있다. 군왕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은유적으로 노래하였다.
이 작품은 ≪송강가사(松江歌辭)≫라는 판본에 수록되어 있다. ≪송강가사≫에는 이외에도 〈관동별곡(關東別曲)〉·〈사미인곡(思美人曲)〉·〈성산별곡(星山別曲)〉 등의 가사와 아울러 그의 시조작품 여러 편이 함께 실려 있다.
≪송강가사≫는 성주본(星州本)·이선본(李選本)·관서본(關西本) 등의 이본이 현전하고 있다. 그 밖에 관북본(關北本)·의성본(義城本)·황주본(黃州本) 등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전하는 세 이본간의 표기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가사의 내용 전개는 대화체로 되어 가사문학 구성에 있어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서두는 먼저 갑녀(甲女)로 표시할 수 있는 시중의 한 화자가 을녀(乙女)로 표시할 수 있는 여인에게 “뎨 가勘 뎌 각시 본 듯도 梨뎌이고”라고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어서 천상 백옥경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저물어가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느냐고 묻는 데에서 두 여인의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에 을녀는 “아, 너로구나 내 이야기를 들어보게. 임이 예쁘지도 않은 나를 사랑하여 그만 내가 너무 버릇없이 굴다가 임에게 미움을 사게 되었으니 그것은 조물의 탓일 것일세.”라고 하면서 자탄(自歎)한다.
을녀의 말을 듣고서 갑녀는 “그게 아니라 임에게 맺힌 일이 있다.”라고 하여 을녀의 생각을 고쳐 준다.
그러나 을녀는 “나도 임을 뫼셔 보아 임의 사정을 잘 아나 지금 임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며, 독수공방하는 내 신세도 처량하며 차라리 낙월(落月)이나 되어 임의 창밖에 비추어 보고 싶다.”고 토로한다. 이에 대하여 갑녀는 “달빛도 좋지마는 궂은 비나 되라.”고 권하는 것으로 가사의 끝을 맺고 있다.
이러한 대화의 분석은 연구자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김사엽(金思燁)이 갑녀의 사설, 을녀의 사설, 갑녀의 사설로 삼분하여 〈속미인곡〉의 구조를 설명하려 한 것이 그러한 예의 하나이다.
이러한 대화체의 가사에 있어 갑녀와 을녀는 각기 작자의 분신이면서 작자가 의도하는 바를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등장시킨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갑녀는 을녀의 하소연을 유도하며 더욱 극적이고 효과적으로 가사를 종결짓게 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속미인곡〉은 제목에 ‘속’자가 있어 같은 작자가 지은 〈사미인곡〉의 속편처럼 생각되는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임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읊었으며, 그 표현이나 지은이의 자세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사미인곡〉은 평서체인 데 비하여 〈속미인곡〉은 대화체이다. 그 길이도 전자가 126구인 데 비하여 후자는 96구의 단형이다.
〈사미인곡〉이 임에게 정성을 바치는 것이 주라면 〈속미인곡〉은 자기의 생활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주이다. 전자가 사치스럽고 과장된 표현이 심한 데 비하여 후자는 소박하고 진실하게 자기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속미인곡〉은 〈사미인곡〉을 지을 때보다도 작자의 생각이 한결 더 원숙하였을 때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하여 김만중(金萬重)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정철의 〈관동별곡〉과 전후 미인곡은 우리나라의 ‘이소(離騷)’라 할 만하며, 그 중에도 〈속미인곡〉이 더 고상하다고 하였다.
〈관동별곡〉이나 〈사미인곡〉이 한자를 빌려 꾸몄다는 데에서 그 이류를 들고 있다. 그러나 한자를 빌려 꾸민 것 이외에 〈속미인곡〉의 표현이 그만큼 진솔하고도 간절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속미인곡〉은 이렇게 역대에 여러 사람들의 사랑을 입었을 뿐 아니라 한역(漢譯)도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김상숙(金相肅)과 그의 6세손인 정도(鄭棹)가 번역한 것이 있다. 정철의 가사문학사에서 절정을 장식하는 회심작(會心作)인 〈속미인곡〉은 이러한 한역을 통하여 단 하나 감상의 대상을 넓히게 되었다.
〈속미인곡〉은 〈사미인곡〉과 더불어 뒷날 연군(戀君)의 정서를 읊은 여러 가사의 시원(始原)이 되어 그 본보기로 활용되었다. 또한 이에 대한 연구도 많아 한국 가사문학연구에 있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심화 내용 연구
1. 제목에 쓰인 ‘미인’의 의미
본래 ‘미인’은 ①용모가 아름다운 여인, ②항상 사모하고 있는 군주, ③재덕(才德)이 뛰어난 사람, ④한나라 여관(女官)의 명칭, ⑤무지개의 별명, ⑥미남자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시적 화자는 임과 이별한 여인이므로, 여기서 ‘미인’은 남성이거나 군주이다. 따라서 ‘미인’은 사랑하는 임이자, 미덕을 갖춘 임(군주)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작품에서 임금을 ‘미인’으로 설정한 것은 남녀의 인간적인 정감의 교류를 군신관계로 끌어들인 것으로, 송강의 작품들이 보편적 공감을 얻어 내는 이유가 된다.
2. ‘속미인곡’의 시상 전개 방식
이 작품은 두 여인(편의상 보조 인물을 ‘갑녀’로, 시적 화자를 ‘을녀’로 상정함.)의 대화 형식으로 내용을 전개시키는 참신한 장식을 보이고 있다. 시적화자(‘을녀’)가 서러운 사연을 길게 토로하는 것에 대해 상대 여인(‘갑녀’)은 짧게 개입함으로써 단락을 전환시키고 매듭을 짓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3. 여성 화자를 이용한 ‘충신연주지사’의 전통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란 충신이 임금을 그리워하거나 사모하는 정을 표현한 글이나 노래를 말한다. 주로 유배를 당하거나 중앙 정계에서 밀려난 신하가 임금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임과 이별한 여성의 사랑과 그리움에 빗대어 노래한 시가들이 많다. 고려 시대 정서의 ‘정과정’을 비롯하여 정철의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이 이에 속하며, 현대시 한용운의 ‘님의 침묵’도 이를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작품 속 시적 화자의 역할
‘갑녀’와 ‘을녀’는 모두 작가의 허구적 대리인으로, 작가가 자신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 갑녀: 보조적인 위치에서 을녀를 위로하거나 을녀의 하소연을 유도하며 내용을 전개해 나가는 인물로, 내용을 전환시키거나 매듭을 짓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을녀: 작품의 중심적인 인물로, 갑녀의 질문에 응하여 신세 한탄을 함으로써 작품의 정서적 분위기를 주도하며, 작품의 주제를 구현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5. ‘속미인곡’에 대한 평가
• 옛날부터 우리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 뿐인데, 다시 이 세 편을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
- 김만중,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 ‘속미인곡’ 역시 송강이 지은 것으로, 앞의 노래(‘사미인곡’)가 다하지 못한 말을 다시 펴서 꾸밈이 더욱 공교하고 뜻이 더욱 간절하여 가히 제갈공명의 ‘출사표(出師表)’에 맞먹는다.
- 홍만종, “순오지(旬五志)”에서
6. ‘낙월’과 ‘구 비’의 의미
‘낙월’은 단지 하늘에 떠 있으면서 지상의 존재를 바라볼 뿐인 소극적인 존재인 데 반해, ‘구 비’는 하늘에 머물지 않고 대상이 있는 지상으로 직접 떨어져 내릴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갑녀의 ‘구 비’가 되라는 말은 슬픔에 빠져 소극적으로만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7. ‘속미인곡’에서의 ‘갑녀’와 ‘을녀’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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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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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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