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체 줄거리(수능특강 해설 참고)
6·25 전쟁 전에 작가였던 석은 전쟁 후에 피란지인 부산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 교직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다시 글을 쓰기를 희망하였으나 현실에 치여 그러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 전 동료 작가였다가 전쟁 때 소식이 끊기고 온갖 소문만 무성할 뿐이던 친구 조운이 그를 찾아온다. 석은 조운이 타고 온 차에 동승해 요리를 먹으러 가고, 술을 마시며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으나, 조운은 종이 꾸러미를 꺼내며 미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이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명랑한 성격의 문학소녀로, 조운을 따르던 사람이다. 그러나 전쟁의 와중에 미이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전쟁 후 사업에 성공한 조운은 부산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그녀를 돕고 싶어 한다. 조운은 미이에게 다방을 차려 주겠다고 제의하지만, 미이는 생각할 여유를 달라고 한다. 며칠 후 조운을 만나기로 한 날 미이는 간호 장교에 지원하여 시험을 보러 간다는 내용의 편지와 검정 넥타이를 담은 종이 꾸러미를 다방에 남겨 두고 떠난다. 이를 계기로 조운은 자신의 정신적 타락을 뼈저리게 느낀다. 조운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석 또한 미이에게 강한 인상을 받고,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2. 핵심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6.25 전쟁 전후 당시의 부산과 그 전의 서울
• 성격 : 사실적, 자조적, 비판적, 반성적
• 경향 : 사실주의
• 제재 : 6.25 전쟁을 겪는 지식인의 고뇌
• 주제 : 6.25 전쟁으로 인한 지식인의 좌절과 방황 그리고 새 인간형의 탐구
3. 작품 해설 1
작품은 6·25 전쟁을 겪은 지식인 작가를 주인공으로 하여,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를 탐구한 전후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한때 작가였으나 운수업으로 부를 획득하며 정신적 가치를 잊고 타락한 조운, 그를 따르던 문학소녀였으나 전쟁으로 인한 집안 몰락 이후 시대적 사명을 깨닫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미이, 그리고 현실의 생계유지를 위해 교직에 종사하며 작가로서의 삶을 포기한 채 미련만 갖고 있는 석, 이렇게 세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 세 가지 삶의 유형을 통해, 인간성이 황폐해지고 생존 자체가 지상 과제가 되는 비극적 상황에서 바람직한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주제로 제시하고 있다.
- 수능특강 해설 참고
4. 작품 해설 2
1953년 6월 『자유세계』에 발표된 안수길의 단편소설.
이후 창작집 『제삼인간형』에 수록되었으며, 안수길의 중기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안수길은 이 작품집으로 1955년 제2회 자유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체험하고 난 후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를 지식인 작가를 주인공으로 하여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간 작품이다. 토요일 방과 후 석은 직원실 의자에 앉아 창 밖을 내려다보며 무엇을 할까 궁리하고 있는데, 뜻밖에 조운이 찾아왔다. 그와 전쟁 후 만나지 못했는데 3년만에 나타난 것이다. 조운은 한국전쟁 이전 개성이 뚜렷한 작가였다.
그는 자기 자신에 충실했고, 신념에 차 있었지만, 과작으로 삶에 쪼들렸다. 그런 그가 살이 찌고 차림이 세련되어 얼른 알아보기조차 어려운 모습으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나타난 것이다. 석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Y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는 것은 좋았지만, 교편을 잡은 이후 그는 작품은 한편도 이룩하지 못했다. 한편, 조운은 그와 헤어진 3년 동안 타락했다고 말하면서 문학 소녀 미이가 남기고 간 편지를 내놓았다. 미이는 부잣집 딸로 여의대를 다니다가 문학을 한다고 학교를 집어치우고 조운을 무척 따랐다.
그녀는 그에게 작품을 써오기도 하고 백화점에 데려가 넥타이를 새로 사 주기도 한다. 둘은 가깝게 지냈지만 전쟁으로 인해 헤어진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조운은 처가에 숨어 지내면서 세상의 갖은 추악한 면을 보았다. 수복 후 처삼촌과 운수업을 하여 크게 성공했다. 그는 작가생활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져 조운이라는 필명도 버리고 최춘택으로 살아갔다. 그러던 차에 부산역 앞에서 미이를 만났던 것이다. 그녀의 오빠는 전쟁 중 행방불명이 되고 아버지도 뇌일혈로 반신불수가 되자, 집이 파탄되었다. 미이 어머니는 두어 달 전에 부산에 와서 목판 장수를 벌이고, 미이는 취직자리를 구하고 있던 중 조운을 만난 것이다.
조운은 그녀에게 다방을 차려주려 하지만 그녀는 거절하고 간호장교로 가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검정 넥타이가 조운에게 어울린다고 말하면서 문학을 하도록 권한다. 이 작품에서 제삼인간형은 ‘석’이다. 조운은 전쟁으로 인생을 까다롭지 않게 살아가는 방법을 택해 글쓰기를 포기했고, 미이는 전쟁을 통해 용감하게 시대적 요구에 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이 제일, 제이의 인간형이라면 사명에 충실치도 못하고 말라 가는 석은 전쟁이 빚어낸 제삼인간형인 것이다. 석이의 자신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드러난 이 작품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자기의 진정성을 찾지 못했던 한 문학인의 자기반성과 자의식적 고백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권영민, 한국현대문학대사전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등장인물 탐구
석 : 어떤 부류에도 끼이지 못하는 인물. 전쟁 전에는 작가로 활동, 피난지 부산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교사가 됨. 친구 ‘조운’이 들려준 ‘미이’의 삶의 태도에 감명을 받는다. ‘제3인간형’인 인물
조운 : 시대적 변화에 민감한 인물. 본명은 최춘택. 자기 성찰에 충실했던 작가였으나 전쟁 중 자동차 사업가로 변신, 안일한 삶을 추구한다. 역시 ‘미이’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는다. 속물적이고 타락한 삶을 사는 인물
미이 : 시대적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진실한 인물로 사명감 있는 삶을 사는 인물. 모 회사 중역의 딸. 철부지 문학 소녀였으나 전쟁 중 가족의 죽음 및 파탄을 겪으며 신념의 인간으로 성장, 간호 장교의 길을 택한다.
2. 운명적 조건에 대한 극복 의지의 인간형 창조
이 작품에서 석은 현재의 삶에 대해 이상적으로 생각한 삶으로의 극복 의지를 보여주기 보다는 생계 유지를 위한 삶에 의존하며 살아고 있다. 하지만 조운을 통해서 우연히 듣게 된 문학소녀 미이의 이야기는 피란 생활로 인해 피폐해진 삶의 고통을 겪고 있던 주인공이 삶의 피폐화를 초래한 전쟁을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불태우는 것으로 작품의 결말이 이루어진다.
3. 전쟁이 빚어낸 세 가지 인간형
‘석’은 작가로서의 길에 대한 미련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확실하게 선택하지 못하고 교사로 지내며 무료한 시간과 회의에 젖어 삶을 사는 인물이다. 조운과 미이는 서로 그 방향은 다르지만 분명한 자신의 삶의 길을 선택하였지만, ‘석’은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말 그대로 ‘제3인간형’인 것이다. 6.25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상황에서 당대의 지식인들의 보편적인 모습처럼 그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조운’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문학 작가로 나아가기 보다는 비록 세속적이지만 철저한 사업가로 변신한 인간형이다. 조운은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과는 다른 일이어서 회의감을 느끼지만 지금의 모습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분명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인물형으로 그려지고 있다.
‘미이’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낙천적 성격의 문학소녀였지만, 전쟁으로 집안이 몰락하고 힘들어 한다. 하지만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자신이 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하여 간호 장교의 길을 택하는 적극적이고 의지적인 인물형으로 볼 수 있다.
6. 작가 소개
안수길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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