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소리 - 문순태



■ 줄거리

  칠복이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머슴처럼 일하며 커서 도시 물을 먹은 순덕이와 결혼한다. 댐 건설 때문에 자신이 갈던 땅이 물에 잠기게 되자 순덕이의 제안으로 광주로 나가게 된다. 농사일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칠복은 아내가 식당일을 하며 벌어 온 돈으로 생활하다가 농사품을 팔러 시골에 다녀온다.

  반 년 동안 집을 떠나 품을 팔다 온 칠복은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게 되고 순덕이는 줄행랑을 친다. 칠복이는 순덕이를 찾아 나서지만 찾지 못하고 어린 딸과 함께 고향인 방울재로 다시 돌아온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징을 애지중지하여 한시도 놓지 않고 지내며 정신이 온전치 못할 때에는 징을 마구 울려 낚시꾼들을 방해하고 몰매를 맞는 사고를 친다.

  낚시꾼과 관광객을 상대로 매운탕집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마을 사람들은 칠복이의 징 소동으로 위기감을 느끼게 되자 그의 처지를 동정하면서도 마을에서 쫓아내기로 결정 한다. 마을 사람들이 칠복이 부녀를 쫓아내던 날 밤 빗방울이 굵어지고 칠복의 옛 친구인 봉구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은 귀기 어린 징 소리에 몸을 떨며 잠을 설친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연작소설

성격 : 비판적, 사회고발적

배경 : 1970년대, 전남 장성호 수몰 마을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제재 : 농촌에 불어닥친 산업화

구성

 - 발단 : 수몰된 고향 마을을 떠나 도시로 갔다가 되돌아 온 칠복은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딸아이를 데리고 호수 근처를 떠돌며 징을 쳐 대 낚시꾼들에게 몰매를 맞는다.

 - 전개 : 칠복은 댐 공사로 수몰된 집에 대한 정당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광주시 판자촌으로 밀려났었다.

 - 위기 : 광주시 판자촌에서 생활하면서 식당에서 일하는 아내 순덕이의 수입에 의존하며 살아갔지만 결국 순덕이가 불륜을 저지르고 가출을 하면서 칠복은 딸과 함께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 절정 : 칠복과 낚시꾼들의 대립이 잦아지자 마을 사람들은 회의 끝에 결국 칠복이 부녀를 내쫓는다.

 - 결말 :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은 빗소리에 뒤섞인 징 소리를 들으며 칠복의 한에 몸을 떤다.

특징 

 ① 1970년대부터 본격화된 농촌의 붕괴와 도시 빈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룸

 ② 서술에 의지하며 인물 묘사는 간접적인 방법을 주로 활용함

 ③ 우리의 전통적 정서인 한(恨)이 현대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용되어 나타나는가를 진지하게 모색함

 ④ 1970년대 유행했던 연작 소설의 형식을 취함

주제 : 산업화로 인한 농촌 붕괴와 농촌 실향민의 소외된 삶


■ 작품 해설 1

 1970년대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의 그늘 아래 경쟁력을 잃어 가며 근대화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맡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 글은 작가가 자신이 자라 온 전남 일대의 농촌을 주목하며, 전통적 공동체가 무너져 가는 모습과 선량하나 무지한 민중들이 희생되는 모습을 끈질기게 추적한 소설이다.

 장성 댐 건설로 수몰 지구가 된 ‘장성 방울재’라는 구체적 지명을 배경으로, ‘칠복’이라는 농촌 빈민(동시에 도시 빈민이기도 함)의 삶을 통해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던 우리 농민의 한(恨)을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댐 건설로 인해 실향민들이 겪는 고향 상실의 아픔과 다시 고향을 찾으려는 몸부림과 절규를 ‘징소리’의 격렬한 음향으로 나타내며, 이를 통해 근대화의 부정적 이면을 고발하고 있다.

 - 꿈을 담는 틀, 교과서 전작품 문학 자습서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소설은 거대한 댐 건설로 고향을 잃은 주민들이 겪는 아픔을 그린 작품으로서, 급속한 근대화 이면에서 희생당하는 농촌 빈민들의 삶과 한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있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징 소리’는 주인공인 칠복과 마을 사람들 모두가 가진 고향 상실의 아픔과 절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댐 건설로 실향민이 된 칠복이 징을 두들기며 낚시꾼들을 쫓아내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아내에 대한 원망의 표출로 보이지만, 결국 고향을 삼켜 버린 댐, 그리고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절규로 볼 수 있다. 더불어 마을 사람들은 생계의 장애를 이유로 징 소리와 함께 칠복을 쫓아내지만, 이들 역시 삶의 터전을 상실한 고통으로 힘겨워하며 칠복에 대한 죄의식과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즉, 징소리는 근대화의 이면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의 고통을 상징하며 징을 치는 칠복과 그것을 듣는 마을 사람들은 서로 대립하는 처지가 아니라 공통의 아픔을 가진 공동체라는 것이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서술 방식의 특징

  이 작품은 사건의 진행을 주로 서술자가 독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서술에 의지하고 있으나, 인물의 묘사는 간접적인 방법인 보여주기를 활용하고 있다. 즉, 독자는 서술자의 서술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이 전개되는 양상을 속도감 있게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인물의 성격이나 인물 간 갈등 장면은 서술자에 의한 직접 서술이 아닌 인물의 대화나 행동 등을 통해 보여 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구체적이고 생동감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2. 주인공 이름에 나타난 아이러니

  ‘징 소리’의 주인공 이름은 ‘칠복(七福)’이며, 그의 아내의 이름은 ‘순덕(順德)’이다. 그러나 그들의 인생은 정반대이다. 칠복이는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려 했지만, 그에게는 하나의 복(福)도 주어지지 않고 일곱 가지 복(고향, 아내, 자기 자신, 친구, 집, 재산, 직업)을 모두 잃는다. 이는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이다. 순한 덕을 지니고 있을 것 같은 그녀는 끝내 남편을 배신하고, 아이도 버려 둔 채 도망치는 여인이다. 이처럼 작가는 사건과 이름이 가지는 상반된 명명(命名)을 통해 아이러니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3. ‘징소리’의 상징적 의미

 이 글에서 ‘징소리’는 단순한 금속성의 울음이 아닌 방울재 사람들의 혼의 울음이며, 동시에 사람들에게 다시 고향을 일깨우는 깨우침의 소리를 의미한다. 즉 칠복에게 있어서 ‘징소리’는 고향 상실의 슬픔,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의 한(恨)을 표현하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칠복을 쫓아낸 것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 현실적 욕망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비판하는 소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징소리’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공동체적 이상을 갈구하는 소리이며, 비인간화된 사회에서 인간화를 부르짖는 소리를 상징한다.


■ 작가 소개

 문순태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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