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관 댁 죽헌기(金場官宅竹軒記) - 유방선

반응형
728x90

1. 본문

 (전략)
 무릇 대나무란 네 계절을 통하여 변하지 않고 온갖 초목 가운데 홀로 특색을 보존한다. 그 곧은 것은 능히 풍속을 고칠 만하고 그 건장한 것은 능히 나약함을 일으켜 세울 만하다. 겨울에는 눈 속에서 그 차가운 소리가 창에 뿌리고, 여름에는 바람 속에서 서늘한 기운이 탑 자리에 가득하다.
 연기와 아지랑이가 자욱하여 소상강이 눈앞에 있는 것과 같고, 별과 달이 비치고 빛나서 상쾌한 것은 마치 선경이 사람의 정신을 융화하게 하는 것 같다. 시를 읊으면 흥취가 더욱 더해지고 귀한 손님을 대하면 오가는 말소리가 따라서 맑아지니, 이것이 다 누각 죽헌의 공이다.
 세상이 오얏과 연꽃을 봄과 여름의 구경거리로 삼고, 국화나 매화를 가을과 겨울의 완상으로 삼지만 간혹 대나무에 대해서는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오얏과 연꽃은 부귀한 사람에게 어울리고, 국화나 매화는 똑같이 풍월을 읊는 데에 소중할 따름이다. 대나무는 곧고 화사하지 않으며 고고하여 속되지 않다. 또한 추우나 더우나 한결같은 절개로 예나 지금이나 같은 빛이다.
 세상 사람은 대개 위와 같이 이것들의 자태의 곱고 아름다움과 이슬에 젖은 꽃망울의 향기만을 사랑하여, 자기도 모르게 사치할 마음과 간사한 뜻이 생겨 방탕하고 음란함에 빠지는 줄을 알지 못한다.
 아, 대나무는 그렇지 않다. 대나무를 보면 야비하고 인색한 마음이 없어진다. 대나무의 덕성을 본받으면 선비의 행실이 다듬어진다. 비나 이슬은 그 화려함을 대나무에 보태 주지 못하고, 바람과 서리는 대나무의 절개를 바꾸지 못한다.
 다만 대나무에는 붉은색의 현란함과 향기가 없는 까닭에, 이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적다. 비유하자면 소인이 사람을 대할 때면 그 안색을 갖추고 그 언어를 비위에 맞게 하여 대하므로 아부하는 자가 많은 반면에, 군자가 사람을 대할 때는 의관을 바르게 하고 바라보는 것을 높게 하면서 점잖기 때문에 따르는 자가 적은 것과 같다. 이로 보아 대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 적은 것도 당연하다.
(후략)


2. 핵심 정리

• 갈래 : 고전 수필, 기(記)
• 성격 : 예찬적, 성찰적, 교훈적
• 주제 : 대나무를 가까이하며 사랑하는 김영지의 삶에 대한 예찬과 대나무의 덕성을 본받고 싶은 마음
• 특징 :
①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자세에 대해 성찰함
② 자연물의 대조를 통해 주제를 부각함
③ 작품 속 소재가 지닌 외적 속성을 통해 추상적인 의미(절개)를 표현함
④ 인간의 성격을 의인화한 대상의 특성에 빗대어 표현함
• 구성 :
 처음: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에 ‘죽헌’을 짓고 사는 김영지에 대한 소개
 중간: 대나무가 가진 속성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덕성을 칭찬하고 대나무를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들을 탓함.
 끝: 김영지를 사랑하는 까닭과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밝힘.

3. 작품 해설

 이 작품은 『동문선』에 실려 전하는 기(記)로, 글쓴이가 한 선비가 지은 누각 ‘죽헌’에 걸기 위해 쓴 것이다. 글쓴이는 대나무를 벗 삼아 가까이하여 지내며 대나무의 미덕을 본받고 살아가는 선비 김영지의 삶을 예찬한다. 대나무가 가진 덕은 화사하지는 않지만 고고하고 절개가 곧은 것인데, 사람들은 겉모습이 화려한 오얏, 연꽃, 국화, 매화는 완상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대나무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를 탓하면서 글쓴이는 김영지의 삶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 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4. 심화 내용 연구

1. ‘대나무’와 다른 식물들의 대조(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대나무는 곧고 화사하지 않으며 고고하여 속되지 않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추우나 더우나 한결 같으며 네 계절을 통하여 변하지 않고, 온갖 초목 가운데 홀로 특색을 보존하고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적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반면에 오얏, 연꽃, 국화, 매화는 자태의 아름다움과 꽃망울의 향기를 가지고 있으며 부귀한 사람에게 어울리거나 풍월을 읊는 데에 소중하다고 평가한다. 또한 사치할 마음과 간가한 뜻이 생기게 하고 세상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대조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대나무는 ‘절개, 군자의 모습’이며 이는 곧 김영지의 삶의 모습으로 필자가 긍정하고 예찬하는 대상임을 알 수 있다. 이와 다르게 오얏, 연꽃, 국화, 매화는 ‘방탕, 음란, 소인의 모습’이며 이는 곧 대개의 세상 사람들의 모습으로 필자가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대상임을 알 수 있다.

2. 고전 수필(두산백과 참고)

 

고전수필

근대 시기 이전에 형식과 내용 상의 제약 없이 일상생활에서의 개인적인 느낌이나 성찰 등을 표현한 글. 근대 시기 이전에 형식과 내용 상의 제약 없이 일상생활에서의 개인적인 느낌이나 성찰

terms.naver.com

5. 작가 소개

유방선 – 다음백과

 

유방선

조선초의 문인. 본관은 서산. 자는 자계(子繼), 호는 태재(泰齋). 아버지는 서령부원군 기(沂)이고, 어머니는 이색의 손녀이다.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있어 신동으로 불렸으며, 당대

100.daum.net

김 장관 댁 죽헌기 - 유방선.pdf
0.11MB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