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문 도미(都彌)는 백제인이었다. 비록 벽촌의 보잘것없는 백성이지만 자못 의리를 알며 그 아내는 아름답고도 절개가 있어, 당시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개루왕이 듣고 도미를 불러 말하기를 “무릇 부인의 덕은 정결이 제일이지만, 만일 어둡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 좋은 말로 꾀면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 드물 것이다.”하니, 대답하기를 “사람의 정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의 아내 같은 사람은 죽더라도 마음을 고치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왕이 이를 시험하려고 일이 있다 하여 도미를 머물게 하고, 가까운 신하 한 사람에게 왕의 의복과 말·종자를 빌려주어 밤에 그 집에 가게 했는데, 먼저 사람을 시켜 왕이 온다고 알렸다. 가짜 왕이 와서 그 부인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래전부터 너의 아름다움을..
1.전체 줄거리 다모 김조이는 포도청에 소속되어 치안 및 범법자 단속과 관련한 일을 하는 인물이다. 어느 날 신고를 받고 단속을 나가 법을 어기고 밀주를 빚은 몰락 양반가의 주인 할머니를 검거했으나 병든 남편의 병구완을 위해서였다는 딱한 사정을 듣고 눈감아 준다. 그 대신 포상금을 노리고 형수를 밀고한 시동생(젊은 생원)을 찾아가 뺨을 때리고 그 부도덕함을 꾸짖는다. 주부는 주인 할머니의 죄를 숨겨 준 죄목으로 다모를 태형에 처하나, 그녀의 의협심을 가상히 여겨 나중에 몰래 상금을 주며 칭찬한다. 다모는 그 상금을 모두 주인 할머니에게 주며 다시는 밀주를 빚지 말라고 당부한다. 2. 핵심 정리 • 갈래 : 한문소설, 야담 • 성격 : 사실적, 현실 비판적 • 배경 : 조선 후기 한성 • 주제 : 불쌍한 ..
1. 본문 하수는 두 산 틈에서 나와 돌과 부딪쳐 싸우며 그 놀란 파도와 성난 물머리와 우는 여울과 노한 물결과 슬픈 곡조와 원망하는 소리가 굽이쳐 돌면서, 우는 듯, 소리치는 듯, 바쁘게 호령하는 듯, 항상 장성을 깨뜨릴 형세가 있어, 전차(戰車) 만승(萬乘)과 전기(戰騎) 만대(萬隊)나 전포(戰砲) 만 가(萬架)와 전고(戰鼓) 만 좌(萬座)로서는 그 무너뜨리고 내뿜는 소리를 족히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모래 위에 큰 돌은 흘연(屹然)히 떨어져 섰고, 강 언덕에 버드나무는 어둡고 컴컴하여 물 지킴과 하수 귀신이 다투어 나와서 사람을 놀리는 듯한데 좌우의 교리가 붙들려고 애쓰는 듯싶었다. 혹은 말하기를, “여기는 옛 전쟁터이므로 강물이 저같이 우는 거야.” 하지만 이는 그런 것이 아니니, 강물 소리는 ..
1. 본문 전라도 남원(南原)에 사는 양생(梁生)은 일찍이 어버이를 여읜 뒤 여태껏 장가를 들지 못하고 만복사(萬福寺) 동쪽 골방에서 홀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고요한 그 골방 문 앞에는 배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었는데, 바야흐로 봄을 맞이하여 꽃이 활짝 피어 온 뜰 안 가득 백옥의 세계를 환하게 밝혀 놓았다. 그는 달 밝은 밤이면 언제나 객회(客懷)를 억누르지 못하여 나무 밑을 거닐곤 했는데, 어느 날 밤 그 꽃다운 정서를 걷잡지 못하고 문득 시 두 수(首)를 지어 읊었다. 한 그루의 배꽃나무 외로움을 달래 주나 휘영청 달 밝으니 허송하기 괴롭구나. 푸른 꿈 홀로 누운 호젓한 들창가로 어느 집 이쁜 님이 퉁소를 불어 주네. 외로운 저 비취는 제 홀로 날아가고, 짝 잃은 원앙새는 맑은 물에 노니는데..
2021학년도 수능 대비 EBS 수능특강 문학 교재에 수록되어 있는 고전산문 작품 목록입니다. 아래의 첨부파일을 다운 받으셔서 활용하세요. 참고로 위 자료를 보시면 "기출 작품"은 수능특강에 수록된 '작품'이 실제 수능에 출제되었는지를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기출 작가"는 수능특강에 수록된 '작가'가 실제 수능에 출제되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 본문 선귤자(蟬橘子)에게 예덕 선생(穢德先生)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종본탑(宗本塔) 동편에 살면서 매일 마을의 똥을 져 나르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불러 ‘엄 행수’(嚴行首)라고 했다. ‘행수’란 역부(役夫)의 우두머리에 대한 호칭이었고, ‘엄’은 그의 성(姓)이다. 자목(子牧)이 선귤자에게 따져 물었다. “전에 선생님께서 ‘친구란 함께 살지 않는 처(妻)이고 동기가 아닌 형제라.’라고 말하시었지요. 친구는 이처럼 중한 것이 아닙니까. 세상의 이름 있는 사대부(士大夫)들이 선생님과 종유해서 아랫바람에 놀기를 청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선생님은 이런 분들과 사귀지 않으시고, 저 엄 행수는 마을의 상놈이라 하류(下流)에 처한 역부로 치욕스런 일을 하는 자 아..
■ 본문 나는 집이 가난해서 말이 없기 때문에 간혹 남의 말을 빌려서 타곤 한다. 그런데 노둔하고 야윈 말을 얻었을 경우에는 일이 아무리 급해도 감히 채찍을 대지 못한 채 금방이라도 쓰러지고 넘어질 것처럼 전전긍긍하기 일쑤요, 개천이나 도랑이라도 만나면 또 말에서 내리곤 한다. 그래서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다. 반면에 발굽이 높고 귀가 쫑긋하며 잘 달리는 준마를 얻었을 경우에는 의기양양하여 방자하게 채찍을 갈기기도 하고 고삐를 놓기도 하면서 언덕과 골짜기를 모두 평지로 간주한 채 매우 유쾌하게 질주하곤 한다. 그러나 간혹 위험하게 말에서 떨어지는 환란을 면하지 못한다.▶말을 빌려 탄 경험 아,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까지 달라지고 뒤바뀔 수가 있단 말인가. 남의 물건을 빌려서 잠깐 동안 쓸 ..
■ 본문 거사(居士)에게 거울 하나가 있는데, 먼지가 끼어서 마치 구름에 가려진 달빛처럼 희미하였다. 그러나 조석으로 들여다보고 마치 얼굴을 단장하는 사람처럼 하였더니, 어떤 손〔客〕이 묻기를, “거울이란 얼굴을 비치는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군자가 그것을 대하여 그 맑은 것을 취하는 것]인데, 지금 그대의 거울은 마치 안개 낀 것처럼 희미하니, 이미 얼굴을 비칠 수가 없고 또 많은 것을 취할 수도 없네. 그런데 그대는 오히려 얼굴을 비추어 보고 있으니,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손’의 물음하였다. 거사는 말하기를, “거울이 밝으면 잘생긴 사람은 기뻐하지만 못생긴 사람은 꺼려 하네. 그러나 잘생긴 사람은 수효가 적고, 못생긴 사람은 수요가 많네. 만일 못생긴 사람이 한 번 들여다보게 된다면 반드시 깨..
■ 본문고기(古記)에 이렇게 전한다. 옛날에 환인(桓因) ― 제석(帝釋)을 이른다 ―의 서자(庶子)인 환웅(桓雄)이 항상 천하(天下)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人間世上)을 몹시 바랐다.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三危太伯山)을 내려다보니, 인간 세계를 널리 이롭게 할 만 했다. 이에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어, 인간의 세계를 다스리게 했다. 환웅(桓雄)은 무리 3천 명을 거느리고 태백산(太佰山)-지금의 묘향산- 꼭대기의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왔다. 이곳을 신시(神市)라 불렀다. 이 분을 환웅천왕(桓雄天王)이라 한다. 그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식, 수명, 질병, 형벌, 선악 등을 주관하고, 모든 인간의 삼백예순여 가지나 되는 일을 주관하여, 인간 세계를..
■ 본문 황제께서 장원 급제한 화진을 올라오라 하여 만나 보시고, 크게 기뻐하시면서 여러 신하들에게 말씀하셨다. “여양후를 잃은 뒤로 짐은 항상 마음이 아팠소. 이제 여양후의 아들을 보니 기린의 자식, 봉황의 새끼처럼 범상치 않소.” 그러고는 앞에서 술을 내려 마시게 하셨다. 사흘 후에 장원은 한림학사에 제수되었고 성준과 유성양은 각 각 병부 원외랑이 되었다. 그러나 성 원외와 유 원외는 이부 상서 오붕을 찾아가서 말했다. “저희들은 집이 절강이라서 집을 떠나 서울에 와서 벼슬을 하기가 어려운 데다가, 학문도 성글어 많이 부족합니다. 동남쪽의 한가한 고을의 태수가 되어 몇 년간 공부를 더 했으면 합니다.” 오붕이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뒤에 성 원외는 복건 남정현의 현감이 되었고 유 원외는 귀양부의 통판..
■ 본문7월 초8일 갑신일 맑다. 정사와 한 가마를 타고 삼류하(三流河)를 건너 냉정(冷井)에서 조반을 먹었다. 십여 리를 가다가 산기슭 하나를 돌아 나가니 태복(泰卜)이란 놈이 갑자기 국궁(鞠躬)을 하고는 말 머리로 쫓아와서 땅에 엎드리고 큰 소리로, “백탑(白塔)이 현신하였기에, 이에 아뢰나이다.”한다. 태복은 정 진사의 마두이다. 산기슭이 가로막고 있어 백탑이 보이지 않기에 말을 급히 몰아 수십 보를 채 못 가서 겨우 산기슭을 벗어났는데, 안광이 어질어질하더니 홀연히 검고 동그란 물체가 오르락내리락한다. 이제야 깨달았다. 사람이란 본래 의지하고 붙일 곳 없이 단지 하늘을 이고 땅을 밟고 이리저리 나다니는 존재라는 것을. 말을 세우고 사방을 둘러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이마에 얹고, “한바탕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