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자일을 타고 오른다. 흔들리는 생애의 중량, 확고한 가장 철저한 믿음도 한때는 흔들린다. 암벽을 더듬는다 빛을 찾아서 조금씩 움직인다. 결코 쉬지 않는 무명(無明)의 벌레처럼 무명을 더듬는다. 함부로 올려다보지 않는다. 함부로 내려다보지도 않는다. 벼랑에 뜨는 별이나, 피는 꽃이나, 이슬이나 세상의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다만 가까이 할 수 있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암벽을 더듬으며 가까이 접근한다. 행복이라든가 불행 같은 것은 생각지 않는다. 발붙일 곳을 찾고 풀포기에 매달리면서 다만, 가까이, 가까이 다가갈 뿐이다. ■ 핵심 정리갈래 : 자유시, 서정시성격 : 상징적, 불교적, 구도적, 비유적제재 : 등산구성 1연 : 흔들리는 삶 2연 : 쉬지 않고 빛을 찾는 삶 3연 : 진리에 가까이 ..
■ 본문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눈 부비면 너는 더디게 온다.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너를 보면 눈부셔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핵심 정리갈래 : 서정시, 자유시성격 : 상징적, 희망적, 현실참여적제재 : 봄구성 1행 ~ 2행 : 기다림과 상관없이 반드시 오는 봄 3행 ~ 10행 : 쉽게 오지는 않지만 반드시 오는 봄 11행 ~ 16행 : 봄을 맞이하는 기쁨과 감격 특징 ① ‘..
■ 본문내 마음 아실 이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그래도 어디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는 티끌과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아! 그립다내 혼자 마음 나같이 아실 이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 핵심 정리갈래 : 자유시, 서정시, 순수시성격 : 낭만적, 유미적, 여성적제재 : 내 마음특징 ① 비유와 상징을 통해 순수한 ‘내 마음’을 형상화함 ② 여성적 어조로 시적 화자의 섬세한 정서를 표현함 ③ 시적 허용을 사용하여 운율감을 형성함 ④ 가정과 자문자답의 형식을 활용하여 시상을 전개함구성 1연 : 임의 존재에 대한 가정 2연..
■ 본문오늘, 북창을 열어장거릴 등지고 산을 향하여 앉은 뜻은사람은 맨날 변해 쌓지만태고로부터 푸르러 온 산이 아니냐.고요하고 너그러워 수(壽)하는 데다가보옥(寶玉)을 갖고도 자랑 않는 겸허한 산.마음이 본시 산을 사랑해평생 산을 보고 산을 배우네.그 품 안에서 자라나 거기에 가 또 묻히리니내 이승의 낮과 저승의 밤에아아(峨峨)라히 뻗쳐 있어 다리 놓는 산.네 품이 고향인 그리운 산아미역취 한 이파리 상긋한 산 내음새산에서도 오히려 산을 그리며꿈 같은 산정기(山精氣)를 그리며 산다. ■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동양적, 탈속적, 자연친화적* 제재 : 산* 특징 ① 의인화의 방법을 통해 화자와 대상(자연물)과의 친근감을 강조함 ② 화자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시적 대상을 통..
■ 본문내 가슴에 독을 찬지 오래로다아직 아무도 해할 일 없는 새로 뽑은 독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버리라 한다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 마주 가버리면억만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앞뒤로 덤비는 이리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키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막음 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 ■ 핵심 정리갈래 : 서정시, 참여시성격 : 상징적, 저항적, 의지적, 참여적어조 : 결연한 남성적 어조특징 ① 대화형식이 드러나면서..
■ 본문나는 이 겨울을 누워 지냈다.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바람도 불지 않아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추워 울어도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나는 무관해서 문 한 번 열지 않고반추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이 겨울. ■ 핵심 정리갈래 : 서정시, 자유시성격 : 반어적, 절망적, 고백적어조 : 차분하고 어두우면서 감정이 절제된 어조제재 : 이별로 인한 고통특징 ① 반어법이 적절하게 사용되면서 절망적 감정을 강조함 ② 계절적 배경을 통해 화자의 내면 심리를 드러냄 ③ 자연물과의 대조를 통해 상실감을 드러냄구성 1연 :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후의 절망감 2연 : 세상에 대한 관심의 상실 ..
■본문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산유화, '김소월' ■핵심 연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관조적, 전통적, 민요적 * 특징 : ① 7.5조, 3음보의 율격을 활용 ② ‘~네’의 종결 어미를 반복하여 각운의 효과와 더불어 감정의 절제를 드러냄 ③ 1연과 4연이 내용과 형식면에서 서로 대응됨(변형된 수미상관) ④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드러내면서 자연의 섭리를 보여줌 ⑤ 감정이입의 대상물을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간접적으로 드러냄 * 주제 :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대자연의 섭리와 존재의 고독..
땅끝 - 나희덕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렀지.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는 나비를 좇듯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도 몰라.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이렇게 뒷걸음질치면서 말야. 살기 위해서는 이제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그걸 보려고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 요점 정리- 성격 : 사색적, 성찰적, 역설적,..
다리 위에서 - 이용악 바람이 거센 밤이면몇 번이고 꺼지는 네모난 장명등을궤짝 밟고 서서 몇 번이고 새로 밝힐 때누나는별 많은 밤이 되어 무섭다고 했다. 국숫집 찾어가는 다리 우에서문득 그리워지는누나도 나도 어려선 국숫집 아히 단오도 설도 아닌 풀벌레 우는 가을철단 하루아버지의 제삿날만 일을 쉬고어른처럼 곡을 했다. -(1947)- ‣ 요점 정리- 성격 : 회상적, 고백적- 어조 : 그리움의 어조- 구성 1연 : 어린 시절 누나의 모습 회상(과거) 2연 : 국숫집으로 가는 다리 위에서 유년 시절을 추억함(현재) 3연 :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과거)- 특징 : ① 유년시절과 관련된 단편적인 기억들을 제시함 ② ‘과거 – 현재 – 과거’의 순으로 시상이 전개됨주제 : 유년 시절과 누나에 대한 그리..
열매 - 오세영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둥글어야 하는가.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날카롭지만,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뾰족하지만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한입에 물어 깨무는탐스런 한 알의 능금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 요점 정리갈래 : 자유시, 서정시성격 : 상징적, 예찬적특징 : ① 자연물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달음 ② 원과 직선의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 시상을 전개함. 시상의 흐름1연 : 세상의 모든 열매는 모두 둥근 모습2..
이 작품은 2014년 EBS 수능 완성 B형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EBS 수능 완성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계 교재입니다. 오월 -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 이랑 만(萬) 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 요점 정리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묘사적, 서경적, 탐미적, 낭만적, 유미적, 역동적 특징 : ① 맑고 투명한 서정성이 강조됨 ② 시선의 이동에 의해 시상이 전개됨(들길→마을→들→바람→햇빛→보리→꾀꼬리→산봉우리)..
이 작품은 2014학년도 EBS 인터넷 수능 A형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EBS 인터넷 수능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계 교재입니다. '모닥불 - 백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카락도 헌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 짗도 개 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 요점 정리 성격 : 감각적, 공동체적, 토속적, 회화적 특징 : - 방언의 사용으로 향토적 정감을 드러냄 - 회상을 통하여 시상을 전개함 - 반복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