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문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 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 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2.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3음보의 율격. 두운과 각운) 성격 : 낭만적. 관조적. 심미적. 상징적 심상 : 시각적 심상이 주조를 이룸 어조 : (봄비가 그치면 만물이 약동할 것을 기대하는) 희망적인 어조 구성 : 점층적 구성 1연 풀빛이 짙어 올 강 언덕(기) - 슬픔과 애상의 정서 2연 푸른 보리밭길 종달새(승) - 봄날의 풍경 3연 처녀애들 짝하여 설 꽃밭(전) - 생명이 가득한 봄날 4연 아..
■ 본문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일이 끝나 저물어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나는 돌아갈 뿐이다.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샛강 바닥 썩은 물에달이 뜨는 구나.우리가 저와 같아서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회고적, 성찰적, 비판적• 어조 : 체념적인 어조, 독백형식의 절제되고 단아한 어조• 제재 : 강물• 주제 : 궁핍한 도시 노동자의 삶의 비애• 특징 : ① 한과 비애가 담긴 절제된 어조로 노래함. ② 자연물에 상징성을 부여하여 삶과 결부시킴. ③ 시간의 변화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구성 : 1~..
■ 본문저렇게 많은 중에서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너 하나 나 하나는어디서 무엇이 되어다시 만나랴. ■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서정적, 관조적, 사색적, 미래지향적, 명상적․ 어조 :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는 사색적 어조․ 제재 : 별․ 주제 :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성찰․ 구성 : 선경후정의 방식(1, 2연 – 3연) 1연 : 별과 나와의 친밀한 교감 2연 : 친밀한 관계의 소멸과 인간의 고독 3연 : 다시 만나고 싶은 소망 ■ 작품 해설 1 1969년 11월 《월간중앙》(제20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1975년에 출판된 김광섭의 시집 《겨울..
■ 본문 지금 저기 보이는 시푸런 강과 또 산을 넘어야 진종일은 별일없이 보낸 것이 된다. 서녘 하늘은 장미빛 무늬로 타는 큰 눈의 창을 열어… 지친 날개를 바라보며 서로 가슴 타는 그러한 거리에 숨이 흐르고 모진 바람이 분다. 그런 속에서 피비린내 나게 싸우는 나비 한 마리의 상채기. 첫 고향의 꽃밭에 마즈막까지 의지하려는 강렬한 바라움의 향기였다. 앞으로도 저 강을 건너 산을 넘으려면 몇 '마일'은 더 날아야 한다. 이미 그 날개 피에 젖을 대로 젖고 시린 바람이 자꾸 불어간다. 목이 바싹 말라 버리고 숨결이 가쁜 여기는 아직도 싸늘한 적지(敵地). 벽, 벽… 처음으로 나비는 벽이 무엇인가를 알며 피로 적신 날개를 가지고도 날아야만 했다. 바람은 다시 분다. 얼마쯤 날으면 아방(我方)의 따시하고 슬픈..
■ 본문이제 바라보노라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온 겨울을 떠돌고 와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나의 마음속에 처음으로눈 내리는 풍경.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지나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바라보노라. 온갖 것의보이지 않는 움직임을.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내리는 눈 사이로귀 귀울여 들리나니 대지의 고백.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안에서는 어둠이노라.온 겨울의 누리를 떠돌다가이제 와 위대한 적막을 지킴으로써쌓이는 눈더미 앞에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 ■ 핵심 정리• 갈래 : 서정시, 자유시• 성격 : 명상적, 관념적, 상징적, 관조적• 제재 : 눈 내리는 풍경• 주제 :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 오랜 방황의 시기를 지내고 얻은 마음의 평화• ..
■ 본문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네보담도 내보담도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그다음 사랑 끝에 생긴울음까지 녹아나고,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 핵심 정리• 갈래 : 서정시, 자유시• 성격 : 서정적, 애상적, 전통적, 영탄적, 회상정• 제재 : 저녁 노을에 붉게 물든 가을 강• 주제 : 인생의 유한성과 한(恨), 고독에 대한 한(恨), 인간의 본원적 사랑과 고독과 무상성 그리고 한의 극복• 특징 : ① 민요적 종결 어미를 사용..
■ 본문영화(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삼천리 화려 강산의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 떼들이자기들끼리 끼룩끼룩거리면서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우리들도도 우리들끼리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우리의 대열을 이루며한 세상 떼어 메고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길이 보전하세로각기 자기 자리에 앉는다.주저앉는다. ■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성격 : 현실 비판적, 풍자적- 어조 : 냉소적 어조- 제재 : 새, 영화가 시작되기 전 풍경- 주제 :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소망과 그 좌절감- 특징 : 반어법, 반복법을 사용하고, 애국가의 시작..
■ 본문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엔 없다. 목숨이 가다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관조적, 교훈적․ 제재 : 가난, 무등산․ 주제 : 가난을 이겨 내려는 삶의 ..
■ 본문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燒酒)를 마신다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이국적, 환상적․ 구성 : 1연 : 눈 내리는 밤 2연 : 나타샤와 산골에 가서 갈고 싶어하는 ..
■ 본문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한다면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종로(鐘路)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핵심 정리갈래 : 자유시, 서정시성격 : 격정적, 의지적, 저항적, 역동적제재 : 조국의 광복..
■ 본문꽃이 지기로서니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머언 산이 닥아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꽃이 지는데 꽃지는 그림자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울고 싶어라. ■ 핵심 정리갈래 : 자유시, 서정시성격 : 애상적, 감각적, 묘사적제재 : 낙화특징 : ① 절제된 시어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함 ② 1연이 2행으로 구성하여 형태적 안정감을 줌 ③ 묘사적 심상을 중심으로 대상의 이미지를 부각시킴 ④ 선경후정의 시상전개 방식을 화용함주제 : 낙화를 통해 느끼는 삶의 무상감과 비애 ■ 작품 해설 1 이 시는 일제 강점 하에 시인이 낙향하여 지은 작품이다. 시적 화자는 꽃이 지는 것을 보며, 꽃..
■ 본문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보내 주신 학비 봉투(學費封套)를 받어 대학(大學) 노-트를 끼고늙은 교수(敎授)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幄手). ■ 핵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