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문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습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2.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상징적, 여성적, 독백적, 애상적 • 제재 : 해당화 • 주제 : 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소망 • 구성 : 1연: 해당화가 피기 전에 온다던 임이 오지 않음. 2연: 이미 피어 버린 해당화를 보며..
■ 본문 맞벌이 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일곱 달 된 아기 엄마 구자명 씨는 출근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옆으로 앞으로 꾸벅꾸벅 존다.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 씨, 그래 저 십 분은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이고 또 저 십 분은 간밤 시어머니 약시중 든 시간이고 그래그래 저 십 분은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을 위하여 버린 시간일 거야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잠 속에 흔들리는 팬지꽃 아픔 식탁에 놓인 안개꽃 멍에 그러나 부엌문이 여닫히는 지붕마다 여자가 받쳐 든 한 식구의 안식이 아무도 모르게 죽음의 잠을 향하여 거부의 화살을 당기고 있다 ..
■ 본문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 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몰래 시간을 떨어트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 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白金)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 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
1. 본문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 일생(一生)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저녁 /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 외경(畏敬)을 / 알리라. 아침저녁 /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 알리라. 차마 삼가서 / 발걸음도 조심 / 마음 아모리며. 서럽게 /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 본문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따라 타오르는 꽃 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상징적, 의지적, 영탄적 • 제재 : 꽃 • 주제 : 밝은 미래에 대한 신념과 의지 • 특징 ① 대상을 의인화하여 표현함 ② 강인한 의지를 표현함 ③ 자연 현상을 통해 화자의 소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함 ④ 대조적 이미지를 통해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냄 ..
■ 본문 태양을 의논(議論)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 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城)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噴水)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 보리라.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상징..
■ 본문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성찰적, 고백적 • 제재 : 우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 • 주제 : 자아 성찰과 자신에 대한 애증(愛憎) • 구성 : [1연] 우물..
■ 본문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 파병(派兵)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삼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사십(第四十) 야전 병원(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
■ 본문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민요적, 서정적, 애상적 • 제재 : 파랑새 • 주제 : 자유로운 삶에 대한 소망 • 특징 : ① 민요조의 3음보 율격과 선명한 색채 심상을 드러냄. ② 반복과 수미 상관의 구조를 통해 화자의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을 강조함. ■ 작품 해설 1 한하운 시인은 나병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 이 시는 그러한 현실에서 벗어나 ‘파랑새’가 되어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파랑새’는 자유와 희망, 이상과 동경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는 ‘푸른’이라는 색채어가 반복해서 나오는데, 이는..
■ 본문 마지막으로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주소에 엔터 키를 치면 모니터에 떠오르는 또 하나의 공간, 그 공간에도 비는 오는지 빗속의 너는 자꾸만 멀리 달아나는데 가냘픈 코드를 붙들고 덧없이 서핑을 반복한다 세상은 거대한 월드 와이드 웹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서로 보이지 않는 올가미를 씌우며 인연을 확인한다 오늘의 검색 항목은 ‘사랑’ 자꾸만 자꾸만 달아나는 너를 좇아 윈도우를 열어 보지만 결코 들어갈 수 없는 너의 빈 사이버 공간 ■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비판적, 서정적 •제재 : 사이버 공간 •주제 : 사이버 공간에서 좌절된 진정한 인간관계의 형성 •특징 : 바람직하고 진정한 인간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점층적으로 전개하여 좌절의 깊이를 심화․확대함 ■ 작품 해설 이 시는 사이..
■ 본문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유미적, 낭만적, 탐미적 • 제재 : 모란의 개화 • 주제 :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림 • 특징 ① 대상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함. ② 수미 상관(반복과 변조)의 구조를 통해 주제를 강조함. ③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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